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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SCM 점검]'초우량' 대한유화, 나프타 수급 계획 바꿀까의존도 높은 에쓰오일 석유화학 진출…"해외 수입 비중 높일 것"

박기수 기자공개 2019-07-22 13:12:00

[편집자주]

우리 경제가 일본의 일부 품목 무역 제한 조치로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물론 아직 일본의 수출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대기업마저도 파장 확산에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갈등이 이유가 됐지만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취약함도 근본 원인으로 거론된다. 수십 년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더벨이 부품·소재·장비 산업 대외의존도가 높은 업종·기업을 꼽아 공급망관리(SCM)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9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유화의 생산 제품은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화학 제품이다. 대한유화는 이런 대표 제품들의 주요 원재료인 '나프타'를 에쓰오일과 중동, 인도, 동남아 지역의 정유사로부터 공급받아왔다. 이 중에서도 국내 소재의 에쓰오일로부터 과반의 나프타를 공급받아 왔다. 이러한 공급망 정책을 토대로 대한유화는 업계에서 재무 '초우량' 기업으로 꼽히는 등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대한유화는 2009년 이후 연결 기준 부채비율 100%를 넘겨본 적이 없다. 2010년 초 찾아온 석유화학업계 불황 때도 150%대의 높은 유동비율을 보이며 어려운 시기를 별 탈 없이 이겨냈다.

이후 찾아온 '초호황' 시기에는 벌어들인 순이익을 꼬박꼬박 이익잉여금으로 쌓아두면서 부채비율을 한 차원 더 낮췄다. 올해 1분기 말 대한유화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3%에 불과하다. 1년 내로 상환해야 하는 부채인 '유동부채' 대비 1년 안에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인 '유동자산'의 비율(유동비율)은 275%에 달한다.

888억원의 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산 규모(2조831억원)에 비해 규모가 작을뿐더러 보유 현금성자산(1분기 말 1064억원)보다도 규모가 작아 사실상 무차입 상태다. 올해 1분기 말 대한유화의 순차입금비율은 마이너스(-) 1%다.

석유화학업계의 초호황이 끝났음에도 대한유화는 견조한 실적 추이를 이어갈 전망이다. 2016년 21.5%라는 높은 영업이익률까지는 아니지만, 올해 1분기 매출 5163억원, 영업이익 569억원을 거두며 영업이익률 11%를 기록 중이다.

실적

다만 이랬던 대한유화도 최근 근심거리가 생겼다. 나프타를 공급해주던 주요 공급 라인인 에쓰오일이 더 이상 나프타를 팔지 않고 스스로 소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한유화로서는 해외 의존도를 늘리거나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

에쓰오일은 정유사에서 탈피해 종합 석유화학 업체로 거듭나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 중이다. '1단계 프로젝트'로 잔사유 고도화 시설(RUC)·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ODC) 건설을 완료해 작년 하반기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갔다.

이어 2단계 프로젝트로 얼마 전 스팀 크래커 시설과 또 다른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건설하는 양해각서(MOU)를 대주주 사우디 아람코와 체결했다. 여기서 이 '스팀 크래커'가 나프타를 원료로 써 에틸렌 등을 생산한다. 쉽게 말해 원유를 정제한 정유와 정제 과정에서 나온 나프타를 화학사에 팔던 에쓰오일이, 화학 설비를 갖춰 스스로 나프타를 소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2단계 프로젝트의 완료 시점으로 에쓰오일은 2024년을 설정해 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사 입장에서는 에틸렌 등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를 판매하는 것보다 나프타를 이용해 에틸렌 등을 생산해 가공품을 판매하는 쪽이 더 많은 이윤이 남는다"라면서 "에쓰오일이 스스로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능력이 될 시점이 오면, 굳이 나프타를 타 업체에 공급할 이유가 없어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이 오게 된다면 대한유화로서는 새로운 나프타 공급처를 찾아야만 생산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원활한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불황 때든 호황 때든 유연한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에쓰오일에서 판매하는 나프타를 전량 자가소비할 경우가 생긴다면, 나프타 수입 비중을 늘려가는 쪽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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