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홀세일 중심 '급성장'...온라인 한계 '돌파' [증권사 랩 비즈니스 돋보기]⑧운용잔고 4조 '훌쩍', 6년 만에 업계 9위 도약…연내 잔고 7조 '목표'
김수정 기자공개 2020-05-13 13:12:09
[편집자주]
랩(wrap account) 운용부는 고유자금운용부서와 더불어 증권사의 양대 운용조직이다. 사내 리서치센터나 외부 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기관과 개인고객 자산을 운용한다. 증권사들의 새 먹거리로 떠오른 외부위탁운용(OCIO)도 랩에서 출발한 비즈니스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고객 자산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랩운용역의 업무는 사실상 펀드매니저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동안 자산관리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랩어카운트가 사모펀드의 위기 속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각 증권사 랩운용부와 관련 비즈니스의 면면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1일 14: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키움증권 랩 비즈니스의 중심축은 기관투자자 대상 홀세일 영업이다. 지점이 없는 온라인 증권사 특성상 리테일 랩 영업에 적극 나서기 어렵다는 한계를 기관 대상 일대일 맞춤 영업을 통해 극복해 왔다. 그 결과 랩 시장 진출 6년만에 4조~5조원대 잔고를 확보하면서 업계 9위권 운용 규모를 갖췄다.올해 목표는 홀세일 영업 중심으로 전체 랩어카운트 잔고를 7조원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시장에서 점점 양극화·세분화되고 있는 기관 투자자 니즈에 효과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운용 규모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법인 고객수 증가 발맞춰 차별적 상품 제안 '중점'"
키움증권 랩솔루션팀은 고객자산관리본부 아래서 홀세일 대상 랩어카운트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리테일 랩 운용·관리 인력은 지난달 같은 본부 산하 금융상품팀으로 이동했다. 랩운용팀이 기관투자자 대상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리테일 랩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키움증권 랩어카운트 잔고는 지난 2월 말 기준 4조3648억원이다. 2014년 처음 랩어카운트 시장에 발을 들인 이후 2016년 처음 잔고가 1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2018년 3조원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작년 중순 한 때엔 잔고가 5조원을 훌쩍 넘기도 했다. 안정적으로 잔고를 확대해 나가면서 현재 전체 증권사 중 9번째로 많은 수준까지 잔고를 키웠다.
랩 잔고의 99% 가량이 홀세일 법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채권형 상품이다. 키움증권은 연기금, 공제회, 일반법인 등 기관 자금을 유치해 랩 비즈니스를 키워 왔다. 2018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투자일임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권유하거나 가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점을 두지 않는 온라인 증권사로서 키움증권은 기관 위주로 랩 사업을 키워올 수밖에 없었다.
랩솔루션팀을 이끌고 있는 조병희 랩솔루션팀장(사진)은 2000년 입사 이후 리서치센터에서 10년 이상 운송·조선·레저 담당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2018년 초 랩솔루션팀으로 이동해 일임 운용을 총괄하고 있다.
조 팀장은 "1개뿐이던 법인영업팀이 작년을 기점으로 3개까지 늘어나면서 영업인력이 늘어난 만큼 거래기관수도 늘고 있다"며 "채권형 상품은 주요 시중은행 예금 담보 기업어음(CP)을 기반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추가적인 수익률 개선을 위해 크레딧물과 증권사 확약물을 편입하는 등 상품 종류를 다양화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고객수가 늘어남에 따라 차별적 상품 제안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부연했다.
2018년 하반기 일임 가입자에 대한 비대면 설명 의무가 없어진 이후 비대면 랩어카운트를 통한 개인고객 자금 유입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키움증권은 영상통화를 통해 비대면으로 투자일임 계약을 체결하는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시작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 통해 개인 고객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랩솔루션팀은 기관 대상 채권형 랩 외에도 리테일·홀세일 구분 없이 가입 가능한 다양한 자문형 상품을 소개해 왔다. 지난해에는 특화 상품 운용 경험이 풍부한 두물머리투자자문과 블랙넘버스투자자문 등과 손잡고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와 국내 스팩(SPAC) 등 다양한 종류의 자문형 랩어카운트 상품을 출시했다.
조 팀장은 "단순히 상품 개수를 늘리는 데 목적을 두지 않고 특정 상품 운용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자문사를 선별해 고객 수익률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특색 있는 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특화 자문사를 발굴하는 작업을 올해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대표 상품인 '불리오 올웨더 ETF 랩'은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운용하는 레이 달리오 회장의 전략으로 유명한 '올웨더 포트폴리오'(All Weather Portfolio)를 국내 투자 환경에 맞게 구현한 상품이다. 두물머리투자자문의 자문을 받는 '불리오 더매운맛 글로벌 ETF 랩'은 미국에 상장된 총 18개 자산군 관련 ETF를 다양하게 활용해 자산 배분을 한다.
인모스트투자자문이 미국이나 일본의 리츠, 배당주, 금 등 배당형 자산 중심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INMOST 글로벌 배당형 랩'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도 인수합병(M&A), 기업분할 등 특수 상황에 처한 기업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이벤트드리븐 전략과 가치투자를 병행하는 'D&H 액티브 가치투자 랩', 'V&S 다이나믹 중소형가치형' 등이 있다.
◇"코로나19 극복…신규고객 확대 총력, 잔고 7조 목표"
키움증권 랩솔루션팀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고객의 위험 성향과 목표 수익률 간 접점을 찾아 고객이 만족할 만한 상품을 개발, 제안하는 일이다.
조 팀장은 "대부분의 고객이 높은 수익률을 원하지만 회사 규정상 취급 가능한 상품은 신용등급별로 세분화돼 있다"며 "또한 고객의 운용 가능 기간 역시 초단기물부터 3개월, 6개월, 1년 이상까지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위험도는 물론 기간별로도 수익률 극대화를 위한 상품 제안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며 "이를 위해 먼저 고객의 선호도를 파악하고 고객별 맞춤 상품을 적극 제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다양한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세분화된 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이를 고객에게 제안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연내 운용 잔고 7조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조 팀장은 "작년 중순 5조5000억까지 잔고가 크게 늘었었는데 그때쯤 설정한 목표"라며 "작년 말 잔고가 좀 빠졌고 올 들어선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도 겪고 있지만 우리는 최대한 좋은 상품을 마련하고 법인팀에서는 신규법인 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0년 랩 사업의 중점 과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양극화되고 있는 고객별 리스크 선호도에 대한 대응"이라며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고수익을 원하는 고객과 안전자산 선호 기조를 더욱 뚜렷이 하는 고객 등으로 고객간 차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고객별로 세분화된 맞춤 상품을 제안하는 게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또한 무엇보다 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상품의 위험도 점검 역시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며 "띠라서 향후 랩팀은 고객의 위험도 수준을 만족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자산을 고객들에게 제안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고객 수익과 당사 잔고를 함께 증대시키는 것을 목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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