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은행 판매금지 논의, ELS로 불똥튀나 은행 신탁부 ELT 비이자수익 대부분 차지…증권사 자체헤지 '원천' 위태
최필우 기자공개 2019-09-27 08:15:59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5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진국금리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여파로 은행권의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 금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은행 신탁부에 불똥이 튀게 됐다. 신탁부 비이자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가연계신탁(ELT) 판매도 막힐 수 있어서다. 펀드 관련 부서에서 손실이 났음에도 신탁부까지 핵심 수익원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은행 신탁부, 시중 ELS 50% 이상 판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판매된 ELS 중 은행 신탁부를 통해 소화된 물량은 46조3000억원이다. 전체 발행 금액 86조7000억원의 53.4%에 달하는 금액이다. 시중 ELS의 절반 이상이 은행 신탁부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이어 증권사 일반공모(25.3%), 자산운용사 펀드(8.7%), 퇴직연금(8.2%) 순이다.
은행은 2010년대 들어 ELT 판매를 본격적으로 늘렸다. 특히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각각 매스(mass) 고객과 고액자산가 자산관리 수단으로 ELT를 활용하면서 판매가 늘었다. 여기에 최근 우리은행이 ELT 판매 대열에 합류, 연 10조원 규모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은행 신탁의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늘어났다.
신탁부 관계자들은 최근 논란이 된 DLF가 손실 위험을 수반한 파생상품이라는 점에서 ELT와 같지만 판매와 관리 행태에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은행 WM그룹과 KEB하나은행 WM사업단이 최근 1~2년간 금리 연계 DLF 판매를 급하게 늘리면서 리스크 관리가 미흡했던 것과 달리 신탁부는 10년 넘게 ELT 판매와 상환을 경험했다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은 신탁리스크관리팀 권한을 강화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신탁리스크관리팀을 본부장 직속 조직으로 편재하고 신탁운용부와 조직을 분리해 독립성을 보장했다. 지난해 경쟁사 ELT 판매량이 모두 늘어난 가운데 KB국민은행 판매량은 16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6000억원 가량 줄어든 것도 이같은 리스크 관리 체계가 있어 가능했다.
우리은행 신탁부는 증권사에서 파생상품 전문 인력을 영입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쿠폰금리가 다소 낮아지더라도 변동성이 작은 기초자산 중심의 상품 라인업을 꾸리는 식이다. 2017년과 2018년 ELT 판매를 급하게 늘렸다는 점을 감안해 올들어서는 판매량 확대보다 기존 ELT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판매되는 ELT 대부분이 리자드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리자드형 ELS는 첫번째 또는 두번째 평가일에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도 기초자산이 리자드 배리어(barrier)를 터치하지 않으면 상환이 가능하다. 2016년 홍콩H지수(HSCEI) 급락으로 홍역을 치른 후 리자드 ELS가 빠르게 자리잡으면서 안정성이 확보됐다는 평이다. 지난달 코스피200과 HSCEI 급락으로 조기상환 지연 우려가 다시 불거졌으나 리자드형 구조 덕에 상환 규모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손실 위험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2016년 위기를 거치면서 ELT 구조와 관리 측면에서 발전이 있었다"며 "파생상품 판매가 금지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도 좋은 투자 선택지 중 하나를 잃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판매금지시 발행사도 '직격탄'
핵심 클라이언트인 은행을 잃으면 ELS 발행사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과거엔 고수익 추구 종목형 ELS가 시장을 제패했으나 요즘은 연 4~6% 수익을 추구하는 지수형 ELS가 90%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판매 채널도 증권사에서 은행으로 이동했다. 올해 다양한 기초자산을 활용하는 DLS의 발행 증가가 예상됐지만 최근 손실 사태로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여 ELS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발행 수수료가 반토막나는 것 뿐만 아니라 ELS 헤지 운용 비즈니스도 존폐 기로에 설 수 있다. 몇몇 증권사들은 자체 헤지 북을 활용해 ELS 헤지 운용으로 쏠쏠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영증권 등이 자체 헤지 운용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는 대표적인 증권사다. 이곳들은 세일즈 핵심 채널인 은행이 막히면 원활한 트레이딩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증권사 관계자는 "ELS 비즈니스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매가 전면 금지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관련 규제는 강화될 것으로 보여 세일즈와 트레이딩 조직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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