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1월 18일 08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양'은 휴대용 부탄가스 브랜드 썬연료로 유명한 코스닥 상장사다. 과점 시장 지배자 지위를 구축하면서 최고 수준의 수익 창출력과 재무구조를 자랑하고 있다. 풍족한 곳간 덕분에 무차입 경영기조도 이어나가고 있다.초우량 강소기업인 태양은 최근 외부 변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인 SC펀더멘털과 국내 페트라자산운용이 7.3% 지분을 확보, 경영 참여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펀드 측은 그룹 내 불투명한 지배 구조와 내부 거래, 가족 경영을 문제 삼으며 주주 환원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태양은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 대해 과거 이뤄낸 성과들을 방어 논리로 삼고 있다. 내부 거래가 이뤄지고, 친족 경영을 펼쳤지만 기업 가치를 충분히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한 태양을 보면 납득이 가는 주장이다.
다만 기업의 성장에 비해 주주들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 코스닥 상장사 평균보다 한참 낮은 배당성향이 이를 증명해준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최근 5년간 벌어들인 순이익의 28% 가량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려줬다. 하지만 태양 배당성향은 3분의 1 수준인 8.6%에 불과하다. 그 사이 이익잉여금만 1400억원 넘게 쌓였다.
태양이 포함된 썬그룹은 가족들이 대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현창수 대표의 매제와 처남, 동생, 아들이 임원을 맡고 있다. 이 같은 친족 경영은 태양의 소극적 주주 환원 정책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가족 재산을 지키기 위해 짠물 배당을 고수하고 있다는 논리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펀드 측 제안이 수용될 가능성은 낮다. 현 대표 등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율은 현재 60%에 달한다. 과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주총 때 압승이 예상된다.
다만 진짜 위기는 ' 3% 룰'이 적용되는 2021년부터다. 3% 룰은 상장사의 감사 선임시 최대주주가 의결권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임기를 고려할 때 태양은 2021년 정기 주총 때 감사를 새로 선임해야 한다. 감사 선임은 이사회 진입을 위한 발판이다. 규제가 적용되면 태양도 무풍지대는 아니다. 태양이 긴 안목을 갖고 주주 환원 전략을 짜야하는 이유다.
행동주의 펀드에 무조건 굴복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럼에도 진짜 표 대결이 이뤄졌을 때 누가 편을 들어줄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는 있다. 가족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주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빚을 낼 필요도 없다. 이미 곳간에 1400억원의 잉여금이 있지 않나. 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친족 경영의 새로운 길을 보여줄 기회다. 부족한 부분을 채울 충분한 능력과 여유도 있다. 태양의 진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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