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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 신용 안정적…핀테크 위협 크지 않다" [2018 Credit Forum]옥태종 무디스 한국 금융 섹터 연구원

이길용 기자공개 2018-02-26 13:17:51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3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정적인 크레딧을 자랑하는 국내 은행과 증권사가 협업을 통해 핀테크(Fintech)의 위협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은행과 증권사는 각각 가계부채와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지연이라는 악재가 있지만 워낙 펀더멘탈이 우량해 신용도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기술을 무기로 은행과 증권사들의 영역을 침범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기존 은행과 증권사들이 협력을 통해 고객들과의 관계를 무기로 이들의 위협을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는 핀테크가 은행과 증권사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으로도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옥태종 무디스 한국 금융 연구원
23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8 thebell Credit Forum에서 'Financial institutions-korea'를 주제로 옥태종 무디스 한국 금융 섹터 연구원이 발표하고 있다.

옥태종 무디스(Moody's) 한국 금융 섹터 연구원(사진)은 "아시아 태평양 금융기관들의 전망이 2017년 부정적에서 2018년 안정적으로 조정됐다"며 "최근 글로벌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주요 평정 요인이지만 핀테크가 기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판단도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한국 은행과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국내 은행업의 경우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글로벌 경기 성장에 발맞춰 한국도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건설과 조선산업에서 추가 부실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계부채의 증가율도 정체되면서 다른 국가들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어 신용도에는 큰 영향이 없다.

증권사들은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한 점에서 '안정적' 전망을 평정받았다. 기존에는 브로커리지 수입에 의존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항공기 금융, IB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돈을 벌어들이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한국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높지는 않지만 수익 안정성이 일본과 마찬가지로 높다. 초대형 IB 인가가 지연되는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자본이 늘어난 상태에서도 리스크 노출도(익스포저) 자체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 신용평가 측면에서는 좋은 신호라는 분석이다.

옥 연구원은 핀테크가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한국 은행과 증권업의 펀더멘탈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신기술의 침범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금융사들의 신용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옥 연구원은 "핀테크는 전통적인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새로운 서비스로 위협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에서는 현금보다 전자결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75%에 달할 정도로 금융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 경제와 중국으로 대표되는 신흥국 국가 모두 기존 금융사들이 협력을 통해 이들의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고객들과의 오랜 관계를 바탕으로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서로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들면서 핀테크의 침공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옥 연구원의 판단이다.

미국에서는 페이팔을 시작으로 구글과 애플 등 IT 기업들까지 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엄청난 덩치를 가진 IT 괴물들이 결제 시장을 장악하려고 하지만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기존에 많은 고객들을 확보한 곳들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거대 상업은행인 JP모간과 웰스파고 등 6개 대형은행은 하나의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 서로 협력하며 핀테크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은행들이 각 국가별로 협력해 하나의 결제 시스템을 만들면서 공조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증권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기술 개발에 나섰다. 본인인증 서비스부터 개발할 예정인데 궁극적으로는 수익성이 낮은 고객 군들에게는 자동화된 서비스를, 거래 규모가 큰 고객들에게는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중국에서는 알리페이 등 간편결제 시장이 선진국보다도 빠르게 형성됐지만 전체 은행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0.1%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옥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사들의 협력 사례와 함께 국내 은행들의 적극적인 대응에 주목했다. 옥 연구원은 "한국은 카카오뱅크로 대표되는 인터넷 은행발 전쟁이 가장 큰 이슈"라며 "아직 가계 대출에서 인터넷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13% 밖에 되지 않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앱과 챗봇 등 새로운 기술을 출시할 예정이며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최근 모바일 API(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를 공개했다. KEB하나은행은 아예 자사 은행 자체의 API를 공개하는 강수를 뒀다.

옥 연구원은 "한국에서는 은행이 핀테크 업체들보다 더 큰 투자 여력이 있고 장기적인 고객 데이터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핀테크가 은행의 경쟁력을 잠식하기보다는 오히려 비용을 효율화하거나 신규 서비스를 개척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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