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림' 그리는 투자…공정위 규제도 변수 [코오롱 닻올린 4세승계]②이웅열 회장, 수직계열 중심…이규호 상무, 외부매출 신사업 타깃
박창현 기자공개 2018-03-05 08:00:52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3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과 장남 이규호 상무는 같은 듯 다른 승계 행보를 걷고 있다. 이 회장은 수직 계열화 주축 계열사를 중심으로 투자에 나선 반면 이 상무는 외부 매출 비중이 높은 블루오션 신사업을 투자 타깃으로 삼았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내부 일감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승계 대응 전략에도 변화를 준 것으로 분석된다.이 회장은 그룹 재건과 사업 확장 과정에서 직접 사재를 투입하며 선두에 섰다. 특히 그룹 시너지 창출이 용이하거나 수직 계열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계열사가 이 회장의 선택을 받았다. 큰 그림을 보고 투자에 나선 셈이다. 골프장·건물관리 계열사인 '엠오디(옛 마우나오션개발)'와 폐기물 처리 계열사 '코오롱환경서비스', 정보시스템 전문 계열사 '코오롱베니트'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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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오디는 2006년 관광휴양업 및 레저스포츠 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원래 코오롱글로텍 100% 자회사로 출발했지만 이 회장이 지분 매입과 상속 등을 통해 49% 지분을 확보했다. 엠오디는 계열사 건물관리 일감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나갔다. 연간 내부 일감 규모는 약 300억원 수준이었다. 이를 통해 설립 초기 120억원 대였던 매출이 2015년 800억원을 넘어섰다. 부동산이 많은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이 주요 고객사였다.
코오롱환경서비스 역시 코오롱글로벌 100% 자회사였다가 이 회장이 2006년 신규 자금을 출자하면서 지분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당시 8억원을 투입해 총 40%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코오롱환경서비스가 여유 자금으로 ㈜코오롱의 멤브레인(수처리 여과막) 사업 부문을 사들이면서 고공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코오롱환경서비스는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원재료를 매입해서 코오롱글로벌로부터 폐기물 공사 수익을 거두는 수직계열 징검다리 역할을 맡고 있었다. 수처리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룹 시너지 창출의 수혜자가 됐다. 2015년에는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 해 매출의 31.6%에 해당하는 326억원이 내부 거래를 통해 창출됐다.
다만 수직 계열화 중심의 투자 전략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힘을 잃고 말았다. 공정위는 2013년 대기업 계열사 간의 부당한 내부 거래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 가운데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 원 이상이거나, 내부 매출 거래 비중이 12%가 넘는 곳이 규제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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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이후 적극적으로 규제 대응에 나섰다. 먼저 엠오디는 내부 매출 비중이 큰 건물관리 사업부문을 별도법인(코오롱엘에스아이)으로 분리했다. 골프장과 리조트 사업만 남으면서 300억원이 넘었던 내부 매출액이 25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분리된 일감 수혜 계열사와 이 회장 간 직접적인 지분 고리가 끊어지면서 공정위 규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코오롱환경서비스의 경우 지분 맞교환 카드를 썼다. 이 회장은 작년 말 수처리 계열사 코오롱환경서비스(40%)와 코오롱이엔지니어링(79.5%) 보유 지분을 모두 ㈜코오롱 자회사인 '코오롱에코원'에 넘겼다. 대신 지분 출자 대가로 코오롱에코원 지분 18.2%를 받았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내부 거래 계열사 지분을 완전히 정리함과 동시에 코오롱에코원 취득 지분율을 규제 마지노선인 20% 밑으로 맞춰 잠재 리스크까지 제거했다.
이 같은 우여곡절은 4세 승계 전략의 가이드라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상무도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신사업 진출과 직접 출자 방식으로 승계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 다만 공정위 규제 강화를 고려해 외부 매출 비중이 높은 '셰어하우스' 시장을 투자 대상으로 정했다. 개인 공간을 제외하고 주방과 욕실 등 공동 공간을 공유해 경제적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 사업 접근 포인트다. 주요 고객도 1인 가구 등 불특정 다수다. 외부 매출 비중이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셰어하우스 사업 특성상 그룹 내부 시너지보다는 시장 성장성에 더 큰 기대를 걸어야 한다"며 "코오롱 오너일가 또한 이 같은 업황 특성을 고려해 투자 대상을 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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