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업 리포트]스타강사 '손주은' 온라인 교육 불모지에 깃발 꽂다'교육 불평등 해소' 꿈, 온라인 교육 플랫폼 '메가스터디' 창업으로 이어져
서하나 기자공개 2020-04-20 08:08:06
[편집자주]
플랫폼(Platform)이란 본래 기차 정거장을 뜻하는 용어다. 현재는 많은 이용자가 이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모바일 앱, 웹사이트 등을 통칭하는 의미로 더욱 널리 쓰인다. 구글, 애플,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은 이미 일상 곳곳으로 침투한 지 오래다. 방송, 교육,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플랫폼과 배달, 운송 서비스 등으로 삶으로 스며든 각 분야 대표 플랫폼 기업의 현황 및 사업에 대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6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가스터디'는 온라인 교육 업계의 '메가(MEGA)' 플랫폼이다. 중·고등학교 교육뿐 아니라 전문대학원, 편입학, 성인교육, 출판업에 교육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급식업까지 영토를 넓히면서 계열사가 20여개에 이른다.메가스터디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손주은 이사회 의장(사진)이다. 손 의장은 원래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손사탐'으로 불리는 스타강사였다. 2000년 메가스터디를 창업해 온라인 교육 '붐'을 일으켰다.
메가스터디는 창업 단 4년만에 코스닥에 상장하고 2년 뒤 시가총액 2조원을 넘기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사교육 철퇴 정책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2011년을 고점으로 매출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손 의장은 경영권을 내려놓겠단 공개 선언까지 했지만 결국 이를 철회하고 메가스터디교육과 메가스터디로 인적분할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교육 불평등 해소' 꿈이 홈쇼핑을 만나면
1961년생 손주은 의장은 서울대 서양사학과 재직 시절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했다. 1987년부터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과외를 시작했다. 첫 제자가 좋은 성적을 받자 기지를 발휘해 학부모에게 전 과목을 한 달 25만원에 가르쳐줄 테니 학생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모인 10명을 데리고 가장 집이 넓은 학생 집에 모여 9박 10일 집중 강의를 했다. 사실상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는데 이 경험은 훗날 손 의장이 사업을 일구는데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손 의장은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구나'라는 사실을 깨우쳤다고 한다.
손 의장은 1990년대 본격적으로 강남 학원가에 진입해 사회 강사로 일했다. 처음엔 2년간 1억원을 벌어 독일로 철학 공부를 떠나겠다는 계획이었다. 강의를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수강생 2000명을 돌파하고 전 강의가 마감되면서 '손사탐'으로 불리는 스타 강사 반열에 올랐다. 애초 계획보다 2배 넘는 돈을 벌자 유학 꿈을 접고 본격적으로 강사 업무에 뛰어들었다. 특유의 수완과 열정으로 한 달에 4000만~5000만원을 버는 스타강사가 됐다. 1996년 당시 그의 나이 36세의 일이다.
강사로서 승승장구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사교육 시장에서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는 고민 때문이었다. 윤리적인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대중 강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강남이 아닌 일반 학원가로 진출했더니 이번에는 지역 차별이 고민됐다. 그러던 중 홈쇼핑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인터넷 강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손 의장은 훗날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스스로 삶의 만족을 못 줬다. 소수의 부잣집 애들만 가르쳐준 거밖에 안 되니까. 결국은 사회적 원죄의식이 생겼고 여기서 벗어나려면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온라인 강의를 통해 사교육 불평등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겠다는 꿈을 꿨다"고 소신을 밝혔다.
손 의장은 2000년 7월 자본금 3억원에 인터넷 교육기업 메가스터디를 창업했다.
◇스타강사에서 'CEO'로 변신
창업 당시 사무실은 30평 남짓, 직원은 동생 손성은 현 메가스터디교육 대표와 손은진 메가스터디 대표 등을 포함해 총 5명이었다. 손 의장은 메가스터디를 설립한 뒤 처음 5년만 해도 강사와 경영자(CEO)로서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강남에서 유명세를 얻은 강사들이 인터넷에 모였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2000년 6억원이던 매출은 2005년 710억원으로 늘었다. 온라인 사이트의 회원 수는 130만7000명, 2005년 유료 회원도 22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2006년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면서 강사 역할을 줄이는 대신 본격적인 경영자로 탈바꿈했다.
물론 조력자의 힘도 컸다. 창업 동기이자 손 의장의 동생인 손성은 대표(당시 메가스터디 부사장)는 온라인 사업본부장을 맡아 온라인 사업 부문을 챙겼다. 손 대표는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신세기이동통신에 공채로 입사, 엔지니어로 일한 경험을 살려 메가스터디 초창기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는 회사를 떠난 홍석범 전 부사장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홍 부사장은 2004년 메가스터디에 합류해 기업공개(IPO)를 이끈 재무전문가이자 전략가다. 홍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장기신용은행과 국민은행 등을 거쳐 롯데카드 기획본부장을 지냈다. 2004년 메가스터디로 옮겨 경영관리본부장 겸 최고재무이사(CFO), 학원 직영사업과 IR 업무 등을 담당했다. 2009년 메가스터디의 해외 진출도 진두지휘했다.
◇기업공개(IPO)와 매각 시도, 기업분할까지
메가스터디는 설립 약 4년만인 2004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데뷔했다. 당시 공모가 1만8500원, 시초가 2만8000원, 시가총액 1000억원 등으로 '대어가 등장했다'는 말이 돌았는데 폭발적 성장의 시작에 불과했다. 2005년 시가총액 4000억원을 넘기더니 2007년에는 시총 1조원, 그로부터 7개월만인 2007년 10월에 시총 2조원을 돌파했다.
메가스터디는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었다. 2006년 9월 엠베스트교육, 2007년 11월에는 파레토아카데미(현 메가엠디)를 인수했다. 2009년 2월과 9월에는 각각 형설에듀와 메가넥스트를 계열사로 추가했다. 2010년 12월과 이듬해 6월 메가편입, 아이비김영을 인수하면서 편입학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2010년 자회사 메가푸드앤서비스를 통해 급식사업에도 진출했다. 중·고등 입시교육 전문기업에서 시작해 국내 최대의 온라인 교육 기업으로 발돋움한 시기였다.
승승장구하던 메가스터디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창업 10년 차를 맞은 2010년, 당시 정권은 사교육 근절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놨는데 온라인 교육업계 1위였던 메가스터디의 타격이 가장 컸다. 메가스터디 매출은 2011년 3436억원을 고점으로 2012년(3279억원), 2013년(3168억원)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손 의장은 2014년 4월 보유 지분 전량을 매물로 내놓고 경영권 매각을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두 달 뒤인 6월 지분매각 계획을 철회하고 기업 분할안을 통해 재성장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교육사업을 신설회사 '메가스터디교육'으로 분리하고 기존 메가스터디를 투자 중심의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이듬해인 2015년 5월 존속법인 메가스터디와 신설법인 메가스터디법인은 각각 재상장, 변경상장했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손성은 대표를, 존속회사인 메가스터디 대표는 구우진 전무를 선임했다. 구 전 대표는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LG 구조조정본부 부장, GS홀딩스 재무팀장 등을 지낸 재무전문가다. 재무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해 메가스터디를 투자활동에 더욱 집중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구 전 대표는 2015년 메가스터디의 출판계열사인 메가북스 흡수합병을 결정하고 2017년 12월 복합문화공간 사업을 하는 메가씨앤에스를 종속회사로 추가하는 등 굵직한 결정을 내렸다. 2017년 4월과 2018년 10월에는 각각 아이비김영과 성북메가스터디의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2020년 3월 메가스터디가 손주은, 손은진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구 전 대표는 메가스터디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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