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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업 리포트]아프리카TV, '소통' 앞세운 토종 동영상 플랫폼'별풍선'으로 패러다임 바꿔…유튜브 공세에도 독자적 영역 구축

서하나 기자공개 2020-03-24 08:19:39

[편집자주]

플랫폼(Platform)이란 본래 기차 정거장을 뜻하는 용어다. 현재는 많은 이용자가 이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모바일 앱, 웹사이트 등을 통칭하는 의미로 더욱 널리 쓰인다. 구글, 애플,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은 이미 일상 곳곳으로 침투한 지 오래다. 방송, 교육,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플랫폼과 배달, 운송 서비스 등으로 삶으로 스며든 각 분야 대표 플랫폼 기업의 현황 및 사업에 대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8일 11: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영상 플랫폼 하면 많은 이들이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떠올린다. 국내에서도 동영상 플랫폼을 내세우는 토종 기업들이 많다. 그 중 대표 주자는 아프리카TV다.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의 공세 속에서 국내 최대 1인 미디어 방송 플랫폼이란 타이틀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TV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방송할 수 있다(Anybody can Freely broadCAst TV)'는 이념으로 출발했다. 동영상을 단순히 시청하는 수단이 아닌 '소통'의 매개로 만들면서 빠르게 성장해왔다. 시청자들은 '별풍선'을 통해 콘텐츠에 개입하고 BJ(Broadcast Jockey)와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열광하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형 포털 플랫폼이 동영상 플랫폼을 서로 런칭하고 IPTV 업체들도 자체 콘텐츠 제작을 시작했다. 유튜브의 영향력은 이미 포털을 뛰어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TV는 나름의 독자 영역을 구축하고 꾸준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별풍선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수익 모델과 꾸준한 소통이 아프리카TV의 강점이다.

◇'아프리카TV'의 실험적 탄생, 서수길 대표를 만나다

아프리카TV의 전신인 나우콤은 1994년 나우누리를 서비스하던 PC통신 회사였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피디박스와 클럽박스 등 웹하드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웹하드 시장마저 쇠락하자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와 게임 테일즈런너 등 신사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나우콤이 보유한 '대용량 트래픽 분산 전송 기술'과 트래픽 양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되는 '그리드팜(Grid Farm)'을 결합하면 끊김 없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TV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계기는 2008년 찾아왔다. 당시 유명 BJ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생중계했다. 이들은 아프리카TV를 통해 여대생이 군홧발에 짓밟히는 사건 등을 내보냈다. 100만명 이상의 시청자가 이 방송을 지켜보면서 아프리카TV는 소통의 매개체로 크게 주목받았다.

이 무렵 Z세대들은 한창 10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Z세대는 1995년 이후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 용어로,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텍스트보다 동영상이 익숙하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검색 패러다임을 텍스트에서 동영상으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동영상이 '소통' 방식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프리카TV IR 자료실.

동영상이 보유한 소통 기능에 주목한 사람이 바로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였다. 그는 서울대 항공우주학과와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를 졸업하고 SKC&C 재직 시절 SK그룹 최연소 임원까지 올랐지만, 안정 대신 모험을 택했다. 회사를 뛰쳐 나와 엑토즈소프트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등 게임사에서 대표를 지내며 새로운 도전을 기다렸다. 그가 눈여겨 본 서비스는 바로 '아프리카TV'였다.

◇'소통을 파는' 별풍선'의 위력

서 대표는 2011년 나우콤 지분 21.8%와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대표이사에 오른다. 그는 "나우콤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며 지속해서 성장해 온 기업"이라며 "아프리카TV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글로벌과 모바일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게임분야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 대표는 아프리카TV가 가진 소통 창구 역할이 게임 분야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믿었다. 미국에서 열리는 LOL 시즌2 월드챔피언십을 최초로 생중계하면서 e스포츠 팬을 끌어들였다. 당시 PC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e스포츠 대회는 월드컵에 버금간다는 의미로 '롤드컵'이라 불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2012년에는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를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서 대표는 2013년 3월 회사 이름을 아예 아프리카TV로 바꿨다. 당시 아프리카TV는 일 평균 시청자 300만명 방문, 최고 동시접속자수 25만명, 최대 7000개의 동시 방송 생성 등 기록을 휩쓸었다.

서 대표의 눈에 비친 아프리카TV는 처음부터 단순한 동영상 플랫폼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전달을 넘어 쌍방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에 가까웠다. 그는 특히 '별풍선' 수익모델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별풍선은 시청자들이 BJ에게 선물하는 유료 아이템이다.

시청자들이 별풍선을 많이 쏠수록 채팅방 안에서 주목 받을 수 있다. BJ와 직접 대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별풍선은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 1개당 100원 가격의 별풍선은 지금의 아프리카TV를 키워낸 핵심 사업 모델로 평가된다.

아프리카TV IR 자료실.

아프리카TV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약 77.5%를 별풍선과 구독 등을 포함한 기부경제 선물 등 플랫폼에서 거뒀다. 2015년 488억원이던 기부경제 매출은 2019년 1285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개방형 플랫폼 전환 등 '소통' 기회 확대

아프리카TV는 국내 동영상 시장을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이 점령하는 상황에서도 '소통'을 무기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9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시청자들은 유튜브 47.8%, 페이스북 9.9%, 네이버TV 6.1%, 넷플릭스 4.9% 순으로 OTT를 시청했다. 아프리카TV의 점유율은 4%다.

2017년부터 최근 3년간 네이버TV는 점유율 6.6%, 7.1%, 6.1% 등으로 부침이 있었다. 하지만 아프리카TV는 이 기간 3.7%, 3.8%, 4.0% 등으로 꾸준히 높였다.

외형성장과 수익성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다. 2018년 4분기 광고 매출은 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아프리카TV는 지난해 매출 1679억원, 영업이익 368억원 등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을 거뒀다. 순이익과 순이익률 역시 각각 341억원, 19% 수준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아프리카TV가 가장 많은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한 시기는 2018년이었다. 월드컵 독일전 생중계를 보기 위해 90만명이 한 번에 몰렸다. 아프리카TV는 올해 '참여'를 키워드로 이용자들이 참여하는 기회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TV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카테고리별 참여 콘텐츠 확대, 유저 보상 제도 도입, 자체 e스포츠 리그 등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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