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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현대ENG, 그룹 부동산 매각주관사 선정에 담긴 함의적극적 사업 확대, 주주 정의선 부회장에 직접적인 호재…상장 밸류 극대화에도 도움

김경태 기자공개 2020-04-23 08:22:33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2일 1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이 서울 잠원동 사옥 처분을 추진하면서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과 손잡은 배경으로 물건 특성과 유력 후보자 확보 등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시야를 넓히면 지배구조 개편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자산관리 사업부문 확장 행보, 외형 확대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이 분리되던 때 현대차 등의 계열사를 가져갔고 현대건설을 보유하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그룹 내에 자체적인 공사 진행 등을 위해 2002년 '현대엠코'라는 건설사를 설립했다. 현대엠코는 건설뿐 아니라 계열사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사업도 했다.

그러다 현대차그룹이 2011년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현대엠코가 독자적으로 존재할 필요성이 적어졌다. 2014년 현대엠코는 현대건설의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엠코와 한 몸이 되면서 부동산 자산관리사업도 하게 됐다.

합병으로 인한 변화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주주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현대엠코는 합병 전 정 수석부회장이 지분 25.06%를 보유해 최대주주였다. 정몽구 회장도 지분 10%를 갖고 있었다. 이 외에 현대글로비스,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가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이 지분 72.55%를 보유해 확고한 최대주주였다.

합병 후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현대엠코의 주주들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주로 올라섰다. 작년 말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현대건설로 지분율은 38.62%다. 2대주주는 정 수석부회장으로 11.72%다. 그다음으로는 현대글로비스(11.67%), 기아차(9.35%), 현대모비스(9.35%), 정 회장(4.68%)다.

출처: 사업보고서, 단위: 주, %

오너가 주요 주주로 있어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 때문에 자산관리 부문에서 사업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 주목받았다. 합병 후에도 계열사가 보유한 부동산의 임대차관리나 시설관리를 주로 했지만 최근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도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 부동산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 여름에 있었던 삼성생명 삼성동빌딩 매각이다. 당시 생보부동산신탁이 인수자로 나섰고, 부동산투자회사(리츠)를 내세워 매입을 추진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향후 건물의 관리를 맡기로 했는데, 리츠에 출자하기로 했다. 프라임급오피스 매각 딜에 PM·FM을 맡는 업체가 리츠에 자금을 태우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자금력이 바탕이 돼야 할 수 있는 영업 방식이다. 그만큼 현대엔지니어링에서 그룹 외부의 일감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으로 업계에서는 받아들였다.

이번에 현대제철이 잠원동 사옥 매각주관사로 현대엔지니어링을 선임한 것도 사업 확대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엠코 시기 목동 사옥을 처분할 때를 제외하고는 매각주관사를 맡은 사례가 없다.

서울 요지에 소재한 사옥을 파는 경험을 쌓고 향후 상업용 부동산 매각주관사 선정에 출사표를 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매각주관이 임대차관리나 시설관리보다 수수료율이 높아 버는 돈이 더 크다. 자산관리 사업부문으로서는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전체 매출에서 자산관리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건설에 비하면 작지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업보고서에 △화공ㆍ전력ㆍ인프라 △건축ㆍ주택 △자산관리 외(外) 3개 부문으로 나눠 매출 비중을 밝히고 있다.

자산관리 외의 작년 국내 매출은 5555억원, 해외 매출은 2638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0.5%, 28.8% 늘었다. 국내외 합계는 8194억원으로 8.2%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05%다.

◇향후 상장 밸류 극대화에 보탬, 정 부회장·현대모비스·글로비스 고리 '주목'

현대엔지니어링이 실적 급성장을 이루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 수석부회장의 실탄 마련에 도움이 된다. 거의 매해 배당을 하기 때문이다. 현대엠코와 합병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배당성향 20% 이상을 유지했다. 작년 배당금 총액은 1087억원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율(11.72%)를 고려할 때 127억원을 수령했다.

하지만 자산관리 사업부문의 사업 확대를 단순히 '현대엔지니어링 매출 및 이익 확대→배당 여력 증가'로 해석할 수는 없다. 시장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나 현대건설과의 합병 가능성을 꾸준히 거론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건설뿐 아니라 자산관리 사업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이 상장이나 합병을 대비해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제철 잠원동 사옥 매각주관사 선정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유다.

일단 시장에서는 현대건설과의 합병은 부담이 크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합병비율 산정 과정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의 별도 실적을 맹추격하고 있기는 하지만, 오너가 지분을 보유했다는 점 때문에 합병비율을 합리적으로 구하더라도 현대건설 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출처: 2019년 사업보고서 및 공시, 단위: %

이 때문에 상장이 더 유력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현대엔지니어링이 IPO를 하고 정 수석부회장과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입하는 방안이다. 이때 기아차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주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가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대주주인 현대건설의 지배를 받고, 다른 계열사들은 주식을 매각해 지배구조 개편의 실탄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정 수석부회장이 지분 23.29%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현대엔지니어링의 IPO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현대글로비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정 수석부회장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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