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라임사태 법적대응 '독자노선' 선택 배경은 TRS 계약 펀드, 공동대응단 내 최대판매…판매사간 대응 방식 '이견'
최필우 기자공개 2020-02-28 13:21:47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7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신증권이 라임 펀드 판매사 공동대응단과 별도로 총수익스와프(TRS) 증권사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공동대응단 내에서 TRS 증권사들과 이해관계가 크게 충돌하는 사실상 유일한 판매사이기 때문이다. 공동대응단은 대신증권의 행보를 존중하면서도 본연의 목적이 라임 또는 TRS 증권사와의 분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감독 당국의 불완전판매 감사가 시작되면서 대신증권이 독자 노선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TRS 증권사와 분쟁, 사실상 대신증권 '혼자 싸움'
대신증권을 포함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 공동대응단은 총 16곳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우리은행,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하나은행, 신영증권 등 6개 판매사가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간사는 우리은행이다.
6개 판매사가 별도의 상위 협의체를 둔 것은 모든 의사결정에 16개 판매사의 뜻을 수렴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동대응단 전체 동의가 필요한 건에 대해서는 16개 판매사가 논의에 참여하고, 상위 협의체 6개사는 수시로 라임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6개사는 라임 사태로 인한 위기의식 정도가 강한 판매사들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대신증권은 TRS 3사(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에 공동으로 내용증명을 보낼 것을 상위 협의체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투자금 회수 전에 우선변제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게 내용증명의 골자다. 상위 협의체에 속한 판매사들은 내용증명 발송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고 결국 대신증권 홀로 TRS 3사와 대립각을 세우게 됐다.
상위 협의체에 속한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의 경우 협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두 판매사는 라임 펀드를 판매한 동시에 TRS 계약을 제공한 곳이다. 공동대응단에 합류한 건 판매 채널 측 인사들로 TRS 계약을 제공한 조직과 분리돼 있다. 하지만 소속 회사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예고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실익도 없다.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은 TRS 제공 증권사들과 법적분쟁에 나설 이유가 없는 상태다. 이들이 판매한 라임 펀드 중 상당수는 TRS 계약을 맺지 않고 플루토 사모사채 모펀드에 투자하는 자펀드다. TRS 증권사들이 우선변제권을 행사해도 투자자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신증권이 판매한 다수 펀드가 플루토 사모사채 모펀드와 테티스 메자닌 모펀드에 나눠 투자하고 TRS로 레버리지를 일으킨 것과 차이가 있다.
대신증권이 유독 TRS 활용 펀드를 많이 판매한 건 다른 곳에 비해 이른 시점에 판매를 늘렸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이 라임 펀드를 팔 당시 메자닌 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TRS 계약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각광 받았다. 이후 코스닥벤처펀드 출시로 투자조건이 악화된 메자닌 인기가 시들해졌고 다른 판매사들은 TRS 계약을 맺지 않는 사모사채펀드 중심으로 판매를 늘렸다. 결국 대신증권만이 TRS 3사와 첨예하게 대립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라임 판매사 공동대응단 관계자는 "대신증권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공동대응단 전체가 TRS 제공 증권사는 물론 라임자산운용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다"며 "공동대응단 내에는 TRS 계약을 맺지 않은 펀드를 판매한 곳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라임 측을 감시하면서 자산 회수율을 극대화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구상권 청구, 판매사간 '이견'…우리은행 등 '미온적'
구상권 청구에 대해서도 공동대응단 내 이견이 존재한다. 우리은행을 비롯해 TRS 미사용 펀드 비중이 압도적인 곳들은 구상권 청구에 회의적이다. 라임자산운용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건 라임을 감시하고 회생시켜 자산 회수율을 높이자는 공동대응단 취지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또 라임이 현실적으로 배상할 수 있는 금액도 미미하다.
TRS 증권사들에 대한 사기죄 적용이 확정될 경우를 가정한 구상권 청구도 현재 논의할 가치가 없다는 게 판매사 다수의 입장이다. TRS 미사용 펀드를 판매한 곳들은 TRS 증권사에 직접적으로 배상 받을 돈이 없다. 또 일부 피해 금액을 인정받는다 해도 이를 투자자 배상에 활용할 길이 없다. 판매사가 투자자의 손실을 보존해주는 행위가 금지돼 있어서다. 투자자 피해 최소화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검토할 카드는 아니라는 얘기다.
라임 판매사 공동대응단 관계자는 "몇몇 판매사들이 성난 투자자들을 구상권 청구 얘기를 꺼내면서 달래고 있는 것 같다"며 "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를 주장할 때 이를 구상권 청구와 연계해 보상하는 건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TRS 계약 펀드 비중이 높은 대신증권이나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곳들은 얘기가 달라진다. TRS 증권사가 라임과 공조해 사기와 은폐를 도모한 것으로 확정되면 고객과 계약 관계인 판매사가 이에 대해 배상하고, 배상 금액을 사기 및 은폐 주체에게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불완전판매 혐의로 감독 당국의 감사를 받고 있는 대신증권은 법률 검토에 더욱 속도를 내 후속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내용증명에 대한 TRS 3사의 공식적인 답변을 얻어내진 못했지만 자사 입장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었다"며 "우선 감독 당국의 감사에 집중하고 감사가 잘 마무리되면 후속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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