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티브 인수 나선 KCC, 엇갈리는 신용전망 무디스·S&P 등급하락 경고…국내 3대 신평사 '관망'
강우석 기자공개 2018-10-08 09:57:42
이 기사는 2018년 10월 05일 1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실리콘 회사 모멘티브 인수에 나선 KCC에 대한 신용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인수조건이 확정된 뒤 영향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해외 신용평가사들은 등급전망(아웃룩)을 즉각 조정하며 재무지표 악화에 우려를 표했다.KCC그룹은 지난달 13일 원익그룹, SJ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모멘티브(Momentive Performance Materials)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총 인수합병 규모는 3조4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출자규모 외에 구체적인 사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모멘티브는 미국 다우코닝, 독일 와커와 함께 세계 3대 실리콘 및 석영 세라믹 기업으로 꼽힌다. 현재 100여개 국가에 소재한 판매처 4000여곳을 확보하고 있다. KCC가 인수하기로 한 실리콘사업부의 전년도 매출은 21억달러(한화 2조4000억원)였다. 회사의 실리콘 매출(2794억원) 대비 8.6배 많은 규모다. KCC 입장에선 모멘티브 인수시 도료, 건자재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기회를 얻게 된다.
모멘티브 인수로 KCC 신용등급은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다. 도료·건자재 등 기존 사업들은 내수 위주여서 안정성이 높은 반면, 실리콘 부문은 경기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회사가 인수금액 지급보증에 나선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해외 신용평가사들은 즉각 반응했다. 무디스는 KCC(Baa2)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지난달 15일 밝혔다. 거래 진행 경과와 완료, 재무레버리지 비율 등을 감안하면 한 단계(Notch) 이상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이틀 뒤인 17일에는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여기에 가세했다. KCC(BBB)를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하며 신용등급 추가 하락 가능성을 내비쳤다. S&P는 인수대금 상당 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할 경우 조정 레버리지 비율이 지난해 말(2.8배)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각각 17일과 19일, 한국기업평가는 21일 KCC의 모멘티브 인수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구체적인 인수조건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당장 신용등급을 조정할 필요는 없다는 공통된 입장을 내놨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 이번 인수합병이 KCC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엔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회사가 제공한 지급보증은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KCC는 총 인수금액 중 3조 930억원(약 91%)에 지급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자칫하면 KCC 재무안정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동은 한국기업평가 평가2실 수석연구원은 "KCC의 현재 재무구조와 유동성을 감안하면 인수금액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본건 인수를 위한 차입금은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모멘티브 인수 후 추가 지원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도 향후 신용등급 산정에 변수로 지목된다. 시장에서는 KCC 향후 등급전망(아웃룩)이 이번 본평가에서 조정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KCC는 오는 30일 3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절차를 준비 중이다다. 최근 주관사단을 꾸린 뒤 만기조건, 증액발행 여부 등을 논의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인수 이후 지급보증과 차입부담을 고려해 KCC의 아웃룩을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사업다각화의 반대 급부인 재무부담을 기관투자자들이 어떻게 평가할 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