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재선임될까안건 상정 여부 주목…후계 승계 '상징적' 의미 부여 전망도
김경태 기자공개 2020-02-11 10:41:07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0일 11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이 현대자동차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꾸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해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11년간 현대차의 주식을 꾸준히 매집하면서 지분율을 높여 주주총회에서 안건 처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오는 3월 열릴 현대차 정기주총의 핵심 안건으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재선임이 거론된다. 정 회장은 1999년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가 된 후 지속적으로 등기임원직을 유지해왔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정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 보면서도 반대의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어느 방안을 선택하든 주주들의 의견이 갈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 2009년 후 현대차 지분율 상승세
국민연금이 현대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던 시기는 글로벌금융위기 때다. 2009년 3월 2일에 같은 해 2월 4일 현대차 주식 1534만9001주(6.97%)를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고 신규 보고했다. 당시 국민연금이 취득한 단가는 4만8689원으로 총 7473억원이다. 그 뒤 국민연금은 2009년 10월 8일 공시를 통해 같은 해 7월 224만5555주(1.02%)를 장내매도해 지분율이 5.95%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그 후 2011년부터 지분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증감이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2013년말에는 7%를, 2016년말에는 8%를 넘었다. 특히 작년에 증가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9월 9일 주식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이 10%를 넘었다. 이달 7일에는 총 2234만2788주를 보유해 지분율이 10.46%라고 밝히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민연금은 이달 7일 추가 지분매입 사실을 밝히는 동시에 현대차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국민연금은 과거 주식을 들고 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단순투자 입장을 갖고 있었는데, 약 11년만에 바뀌게 됐다.
국민연금은 현대차의 2대주주인만큼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현대차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찬반 여부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의 최대주주는 현대모비스로 지분율은 21.43%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 등 특수관계자들의 지분을 합치면 총 29.11% 정도다. 웬만한 주총 안건이 출석 주주의 2분의 1 이상을 규정하고 있는 만큼 만약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안건에 반대하는 경우 안정적으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우군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몽구 회장, 21년간 대표이사직 유지…'후계 승계vs산업발전 거인' 상징의 격돌?

1999년 초 현대차의 이사진도 물갈이가 된다. 같은 해 3월 고 정세영 회장, 정몽규 회장뿐 아니라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방주 현대자동차 사장(현 제이알투자운용 회장)을 비롯한 기존 경영진들이 사임했다. 정몽구 회장은 1999년 2월 사내이사가 됐고, 정세영 회장 측이 물러나던 3월 10일 대표이사로 올라섰고 현대차를 완전히 장악했다. 그 후 이사의 임기가 끝나는 3년 뒤 마다 지속적으로 중임했다.
조만간 열리는 주총에서 정몽구 회장의 등기임원 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2017년 3월 정기주총에서 재선임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등기임원 지위를 유지하려면 오는 3월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을 올리고 통과돼야 한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면서 안건 상정과 통과 여부에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안건 상정과 통과 여부에 대해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현대차가 정몽구 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을 올리더라도 반대에 부딪힐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정몽구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로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사실상 모든 경영 활동을 지휘하고 있다"며 "정몽구 회장이 더 이상 등기임원으로 나서는 것이 무의미할 수 있고 안건을 올리면 반대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배경 중 하나는 정몽구 회장이 이사회에서도 거의 활동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작년 9월말까지 총 7번의 이사회를 개최했는데, 정몽구 회장은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반면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한 다른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들의 출석률은 100%다. 정몽구 회장의 참여 없이도 이사회 운영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셈이다.
현대차가 아예 정몽구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올리지 않아 그대로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에는 단순히 반대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떠나서 후계 승계의 이유도 있다. 한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몽구 회장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완료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의선 부회장에게 대권이 넘어가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안건을 아예 상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2016년 3월 사내이사가 된 뒤 작년 3월 대표이사에 등극했다. 그 후 사실상 모든 경영 활동을 주도하면서 여러 성과를 거뒀고, 안정적인 경영이 이뤄지고 있어 정몽구 회장의 등기임원 퇴진을 선택해도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다른 관측도 있다. 정몽구 회장은 카리스마, 속도 리더십을 통해 단기간에 현대차와 기아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지난주 7일 정몽구 회장을 한국인 최초의 헌액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가 현대차그룹을 넘어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이끈 인물인 만큼 후계 승계와는 또 다른 '상징적'인 의미에서 등기임원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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