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式 키워드 '신사업·직접 출자' [코오롱 닻올린 4세승계]①수처리·IT·제약 등 책임 투자, 아들 이규호 상무 '동일 행보'
박창현 기자공개 2018-02-28 08:13:06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2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웅열 회장은 '불혹(不惑)을 맞이하던 해 아버지 이동찬 명예회장에 이어 코오롱그룹 수장이 됐다. 꽃길이 예상됐던 오너 3세는 예기치 못한 풍랑을 만났다. IMF 금융위기가 몰아치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취임 후 계열사 수를 절반 가까이 줄이며 군살을 뺐다.곧 안정기가 찾아왔지만 혈기 넘쳤던 젊은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것을 느꼈다. '도전과 책임' 두 단어가 뇌리에 박혔다. 구조조정 광풍을 겪으면서 얻게 된 교훈이었다. 이후 이 회장은 철저한 책임 경영 기조 아래 확장 행보를 걸어왔다. 수처리와 환경, IT, 바이오 사업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후계 승계가 본격화됨에 따라 코오롱 경영 정신은 그대로 4세에게 계승되고 있다.
|
이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 상무는 최근 셰어하우스 전문 계열사인 '리베토'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 상무가 계열사 대표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셰어하우스 사업은 그룹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부동산 서비스 수익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성장 잠재력도 높다는 평가다.
주목할 점은 출자 구조다. 이 상무는 리베토 대표를 맡으면서 동시에 자본금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리베토는 지난 달 자금 확보를 위해 총 140억원 규모의 우선주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 때 이 상무가 15%에 해당하는 36억원을 직접 출자했다. 셰어하우스 사업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아직 시장 초기 형성 단계인 만큼 실패 가능성도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이 상무가 스스로 자본 손실 리스크를 안고 신사업 돛을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
이 같은 책임 경영 행보는 3세 이 회장 때부터 내려오는 방식이다. 이 회장 또한 신사업 진출시 선두에 나서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자본금을 직접 출자하는 방식으로 재무적 리스크 또한 함께 짊어졌다. 코오롱환경서비스와 코오롱베니트, 코오롱워터텍, 코오롱생명과학, 티슈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수처리 사업 초기 단계부터 관련 계열사에 직접 투자를 단행했다. 대표 수처리 계열사인 코오롱환경서비스는 설립 당시 코오롱글로벌 100% 자회사였다. 하지만 2006년 8월 이 회장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지분 40%를 8억원에 확보했다. 2년 후 추가 확보 자금을 활용해 ㈜코오롱의 멤브레인(수처리 여과막) 제조 부문을 27억 원에 양수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충하면서 고공 성장 토대가 마련됐다. 실제 2007년 25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은 2011년 1000억원을 돌파했다.
코오롱워터텍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은 2009년 이후 60% 수준이었던 지분율을 조금씩 늘려 나갔다. 2009년 유상증자 참여와 2011년 추가 지분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79.51%까지 높였다. 이 회장의 자금 지원을 등에 업고 외형 성장에 속도를 내면서, 코오롱워터넥은 5년새 6배(101억원→692억원)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IT도 개척 분야 중 하나다. 전산 관리 개념이 생소하던 1999년, 코오롱은 미국 컴퓨터쏘시에이트(CA)와 합작사 코오롱베니트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 이 회장은 10% 지분을 출자했다. 2006년 합작 청산 때 사업 파트너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20%를 사들이면서 핵심 주주로 등극했다. 이후에도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49%까지 끌어올렸다. 코오롱베니트는 2016년 말 기준으로 매출 3937억원, 영업이익 136억원을 올리는 알짜 계열사로 성장했다.
바이오는 책임 경영의 최고 성공작이다. 이 회장은 바이오 계열사인 코오롱생명과학 지분을 14.3% 보유하고 있다. 설립 때부터 주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신규 자금을 조달할 때도 기꺼이 사재를 투입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05년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로부터 의약품 사업을 양도 받으면서 성장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BW 유입 자금은 성장 밑거름이 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환율 하락과 고부가 제품 매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1000억원 대 매출을 유지했다. 이 회장이 액면가(500원)와 BW 전환가(2만 5670원)로 취득한 주식은 현재 주당 9만원이 넘는다. 21일 종가(9만 3700원) 기준으로 보유 주식 평가액만 1026억원에 달한다.
초기 투자를 책임졌던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개발업체 '티슈진'도 복덩이다. 이 회장은 초기 자본 출자와 우선주 투자를 통해 티슈진 지분 17.84%를 들고 있다. 현재 해당 주식 가치는 5412억원 수준이다. 각종 투자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수 백억원의 투자 차익이 기대된다.
업계는 이 상무 또한 아버지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신사업에 직접 투자하고 경영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경영 수업 과정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셰어하우스 외에 그룹 신사업 분야가 새로운 도전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