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그룹, 사업구조 개편 어디까지 M&A·신규투자·계열사 간 합병 등 유화·건설·에너지 역량 강화, 비핵심 게열사 매각 속도
이명관 기자공개 2020-07-22 08:34:11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0일 13: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림그룹은 오너 3세인 이해욱 회장 체제에 돌입하면서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에 나섰다. 핵심인 석유화학과 건설, 에너지를 중심으로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굵직한 M&A는 물론 신규투자, 계열사 간 합병, 해외 법인 설립 등 다양한 방법을 택하고 있다.이와 함께 비핵심으로 분류되는 사업을 정리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최근 대림오토바이와 대림C&S 매각에 나섰다. 사실 대림오토바이와 대림C&S의 정리는 해묵은 과제나 다름없었다. 대림오토바이와 대림씨엔에스는 5년 전 매각을 저울질 했으나 각각 분할과 기업공개(IPO)로 계속해서 대림그룹의 계열사로 남아 있었다.
◇유화·건설·에너지 중심 개편
현재 대림그룹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오너 3세인 이해욱 회장이다. 2018년 경영 2선으로 후퇴한 지 약 1년 만에 회장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앞서 이 회장은 2년 전 열린 정기주주총회 후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고 경영 2선으로 물러났다. 대림그룹을 둘러싼 이슈에 총대를 메는 모양새였다.
1년여 만에 이 회장이 다시 경영 전면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성과가 뒷받침되면서다. 대림그룹은 작년 1월 전례 없는 전면적인 경영 쇄신책을 발표했다. △일감 몰아주기 해소 △지배구조 개선 △협력사 상생 협력 등이 핵심이었다. 그 후 대림그룹은 일사천리로 경영 쇄신책을 이행했다. 작년 3월 그룹 계열사 오라관광이 보유 중이던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45만주 전량을 대림코퍼레이션에 370억원에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이외에도 이 회장의 동생인 이해창 전 대림산업 부사장의 개인회사 '켐텍'과의 관계도 끊었다. 4세 승계의 핵심이었던 계열사 에이플러스디도 정리했다. 에이플러스디는 이 회장과 그의 장남 동훈 씨가 지분을 각각 55%, 45% 갖고 있던 법인이다. 이 회장 부자(父子)는 작년 8월 오라관광에 보유 중이던 에이플러스디 지분 전부를 무상증여했다. 여기에 호실적까지 더해졌고, 이 회장이 복귀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평가다.
'이해욱 체제'에서 대림산업은 빠르게 석유화학을 비롯해 건설, 에너지 부문 중심으로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우선적으로 이 회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영역은 석유화학이다. 석유화학은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을 때 이 회장이 힘을 실어왔던 분야다.
건설사의 이미지가 강한 대림그룹이지만, 건설만큼 유화사업에서도 남다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40년 전 유화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현재 건설과 함께 그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익규모도 건설과 함께 높은 기여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석유화학 부문 역량 강화에 나섰다. 연초부터 자문단을 꾸리고 매물로 나온 크레이튼이 카리플렉스 사업부 인수를 모색했다. 크레이튼 카리플렉스 사업부는 고부가가치 합성고무와 라텍스를 생산한다. 이 제품은 수술용 장갑과 주사용기의 고무마개 등 의료용 소재로 사용된다. 그렇게 작년 10월 대림그룹은 5억4000만달러(한화 6200억원)에 카리플렉스 사업부 인수에 성공했다.
M&A를 통해 유화사업에 진출했는데, 이후 40년이 되는 해에 또 다시 M&A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대림그룹이 유화사업에 진출한 것은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체적으로 사업을 키우기보단 M&A를 택했다. 당시 국영기업이던 호남 에틸렌을 인수했다.
수천억원을 쏟아 부은 대형 딜 이후 대림산업은 지속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의료용 소재 사업에 600억원 가량을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해당 자금은 합성고무 라텍스를 생산하는 브라질 파울리나 공장 증설에 사용된다.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생산량은 두 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 이후 몸만들기에 본격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올해 들어 대림산업은 석유화학사업부에 속한 필름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대림에프엔씨를 설립하기도 했다. 필름 사업부문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기존 유화사업부에서 생산하는 다른 제품과 성격이 달라 분리하는 게 성장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건설의 경우 토목주택부문을 비롯해 실적이 둔화세에 있는 플랜트부문, 에너지부문 등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플랜트부문에선 러시아 사업을 위해 현지법인(Daelim RUS LLC)을 신규설립했다. 에너지부문에선 신재생에너지를 위해 영주에코파워를 신규설립했다. 또 미국에서 가스복합발전사업을 위해 현지법인(DE NILES, LLC)을 세웠다.
토목주택부문은 계열사간 합병을 통해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주인공은 고려개발과 삼호다. 합병은 7월 1일자로 삼호가 고려개발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고려개발은 토목에 강점이 있고 삼호는 주택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건설사다. 이번 합병은 작년 11월 고려개발이 워크아웃에서 졸업하면서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의 부족부분을 메워 매출 2조원의 대형 건설사는 만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합병법인의 새 이름인 대림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16위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비핵심 사업 정리 순항
핵심 사업에 대한 사업구조 재편과 함께 비핵심으로 분류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올해 들어 대림오토바이와 대림씨엔에스 매각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대림C&S는 이달 초 ㈜브이엘삼일에 매각했다. 브에일삼일은 삼일에코스텍과 VL인베스트먼트가 대림C&S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보유지분 전량을 700억원 선에 매각했다. 앞서 2016년 IPO 과정에서 구주매출로 705억원 가량을 확보했는데, 이를 고려하면 대림C&S를 정리하면서 1400억원 가량을 회수한 꼴이다.
앞서 2015년 대림그룹은 대림C&S 매각을 저울질 한 바 있다. 이미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된 셈이다. 다만 당시 시장 상황을 고려해 매각 방침을 접고, IPO를 추진했다. 당시 건설업황 호황기에 편승해 건자재업체의 가치가 오름세였다. 대림C&S는 당시 3000억원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5년 대림C&S와 함께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됐던 대림오토바이도 이번엔 매각될 조짐이다. 인수자로 낙점된 곳은 A2파트너스와 라이노스자산운용이다. 이들은 대림오토바이와 함께 AJ네트웍스 계열인 AJ바이크도 함께 인수를 추진 중이다. 총 거래금액은 600억원 선이다.
앞서 대림그룹은 2015년부터 매각을 모색했다. 1990년대 중반 배달·택배 등의 사업이 확대되며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한때 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미국, 일본 등 해외 기업이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성장성이 크게 둔화됐다. 이륜차 사업부는 시장점유율이 크게 하락하며 2016년 14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를 겪었다.
2017년 KR모터스에 매각하는 안이 유력시됐다. 그런데 이후 대림자동차 이륜차사업부 노조의 반대, 인수가격의 적정성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매각이 불발됐다. 이후 대림그룹의 선택은 대림자동차의 이륜차사업부의 분할이었다. 대림오토바이는 2018년 대림자동차 이륜사업부의 인적분할돼 신설됐다. 독립 법인으로 분할된 후 매각이 추진됐고 결국 새 주인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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