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8월 20일 09: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범 4년째인 상장지수채권(ETN) 시장은 한동안 조용했다. 한때 국민재테크 상품 반열에 올랐던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저렴한 보수를 내세운 상장지수펀드(ETF)에 비해 인기를 끌지 못했다. 상품 구조가 다소 복잡해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ETN 사업자들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손실제한형 ETN, 변동성지수(VIX) ETN을 선보여 시장을 키우려 했지만 투자자의 반응은 냉담했다.ETN 시장의 긴 침체기 끝에 최근 한국투자증권의 'TRUE 코스피200 양매도 ETN'이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이 상품은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해 코스피200이 -5~+5% 구간에 있으면 매월 옵션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횡보장에 적합한 전략이라는 평가 속에 최근 발행액과 판매액이 각각 8000억원, 6000억원을 넘어섰다.
KEB하나은행이 양매도 ETN 외형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다른 시중은행이 주가연계신탁(ELT) 판매에 영업력을 집중할 때 KEB하나은행은 상품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양매도 ETN을 편입한 신탁 판매를 늘렸다. 우리은행도 ETN 전담 인력을 외부에서 영입하면서 양매도 ETN 판매를 시작했다. 막강한 영업력을 가진 시중은행이 ETN 판매에 본격 나서면서 ETN 시장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규 기초지수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은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양매도 ETN을 출시하기로 하고 기초지수 개발에 한창이다. 한국거래소가 독창적인 ETN 기초지수의 경우 일정 기간 배타적 사용권을 주기로 하면서 사업자들은 기존 양매도 ETN과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이려 하고 있다. 향후 다양한 종류의 양매도 ETN이 나오면 판매사와 투자자의 선택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양매도 전략의 리스크가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양매도 전략을 주력으로 삼았던 자문사가 원금을 잃고 파산에 이른 사례가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다수 ETN 사업자들은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리스크가 크지 않은 전략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판매사도 다수 있는 실정이다. 양매도 ETN으로 발행과 판매를 늘려가려던 사업자들은 뜻밖의 암초를 만난 셈이다.
ETN 시장은 기로에 선 모양새다. ETN 사업자들은 대중성을 갖춘 양매도 ETN을 내세워 주요 클라이언트인 시중은행과 시장을 키워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반짝 흥행 후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은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신규 양매도 ETN에 쏠리고 있다. ETN 사업자들이 리스크를 낮춘 신상품과 운용 성과를 통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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