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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로젠, 합병 철회 가능성 미리 암시한 이유는 '주주 보호' 위한 예측 정보 제시, '배수의 진' 해석 분분

서은내 기자공개 2020-09-07 08:13:15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4일 16: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 유니콘 기업으로 꼽혀온 에이프로젠이 그룹사 합병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에이프로젠이 마지막 합병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주주 공지를 통해 추가 정정이 없음을 못박은 가운데, 수일 내로 에이프로젠의 합병 성사 여부가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만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이번 정정신고서에 대해 효력발생을 얻지 못하면 합병은 철회되며, 반대로 효력을 얻으면 계열 3사 주주총회를 거쳐 11월 합병이 마무리된다.

이런 가운데 에이프로젠이 정정신고와 동시에 올린 회사 홈페이지 게시글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해당 게시글은 김재섭 에이프로젠 대표의 주주 대상 편지글로, 이번 합병 정정신고서가 받아들여지지 않을시 합병 철회를 할 것이란 내용을 담고 있다.

김 대표는 배수의 진을 치고 합병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아직까지 금감원의 결정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합병 철회 가능성을 암시하는 글이 자칫 금감원의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실상 마지막 증권신고서의 수정 사항을 보면 이전 신고서와 뚜렷히 바뀐 점을 찾기는 힘들다. 이는 금감원의 정정요구에 따라 정정을 했지만 더 이상 고칠 수 있는 지점이 많지 않음을 보여준다.

에이프로젠은 그동안 6차례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외부평가법인으로부터도 4차례 평가의견서를 수정, 반영했다. 그 과정에서 에이프로젠 신약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모두 제거한 바 있다. 여기서 더 이상의 가치 하락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게시글이 일종의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추가 정정은 없다'는 말은 더이상 정정은 불가능하며 그럴 경우 내년으로 합병이 미뤄진다는 점 등을 비춰볼 때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지속되고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갑작스럽게 합병 무산 소식이 알려지는데에 대한 리스크가 고려됐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특히 에이프로젠KIC 및 H&G 투자자들에게 무산 가능성을 사전에 알려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에이프로젠KIC 및 에이프로젠H&G 주주들과 에이프로젠 주주의 입장은 묘하게 엇갈린다. 에이프로젠KIC, H&G 입장에서 이번 합병이 무산되면 주가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에이프로젠 주주들은 에이프로젠 자체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직상장을 희망하는 이들도 꽤 있다.

에이프로젠은 과거 한 차례 직상장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이후 상장사 에이프로젠KIC 인수 이후 오랜 기간 두 회사의 합병을 그려왔다. 합병을 통해 상장 효과를 누리고 시밀러 임상 3상 뿐 아니라 신약 파이프라인의 개발을 위한 자금 마련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다. 실제 본격 합병을 추진하면서 계열사 에이프로젠H&G까지 합쳐 3사간 통합을 꾀했다. 현재의 분산된 구조를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자금 활동 및 사업 활동의 효율성을 얻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에이프로젠과 에이프로젠KIC의 지배주주가 둘다 김재섭 대표를 정점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서로 지배주주가 다른 회사간 합병에 비해 수월할 것이란 예측도 있었지만 합병 추진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신라젠 사태를 비롯한 부정적 이벤트로 인해 제약바이오 업체에 대한 감독원의 잣대가 깐깐해진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에이프로젠의 이번 합병 사례가 흔한 케이스가 아니란 점도 고려대상이다.

비상장사인 에이프로젠과 상장사인 에이프로젠KIC의 규모 차이가 크다. 이번 합병은 에이프로젠과 에이프로젠H&G가 에이프로젠KIC에 합쳐지는 구도이며 합병 후 법인 이름이 '에이프로젠'이 되는 구조다. 이때 합병비율을 보면 비상장 에이프로젠 주식 1주당 에이프로젠KIC 주식 14.94주를 배정하게 돼있다. 즉 주식 가치가 14배 이상 난다.

보통 비상장사와 상장사간 합병은 규모가 큰 상장사에 비상장사가 흡수되는 게 일반적이다. 에이프로젠 합병은 그 반대인 경우다.

뿐만 아니라 합병을 목적으로 에이프로젠 처럼 회사(에이프로젠KIC)를 인수했다가 1년 이상 시간이 지난 후에 본격적인 합병을 추진하는 케이스도 흔치 않다.

합병이 무산되면 에이프로젠 그룹에도 미칠 휴유증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프로젠은 직상장을 꾀하겠으나 또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에이프로젠KIC나 H&G 역시 꽤 오랜기간 계획 수정 및 새 방향 모색에 노력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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