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이엔에프테크놀로지]한국알콜이 만든 반도체 소재사…의사 아들이 승계모회사 부설연구소로 시작…KC&A로 지용석 대표 지배력 강화
김슬기 기자공개 2019-07-31 08:21:32
이 기사는 2019년 07월 30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를 개발하는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산업용 알코올 판매를 해오던 한국알콜산업의 신성장 먹거리 고민에서 시작된 회사다. 신사업을 찾던 차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개발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한국알콜산업의 창업자인 지창수 회장은 산부인과 의사를 하던 아들을 불러 사업을 가르쳤다. 바로 그가 지용석 대표다. 본업과 신사업 어느한 쪽도 놓지 않겠다는 의지였다.최근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일본 수출 규제 이후 더욱 주목받는 회사가 됐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일본 수출 규제 품목인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를 생산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 포토레지스트용 원재료 역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서는 국산화 수혜보다는 미국법인 설립에 따른 반도체 판매시장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00년에 설립돼 2009년에 상장된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가총액 2700억원 가량의 회사로 성장했다. 회사는 프로세스 케미칼(신너, 현상액, 식각액, 박리액 등), 화인케미칼(포토레지스트용 원료등), 칼라페이스트 등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전자재료를 주력으로 한다.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는 한국알콜산업이다. 총 26.0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용석 대표는 7.03%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35.75% 가량이다. 한국알콜산업의 지분은 2009년 상장당시만 해도 12%대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경영권 안정을 위해 지분을 늘려왔다. 2016년이 되어서야 현 수준인 26%대까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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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대표는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산부인과 의사 생활을 하다가 1999년 아버지인 지창수 회장의 요청으로 사업일선에 뛰어들었다. 지 대표는 2007년부터 한국알콜산업 대표직을 맡았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2010년부터 대표를 지냈다. 지창수 회장은 이엔에프테크놀로지보다 앞서 설립된 한국알콜산업의 창업자이다. 지 회장은 1980년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하고 국세청 차장으로 퇴임한 뒤 1984년 9월 한국알콜산업을 설립했다. 주정 및 산업용 알코올 판매를 주로 하는 기업이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모회사인 한국알콜산업의 부설연구소로 시작한 곳이다. 한국알콜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설립한 곳으로 전자소재 쪽으로 사업다각화를 하면서 만들어졌다. 반도체와 TFT-LCD(초박막 액정표시 장치)를 만들 때 필요한 감광제(PR) 원료 개발에 성공하면서 독립하게 됐다.
회사 창립 당시 자본금은 5000만원이었다. 감사보고서가 처음으로 나온 2005년에는 자본금이 57억5000만원까지 확대됐다. 2009년 유증을 통해 자본금이 71억원까지 늘었다. 현재도 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8년 컬러 페이스트 국산화에 성공했고, 2009년 LG디스플레이 라인에 들어가면서 회사가 급성장했다. 이 시기에 코스닥 시장에도 입성했다.
현재로서는 모회사인 한국알콜산업보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매출규모나 수익성이 앞서고 있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2016년 매출액(별도)은 총 2893억원, 2017년 3318억원, 2018년 3636억원으로 확대됐고 당기순이익은 194억원, 235억원, 267억원으로 집계됐다. 모회사인 한국알콜산업의 같은 기간 매출액(별도)은 2016년 1838억원, 2017년 2070억원, 2018년 2499억원이었고 당기순이익은 각각 241억원, 163억원, 2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인 한국알콜산업은 KC&A가 총 33.4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해당 기업은 1990년 한국알콜통상으로 시작한 곳으로 1993년 코리아케미컬로 사명이 바뀌었고 2003년 현재의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 한국알콜산업의 원료 구매 및 제품 판매를 위해 설립됐으나 일종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지 대표는 KC&A 지분을 56.74%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자까지 하면 전체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결국 지 대표는 KC&A→한국알콜산업→이엔에프테크놀로지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KC&A의 경우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지분이 70%대였으나 2010년에는 나머지 지분을 모두 인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지분이 100%가 됐다. 자본금은 29억4000만원이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자회사는 총 5개이다. 우선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팸테크놀로지의 지분을 46% 보유하고 있다. 2010년에 설립됐으며 반도체식각액 제조를 담당하고 있다. 일본의 모리타 화학이 32.44%, 한국알콜산업이 14.13%, 삼성물산이 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진솔원(40%), ENF CHINA HOLDINGS(90%), SKC-ENF ELECTORNIC MATERIALS LIMITED(25%), ENF USA HOLDINGS,INC(100%) 등을 자회사로 가지고 있다.
진솔원은 연수원운영, 어업기술개발 및 부동산입대업을 주로 하며 이엔에프테크놀로지 외에도 한국알콜산업과 KC&A가 각각 40%,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자본금은 155억원이다. ENF차이나홀딩스의 경우 후베이성 우한시와 광동성 광저우시, 주하이 등에 법인을 가지고 있다. 해당 생산공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SK하이닉스 등에 식각액을 공급한다.
SKC-ENF ELECTORNIC MATERIALS LIMITED의 경우 SKC와 합작으로 세운 법인이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진출을 위해 ENF USA HOLDINGS,INC를 설립했다. 이는 삼성전자 오스틴SAS의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에 공정용 케미칼 소재를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경우 모회사인 한국알콜산업과 대표 등 최대주주 지분이 35% 정도로 지분율이 충분치는 않지만 지배구조가 불안정하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기업의 경우 일본 수출 규제 수혜기업으로 분류가 되긴 하지만 이 부분보다는 미국법인 설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삼성전자 이외의 현지 반도체 업체와 협력해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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