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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의 진화]범현대가, 미래 대비 똘똘 뭉치나현대차·현대중공업그룹 수소기계 개발 맞손, 산업혁명 격변기 협력 확대 주목

김경태 기자공개 2020-02-24 08:49:01

[편집자주]

자동차와 모빌리티가 전자기기와 스마트폰을 밀어내고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주요 전시 아이템이 된 지도 오래다. 4차산업의 주요 물줄기가 '모빌리티'가 될 것이라는데 이제는 이견이 없어 보이는 시대다. 국내 다수의 기업이 참석한 '2020 CES' 역시 '이동 수단, 자율 주행, 공유 경제, 전기 구동' 등 모빌리티 기술이 미래 주요산업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제조·금융·건설·IT 등 전 산업을 가리지 않고 파고들고 있는 모빌리티 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국내 기업들이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1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그간 모빌리티 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수소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동시에 국내외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와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부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주목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범(汎) 현대가와의 협력은 사실상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이번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와 수소 분야에서 맞손을 잡고 대대적으로 외부에 알리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각종 산업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는 가운데 범 현대가가 '미래 대비'라는 명분 아래 활발하게 협력을 이어갈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런 움직임에서 어느 곳이 주도권을 가져갈지도 관심이 모이는 부분이다.

◇현대차그룹·현대중공업그룹, 수소 시대 대비 협력

이달 18일 경기 용인시에 소재한 현대건설기계 연구소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건설기계는 '수소연료전지 건설기계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박순찬 현대차 연료전지사업실장(상무), 금영범 현대모비스 연료전지사업실장(상무), 황종현 현대건설기계 산업차량 R&D 부문장(상무), 김승한 현대건설기계 건설장비 R&D 부문장(상무) 등이 참석했다.

앞으로 3사는 수소연료전지 건설기계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올해 내에 수소연료전지 지게차를, 2021년까지 수소연료전지 굴착기의 시제품을 제작할 계획이다. 그 뒤로는 실증 시험을 거쳐 오는 2023년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 적용된 지게차와 굴착기의 상용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번 협력이 가지는 의미는 현대차그룹이 단순히 자동차를 넘어 건설기계에까지 수소 역량을 확대한다는 점이다. 또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점은 파트너인 현대건설기계가 범 현대가에 속하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라는 것이다. 현대건설기계는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에서 인적분할 방식으로 설립됐다. 정 이사장이 지배하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최대주주로서 현대건설기계를 거느리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수소 경제 주도를 위한 의지와 숙부와 사촌의 미래 시대 대비에 관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협력으로 이어진 셈이다. 과감한 협업은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양측이 '윈윈(Win-Win)'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개발될 수소 건설기계에 적용되는 연료전지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할 예정이다. 개발된 수소연료전지 지게차와 굴착기에 대한 지속적인 성능시험과 품질 평가를 진행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담당한다. 현대건설기계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한 지게차와 굴착기의 설계와 제작을 담당하며, 개발된 건설기계에 대한 종합 평가를 진행한다.

현대건설기계는 세계 140개 국가 540여 개의 딜러망과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지의 해외법인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중공업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건설기계 분야의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를 비약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게 됐다.

◇과거 만도 인수 당시 보여준 '혈연', HDC그룹 아시아나항공 주목

고 아산 정주영 창업주가 이룩한 '현대 제국'은 그의 형제와 2세를 거치면서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그들은 아산의 기일에 모두 한자리에 모이며 같은 뿌리에서 왔음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지만, 서로 으르렁거렸던 시기가 있었던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 사례가 현대건설 인수전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하나로 뭉치며 재계와 일반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인식을 각인시키기도 했다. 대표적이었던 것이 한라그룹의 만도 인수다. 한라그룹은 아산의 동생인 고 정인영 회장이 이끌었다. IMF외환위기와 함께 부도를 맞이하면서 1999년말 만도를 JP모간과 UBS캐피탈이 합작해 만든 투자회사 선세이지에 매각했다.

그 뒤 2008년초 한라그룹 2세대인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만도를 되찾는데 성공한다. 당시 범 현대가의 도움이 큰 보탬이 됐다. 아산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 회장이 이끄는 KCC그룹이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무엇보다 만도의 최대 거래처이자 인수전에 일부 발을 담그기도 했던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이 암묵적인 동의와 지원을 결정한 부분이 중요했다고 알려져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이달 밝힌 협력은 중요한 순간에 범 현대가가 언제든지 다시 손을 잡고 뭉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러 갈래로 나눠진 범 현대가 계열사들이 각각의 장점을 공유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작업은 외부와의 협력보다 속도, 신뢰를 비롯한 여러 나름대로의 장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범 현대가로 눈을 넓혀 보면 미래 시대에 여러 협력이 다발적으로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미 협업하는 곳으로는 한라그룹이 대표적이다. 만도와 같은 내로라하는 자동차부품사를 보유하고 있고, 최근 자율주행 분야에서의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현대차그룹과 사업적으로 거래를 하고 있는데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정몽익 회장의 코리아오토글라스도 마찬가지다.

또 친환경, 모빌리티 혁명이 거의 모든 산업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백화점그룹, 현대해상 등 이종산업에 속한 범 현대가 계열사들도 협력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가장 주목되는 기업 중 하나는 정몽규 회장의 HDC그룹에 인수된 아시아나항공이다. 항공 역시 주요 이동수단 중 하나로 미래 모빌리티 혁명에서 주목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월 CES에서 우버와 함께 개발한 개인용 비행체(PAV·Personal Air Vehicle) 콘셉트 모델을 공개하면서, 자동차를 넘어선 이동수단에서의 성과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범 현대가와의 협력으로 자신뿐 아니라 범 현대가의 다른 기업들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끼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실적발표에서 "범 현대가와 신규 사업 시너지를 통한 실적개선을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 범 현대가 협력 주도권, 현대차그룹에 무게중심

범 현대가가 급변하는 미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뭉치게 된다면 어느 곳이 주도권을 가질지도 관심이다. 당연히 서로가 이익을 나눠 갖고 동등하게 협력하겠지만 결국 무게 중심은 현대차그룹으로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범 현대가에 속한 다수의 그룹, 기업들은 이동수단과 관련이 없거나 모빌리티 혁명에 대한 대비를 비교적 최근에서야 시작했고 지식을 습득하면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국내 재벌 중 가장 앞서고 있다고 평가된다. 익히 알려진 자체 기술개발과 다수의 외부 지분투자와 협력으로 국내외 대기업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수소 분야와 관련해서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도적인 위치에 있다. 현대차는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 의 공동 회장사로 정 수석부회장은 세계에서도 수소 경제를 주름잡는 위치에 있다. 수소위원회는 지난 2017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출범한 수소 관련 글로벌 CEO 협의체다. 에너지, 화학, 완성차 및 부품 업체 등 전 세계 주요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1월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에 참석한 정의선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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