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지주사 분석]이녹스의 '아픈손가락' 알톤스포츠②PCB 사업 부진 대비 자전거 시장 진출, 500억 들였지만 장부가액 68억으로 축소
김슬기 기자공개 2020-05-07 08:14:36
[편집자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큰 축이다. 또 근간에 수많은 장비업체 및 소재업체들의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던 소재·장비업체들이 지주사 체제를 갖추며 진화하고 있다. 더벨은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중견 장비업체의 성장사와 현황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8일 13: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주사 이녹스는 분할 전 20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었다. 본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에서 성과를 냈다.201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 재무 상황은 악화일로다. 종속회사인 알톤스포츠의 부진 탓이다. 이녹스는 2015년 사업다각화를 위해 알톤스포츠를 인수했으나 대주주 변경 후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이녹스가 알톤스포츠를 인수한 것은 안정적인 신사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본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사업의 실적이 들쑥날쑥한 것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다.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내는 전통 제조업이 필요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녹스 산하로 편입된 알톤스포츠가 기대이하의 성적을 내면서 연결 기준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히려 이녹스첨단소재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으나 지주사 산하 다른 종속회사들은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 독이 된 사업다각화…알톤스포츠 투자
이녹스의 주력사업은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제조다. 여기에 반도체 패키지(PKG)·디스플레이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소재사업을 진행해왔다. 알톤스포츠를 인수할 당시 FPCB 소재 수요 침체와 OLED TV 판매 부진으로 관련 소재 실적 성장이 어려울 때였다. 전방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안정적인 신사업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결국 2015년 이녹스는 국내 자전거 시장 2위 업체였던 알톤스포츠에 베팅했다.
그해 2월 알톤스포츠 최대주주 박찬우 대표의 주식 475만여주(41.1%)를 주당 1만700원에 인수했다. 인수금액만 총 508억2500만원이었다. 영업권으로 237억900만원을 책정했다. 208억원은 자기자금으로 확보했고 300억원은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차입했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2016년말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19만주를 추가취득했다. 자기자금 50억원이 추가 투입됐다. 지분율은 46.6%까지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558억원 가량 알톤스포츠에 들어갔다.
하지만 인수 첫해부터 알톤스포츠의 실적은 기대이하였다. 연결기준으로 2014년 684억원이었던 매출은 2015년 623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5억원에서 2015년 24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이후 쭉 실적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말 매출액은 312억원이었고 영업손실만 106억원이었다. 당기순손실폭도 122억원에 달했다.
인수 전인 2014년에 비해 매출은 절반 이상 감소했고 수익성이 계속 떨어졌다. 알톤스포츠는 대주주 변경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이녹스나 알톤스포츠의 경영 실패가 원인은 아니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야외 레저 활동이 시들해진 것이 한 원인이다. 업계 1위인 삼천리자전거 역시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알톤스포츠가 겪는 타격은 크다. 지난해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고 올해에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 코스닥시장본부는 한달여간의 심사를 통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며 주권매매거래정지를 해제했다.
알톤스포츠는 당시 홈페이지를 통해 "내수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악화, 자전거 업황 부진으로 적자를 냈다"면서도 "지난해 사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정자산 매각, 본사이전 및 인력감축 등 생존을 위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고 대부분의 부진재고를 소진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알톤스포츠는 지난해까지 차입금 규모를 꾸준히 줄이면서 현금성자산이 더 많은 상태가 됐다. 또 2017년 181억원선이었던 재고자산은 71억원까지 줄었다. 총자산대비 재고자산 구성비율은 31%에서 21%까지 낮아졌다.
현재 알톤스포츠의 대표는 김신성 대표로 이녹스 창립멤버 중 한 명이다. 2015년 인수 후 쭉 경영을 맡았다. 연세대 지질학과 출신으로 제일합섬, 새한 필름영업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영업통으로 이녹스의 영업을 담당해왔다. 그는 이녹스의 DNA를 알톤스포츠에 담겠다고 공언했으나 아직은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한 사업이 이녹스의 현재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됐다.
◇알톤스포츠 장부가액 68억, 인수가 87% 수준
이녹스는 지주사이기 때문에 영업수익이 경영자문 수수료 수익과 상표권 수익, 지분법 이익 등으로 나타난다. 결국 지배하고 있는 회사들의 실적이 곧 이녹스의 경영지표다. 지난해말 영업수익은 415억원이었으며 영업손실은 51억원, 당기순손실은 189억원으로 집계됐다. 기타비용에서만 150억원 가량이 발생했다. 알톤스포츠에서의 손상차손 영향이 컸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알톤스포츠의 장부가액은 68억1800만원이었다. 최초투자시점인 2015년말 장부가액은 508억2500만원이다. 초기 투자금의 87%를 회수할 수 없다고 본 셈이다. 2016년에는 75억6000만원, 2017년 284억5600만원, 2019년 129억9100만원 등을 손상차손으로 잡았다. 알톤스포츠의 실적저하로 회수가능한 금액이 점점 적어졌다.
알톤스포츠 외에도 이녹스는 신사업진출을 위해 아이베스트와 티알에스 등을 거느리고 있다. 기업 분할 전에 설립한 아이베스트는 설립후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9월 100% 출자 설립했다. 투자금은 30억원이다. 이듬해 2월 50억원을 증액 출자하면서 총 자본금은 70억원이다. 아이베스트는 투자회사로 구체적인 투자내역은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2016년 400만원, 2017년 3800만원, 2018년 7500만원, 2019년 7억원 등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아이베스트의 장부가액은 현재 99억원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티알에스의 지분 40%를 14억4000만원에 취득하면서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2007년 설립된 티알에스는 2차 전지 성능 개선용 음극재에 사용되는 특수 원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다. 티알에스의 경우 총 자산이 23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2억원 가량의 손실을 냈으나 이녹스의 자회사인 이녹스첨단소재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다만 이녹스 산하로 편입되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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