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상속재산분할]오너일가 '분쟁 위험' 해소…'가족 경영' 시작된다KCGI 위협 맞서 집단 경영체제 구축 관측…'조현아 경영복귀' 전망
고설봉 기자공개 2019-11-06 13:20:27
이 기사는 2019년 11월 05일 1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유산 상속을 마무리 지으며 '오너일가 분쟁 리스크'를 잠재웠다.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사망 뒤 불거졌던 '갈등설'이 일단락 되고, 오너일가 전원이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의 '집단 경영체제'가 도래했다. 현재 유일하게 한진그룹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복귀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5일 한진그룹 및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 일가의 상속재산 분할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오너일가간 이견을 모두 봉합하고 '전원 합의'에 따른 상속절차가 완료된 뒤, 곧바로 지난달 31일 상속신고서를 제출했다. 향후 상속세 납부 등 과정이 남았지만 이미 한진칼 등 주요 계열사 지분 분할이 완료된 만큼 상속 절차는 모두 끝난 것으로 보인다.
오너일가간 한진그룹 경영권 행사에 대한 윤곽도 드러났다. 한진그룹 최대주주이자 최고 경영자였던 조 회장 사망 뒤, 그에게 향했던 '권력 집중도'가 이완되면서 지배구조 및 경영권에 누수가 생겼다. 틈을 메우고 한진그룹을 이끌 새로운 리더를 세우는 일이 조 회장 사후의 최대 과제로 부상했었다. 상속재산 분할은 단순히 재산을 나누는 과정 이상으로 조 전 회장에 집중됐던 '권력'을 가족들이 어떻게 '분산'하는가에 대한 논의의 과정이었다.
결과적으로 한진그룹 경영체제는 특정인에 대한 '권력 집중도'가 해체된 형태의 '집단 경영체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너일가 중 한 사람이 전권을 쥐고 단독경영을 하기보다, 오너일가가 모두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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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조 전 회장 사망 뒤, 출범한 조원태 회장 체제가 뒤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공정위 총수 지정' 과정에서 오너일가간 갈등이 표면화 했지만, 결국 오너일가의 합의로 조 회장을 '총수'로 지정했다. 조 회장은 그룹 후계구도의 상징적인 인물이고, 자녀 3명중 가장 오랫동안 그룹 핵심인 대한항공에서 후계수업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런 점에서 그룹을 대표해 전면에 나설 적격자로 평가 받고 있다.
실제 조 회장은 2004년 대한항공에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계속해서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에서 경력을 쌓았다. 대한항공 경영기획팀, 자재부 총괄팀장을 거쳐 상무보로 승진했다. 임원에 오른 뒤부터는 여객사업본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0년 1월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한 뒤, 2011년 경영전략본부장, 2013 부사장에 올라 화물사업본부장을 맡았다.
2014년에는 대한항공 경영전략 및 영업부문 총괄부사장 겸 그룹경영지원실장에 올랐고, 한진칼 대표이사로도 선임됐다. 2016년 한국공항, 진에어 등 계열사 대표이사로도 선임됐다. 2017년 1월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올 4월 한진그룹 회장에 선임되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총회(AGM) 의장 및 집행위원회 위원 선출, 스카이팀 회장단 의장에 오르며 한진그룹은 물론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조 회장이 전면에 나서 그룹을 이끄는 형태의 경영자 역할에 집중한다면, 다른 가족들은 후방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로 집단 경영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는 정석기업 고문으로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도 한진칼 전무(정석기업 부사장 겸직)로 경영에 복귀했다.
이 고문은 조 회장 생전에는 일우재단 이사장 역할을 수행하며 그룹 경영과는 무관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지난 5월 조 회장의 '총수 지정 갈등' 사태를 계기로 그룹 경영에 직접 나서며 상황을 정리했다. 당시 오너일가 합의가 지연되면서 조 회장의 총수 지정이 늦어지는 가운데 이 고문이 법무법인 광장 등을 직접 방문해 총수 관련 현안을 풀어냈다. 곧바로 6월부터 이 고문은 정석기업에 적을 두고 한진그룹 경영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한진그룹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이명희 고문이 조양호 회장 사망 뒤 그룹 계열사로 출근하며 그룹 경영 전반을 챙겼다"며 "계속 재단일은 아니고, 그쪽(한진그룹)일을 보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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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무도 이 고문과 같은 시기 경영에 복귀했다. '물컵 갑질' 사건으로 진에어 경영에서 물러난 뒤 약 1년여 만의 복귀였다. 조 전무의 공식 직책은 CMO(Chief Marketing Officer)로 신사업 개발과 사회공헌 등 그룹 마케팅 업무를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역할이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적을 두고 있는 만큼 그룹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
더불어 이 고문과 조 전무가 그룹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정석기업에 같은 시기 경영 복귀한 점도 집단 경영체제 합의에 따른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정석기업 경영에 나섬과 동시에 조 회장은 정석기업 등기임원에서 사임했다. 조 회장이 한진칼을 중심으로 그룹 전반을 이끄는 대신, 비상장사이자 그룹 자산을 관리하는 핵심 법인인 정석기업 경영에서 제외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공백을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채워 권력의 균형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향후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의 경영 복귀도 점쳐진다. 최근 조 전 부사장은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면세박람회에 참석했다. 지난 2014년 '땅콩회항' 사건 이후 경영에서 물러나 공식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세계면세박람회에도 최근 4년 가까이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기내 면세점 관계자들과 함께 미팅에도 참석해 업계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의 경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 호텔과 면세점 사업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이번 박람회 참석은 경영 복귀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한진칼로 곧바로 경영 복귀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아직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고,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조 전 부사장은 이에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고문의 경우 항소해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이 상장사인 한진칼보다 비상장사인 정석기업으로 1차 경영 복귀할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한진칼의 경우 KCGI와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이고, 그룹을 대표하는 상장사이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 경영 복귀에 대한 기류가 있다"며 "재판 등 외부 요인이 있겠지만, 결국 복귀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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