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리포트]전인미답 경지 밟는 제네시스, 렉서스 제쳤다미국 IQS 이어 VDS 1위 차지, 글로벌 경쟁 럭셔리브랜드 따돌려…판매량 증대 이끌듯
김경태 기자공개 2020-02-14 09:22:14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3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12월 국내에서 개봉해 영화팬과 자동차 매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헐리우드 영화 '포드V페라리(FORD v FERRARI)'. 회사의 부진을 타개하려는 헨리 포드 2세(Henry Ford II)는 스포츠카 레이스를 장악한 페라리와의 합병을 추진하려 담당 임원을 보내지만, 엔초 페라리에 치욕스러운 말을 듣고 쫓겨난다. 포드는 캐롤 셸비(맷 데이먼)와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라는 인재를 영입해 결국 페라리를 왕좌에서 끌어내리는데 성공한다.영화 속 스토리의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이지만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흐른 현재의 현대자동차의 상황과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 현대차는 고 아산 정주영 창업주의 손을 거쳐 정몽구 회장의 시대에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내로라하는 자동차기업이 됐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평가에는 아직도 박한 부분이 있고, 호평에 인색한 편이라 가슴앓이를 했다.
이런 이미지를 타개하기 위해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의 사내 입지 확장이 이뤄지던 시기에 '제네시스'라는 럭셔리 브랜드를 내놓았지만 일각의 미심쩍은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씩 현대차의 고급화 노력에 대한 인정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각축장인 미국에서 실시된 내구품질조사에서 일본의 렉서스를 제치며 '극일'을 했고, 1위까지 차지하면서 위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부동의 1위 렉서스 추월, 글로벌 완성차 따돌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 Power)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0년 내구품질조사(VDS, Vehicle Dependability Study)'에서 전체 조사 대상 브랜드 가운데 가장 뛰어난 점수를 기록해 최우수 내구품질 브랜드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VDS는 차량을 산 뒤 3년이 지난 고객들을 대상으로 177개 항목에 대한 내구품질 만족도를 조사한다. 그리고 100대당 불만 건수를 집계해 평가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품질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제네시스는 전체 브랜드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점수(89점)를 받으며 1위에 올랐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미국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인 것은 2016년 8월이다. VDS 점수 집계의 원칙 등으로 인해 약 3년 반이 지난 뒤 처음으로 평가를 받았는데 단숨에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지에서 실제로 자동차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평가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현지 고객들이 구입 후 만족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그간 VDS는 한국 완성차업체들에는 전인미답의 경지였다. 2010년대에 1~3위에는 줄곧 미국, 독일, 일본 자동차기업들이 이름을 올렸고 현대차그룹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보였다. 2011년에는 링컨이 1위였고, 2012년부터 2019년까지는 줄곧 렉서스가 정상을 차지했다. 제네시스가 렉서스의 장기집권 독주에 제동을 건 셈이다.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에서 품질로 판을 흔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제네시스는 작년 6월 제이디파워의 '2019 신차품질조사(IQS: Initial Quality Study)’에서 2년 연속 종합 1위, 3년 연속 프리미엄 브랜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신차품질에 이어 내구품질에서도 1위를 차지하면서 글로벌시장의 전통적인 럭셔리 자동차브랜드들을 다시 한 번 긴장시키게 됐다는 평가다.
◇2025년 투자자와의 약속 실현 '핵심', 판매량 뒷받침 절실
현대차는 작년 12월초 기관투자자 등을 초청해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CEO 인베스터데이'를 열었다. 대규모 투자 계획, 주주환원 정책뿐 아니라 2019년 경영성과와 2020년 목표, 중장기 재무목표를 밝혔다. 경영과 재무 목표의 주된 내용은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것이었다. 2020년 영업이익률 목표는 5%다. 또 2022년에는 7%, 2025년에는 8%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당시 손익을 개선하는 중요한 요인으로는 원가의 혁신 외에 제네시스 브랜드 안착을 제시했다. 원가 절감과 관련한 언급은 일반적인 기업들에 모두 해당되는 내용인만큼 제네시스의 사업 성공에 더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된다. 2025년까지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제네시스의 글로벌 시장 입지 확대가 중요한 셈이다.
현대차는 올해 1월 22일에 작년 연간 실적 발표 자리에서 제네시스 연간 전략 발표를 진행하면서 사업 확대 계획을 밝혔다. 우선 2021년까지 6개 라인업 구축을 완료할 방침이다. 세단은 G90(대형), G80(대형), G70(중형)으로 구성한다. SUV는 GV80(대형) 외에 GV70(중형)을 선보인다. 또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EV)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판매량을 지속적으로 늘려 전체 손익 개선을 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역대 최대인 11만6000대를 팔겠다는 목표다. 기존에 판매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 캐나다, 중동 8개국, 러시아 등 총 11개국 외에 작년에 호주에 깃발을 꽂았다. 올해는 중국과 유럽에 진출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제네시스의 판매량을 확대하기 위해 다른 글로벌 지역에 진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각축장인 북미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의 판매실적 집계에 따르면 미국 현지에서 제네시스 판매는 2016년 이후 주춤했다. 2018년에는 1만312대를 팔아 전년의 2분의 1 수준을 나타내기도 했다. 작년에는 2만1236대로 급증하면서 회복의 조짐을 보였지만 2016년보다는 적은 판매량이다.
현대차는 1월22일 제네시스 연간 전략 발표에서 제네시스 북미담당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델 로소(Mark Del Rosso)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의 조직 역량을 강화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에서 벤틀리, 아우디 등의 럭셔리 브랜드를 이끌어온 전문가로 작년 10월 현대차가 영입했다.
앞으로 북미시장에서 제네시스 SUV 라인업을 투입해 판매량 증대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마크 델 로소 CEO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운틴밸리에 위치한 현대차 미국법인(HMA)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여름 GV80을 북미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면서 성공을 자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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