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입과정은…운용사 직접소싱 등 채널 '다양화' [해외 비상장투자 점검]②증권사 셀다운 의존→운용사 자체 소싱…발행주관사·브로커리지·부띠크 '확보'
이민호 기자공개 2019-11-07 13:00:00
[편집자주]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리테일시장에 소개된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펀드에 최근 고액자산가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우버와 리프트가 상장 이후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다 위워크가 기업공개(IPO)에 실패하며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에 대한 우려도 확산됐다. 해외 비상장주식에서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고평가된 상태로 국내에 유입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헤지펀드들의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30일 15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춤하지만 지난 수년간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펀드가 흥행하면서 소싱 채널도 다양화되고 있다. 과거 국내 투자은행(IB)에 의존해 일부 셀다운 물량을 받아왔던 운용사들은 해외기업 신주 발행주관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직접 소싱에 나서고 있다.국내 프리IPO시장 큰손으로 평가받는 디에스자산운용은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해외 비상장주식 발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링크자산운용은 해외 IB 근무경험이 있는 인력들의 개인 네트워크로 다른 하우스와는 차별화된 물건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운용사 자체소싱 '확대'…해외 주관사·브로커리지·부띠크 네트워크 '다양'
운용업계는 펀드 형태로 국내 리테일시장에 판매되는 해외 비상장주식 물량이 크게 두 가지 채널을 통해 유입된다고 보고 있다. 국내 IB가 소싱한 이후 운용사에 셀다운하는 방식과 국내 운용사가 자체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해 직접 소싱하는 방식이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펀드에 편입되는 해외 비상장주식은 국내 IB가 소싱한 물량이 대부분이었다. 해외 비상장주식 발행 주관사가 앵커투자자 유치 등 현지에서 자금을 상당 부분 조달하면 또 다른 해외 IB가 남은 물량에 대한 해외 세일즈를 담당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국내 IB는 이들 해외 IB로부터 비상장주식을 확보하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 국내에 풀리는 물량에는 해당 해외 IB 몫의 수수료만큼 가격이 더해진다.
당시 국내로 유입되는 물량 자체가 적어 대부분 증권사 신탁 형태로 설정됐으며 운용사 수요도 미미해 셀다운 이후 펀드 형태로 리테일시장에 소개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펀드를 일종의 비히클로만 이용하는 만큼 운용사가 가져가는 보수도 낮은 수준이었다.
최근에는 운용사가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해 직접 소싱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운용업계는 최근 국내에 풀린 물량의 약 80%가 운용사 자체 네트워크를 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운용사가 여전히 국내 증권사를 통하지만 정작 이들 운용사가 내놓는 상품은 그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반면 직접 소싱 네트워크를 갖추고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소수의 운용사는 지속적으로 상품을 리테일시장에 소개하고 있다.
이들 운용사는 해외 비상장주식 발행주관사와 직접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중간 유통과정 없이 국내로 물량을 들여오기 때문에 과거보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재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이 대부분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대부분 미국 발행주관사와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업사이드가 있는 비상장주식이라면 수시로 해당 물량을 소싱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비상장주식 브로커리지 라이선스를 보유한 해외 IB, 싱가포르나 홍콩에 위치한 IB나 부띠크, 해외에 진출해있는 국내 벤처캐피탈(VC)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이런 루트를 통할 경우 수수료가 붙어 현지 발행주관사로부터의 직접 조달보다는 비용이 올라갈 수는 있다.
A 운용사 관계자는 "예전처럼 국내 IB에 수수료를 많이 주고 딜을 가져오는 시대는 지났다"며 "운용사가 원하는 물건을 가진 네트워크를 자체적으로 모두 확보해놓은 이후 가장 비용 효율적이고 안전한 거래가 가능한 곳을 골라 소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디에스운용, 장덕수 회장 네트워크 '탄탄'…링크운용, 해외IB 경험 인력 '차별화'
국내 운용사가 적극적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던 데에는 최근 몇 년간 해외 유니콘 기업의 대규모 자금조달 수요가 바탕이 됐다. 미국 오피스 공유업체 위워크(Wework)나 미국 차량 공유업체 우버(Uber) 등 유니콘 기업은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실제 이익 가시성은 떨어지는 상황에서 플랫폼 장악력을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글로벌 벤처펀드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유니콘 기업 투자에 불을 지폈다.
이런 배경으로 발행된 물량은 미국 현지에서 대부분 소화됐지만 소화되고 남은 물량이 글로벌시장에 풀리기 시작했다. 기업으로서는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서라도 필요한 자금규모를 맞춰야했다. 여기에 이들 유니콘 기업의 기업가치가 상승하자 신주보다 낮은 가격에 구주를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이 엑시트 목적으로 보유주식을 글로벌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국내에서 해외 유니콘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었던 만큼 국내 운용사도 이 틈을 파고들었다.
국내 운용사가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 전문인력을 꾸준히 확보한 점도 주효했다. 운용업계는 국내에서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에서 선두에 있는 대표적인 하우스로 디에스자산운용을 꼽는다. 디에스자산운용을 국내 비상장주식 투자 명가로 발돋움시킨 장덕수 회장은 일찍부터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에스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비상장주식을 담은 펀드를 소개하기 시작했는데 장 회장과 더불어 실무에서는 박경도 대체투자본부 팀장이 키맨으로 꼽힌다. 박 팀장은 디에스자산운용 합류 전 제이앤제이자산운용과 코레이트자산운용에 근무했으며 지난해부터 미국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Lyft)뿐 아니라 콘텐츠기업과 미디어기업 등 다양한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를 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증권사 PB는 "장덕수 회장의 현지 네트워크가 좋다보니 해외 비상장 딜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고 있다"며 "국내로 들여오는 비상장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나쁘지 않고 워낙 알려진 하우스라 고객들도 신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디에스자산운용이 국내 비상장주식 투자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까지 보폭을 넓혔다면 링크자산운용은 해외 IB 근무경험을 갖춘 인력들이 포진해 개인 네트워크가 탄탄한 곳으로 꼽힌다. 신태식 대표는 모건스탠리증권 일본법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신두식 부사장은 메릴린치증권 일본법인과 노무라증권 일본법인을 거쳤다. 다만 신 대표는 주식운용 전문가로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에서는 신 부사장이 키맨이라는 평가다. 신 부사장은 일찍이 미국 민간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X(SpaceX) 비상장주식을 편입한 펀드를 설정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고 최근에는 미국 매트리스 제조업체 투자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C 증권사 PB는 "신두식 부사장의 일본 IB 쪽 네트워크가 탄탄하기 때문에 다른 운용사에서 하지 못하는 딜을 소량이지만 단독으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며 "링크자산운용 임직원들도 해당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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