김승연의 마지막 개인회사 '태경화성' [오너십의 탄생]③실명전환·주식소각,100% 확보…'일감 부담' 처분 가능성
박창현 기자공개 2018-01-30 07:54:22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1월 26일 11: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개인회사가 실체를 드러낸 것은 2013년이었다. 당시 배임 혐의 재판을 받고 있던 김 회장은 1심 재판부의 유권 해석에 따라 SNS에이스(현 한화에스테이트)와 태경화성 두 회사 지분을 실명전환했다.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지원 계열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자 김 회장도 곧장 대응에 나섰다. 공정위는 2013년 대기업 계열사 간의 부당한 내부 거래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 가운데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 원 이상이거나, 내부 매출 거래 비중이 12%가 넘는 곳이 규제 대상이 됐다.
경비·시설관리 계열사인 SNS에이스도 타깃이 됐다. SNS에이스는 그룹 시설 관리와 정보통신 공사, 경비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2014년에도 전체 매출 877억 원 가운데 62.7%에 해당하는 550억 원을 계열사 일감을 통해 벌어들였다.
김 회장은 2015년 들어 SNS에이스 100% 지분(10만 2000주)을 모두 한화63시티에 매각했다. 처분 가격은 총 180억 원이었다. 김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SNS에이스도 자연스럽게 공정위 칼 끝을 피하게 됐다.
현재 김 회장 개인회사는 '태경화성' 단 한 곳만 남았다. 태경화성은 1983년 설립됐으며 화공약품과 유독물 판매, 보관, 운송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2013년 실명전환 전까지는 정경오 전 대표가 65.17%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였다. 나머지 지분 34.83%는 김 회장 누나인 김영혜 씨가 보유했다.
실명 전환을 통해 65.17%를 확보한 김 회장은 지난해 지분율을 100%까지 끌어올렸다. 태경화성이 2대 주주인 김영혜 씨 지분을 매입한 후 소각하면서 김 회장 단일 주주 체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태경화성은 한화그룹 케미칼 사업 수직 계열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한화케미칼과 밀접한 사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에도 한화케미칼에서만 총 461억 원 어치의 상품을 매입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74.7%에 해당하는 규모다.
안정적인 수익구조 덕분에 매년 15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특히 김 회장 실명전환 후부터는 공격적인 배당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실제 태경화성은 2015년 들어 순이익(12억 원)보다 두 배 더 많은 25억 원을 배당했다. 2016년과 지난해에도 16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지분율에 따라 김 회장은 37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특히 올해부터는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한 만큼 배당 이익을 온전히 향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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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정위의 일감 지원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엄밀히 말하면 태경화성은 일감 규제 대상이 아니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계열사 매출 비중이 낮다. 한화케미칼 등 계열사들로부터 상품을 매입할 뿐, 실제 매출 활동은 그룹 밖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오너일가의 사익편취 사각지대 해소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태경화성 조차도 2013년 오너가 실명 전환이 이뤄진 이후부터는 내부거래량을 크게 줄였다. 실명 전환 직전해인 2012년, 태경화성은 총 726억 원 어치의 상품을 그룹사에서 매입했다. 이 상품으로 기업활동에 나서면 87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실명 전환 당해인 2013년, 매입액이 482억 원으로 줄었다. 전년 대비 33%나 감소한 규모였다. 취급 상품이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매출액도 600억 원 대로 감소했다. 지난해 실적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 회장 역시 정부 규제와 시장 분위기 등을 고려해 태경화성 지분 처리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김 회장은 개인회사였던 SNS에이스를 계열사에 처분한 경험이 있다. 규제 대상이었던 광고 계열사 '한컴' 매각과 3세 소유 '한화S&C' 기업분할 등 일련의 한화그룹 대응전략도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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