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9월 22일 0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CJ ENM이 딜라이브를 대상으로 프로그램 사용료를 인상한 것을 두고 업계에 말이 무성하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유료방송사업자(SO)에게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방송 송출 중단을 뜻하는 '블랙아웃'까지 언급된 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 분쟁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재까지 간 끝에 CJ ENM의 완승으로 끝났다.메가 히트 콘텐츠를 누적해 온 CJ ENM의 자신감이 통했다는 해석이 많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사건의 발단을 딜라이브에서 찾았다. 매물로 나와 있는 딜라이브가 잡음을 키우고 싶지 않아하는 걸 알기에 큰 폭의 인상 요구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수년째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표류하고 있는 딜라이브의 안타까운 현주소다.
다만 딜라이브를 자세히 살펴보면 경쟁사에 밀리지 않는 콘텐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매니지먼트와 방송 제작, 채널 운영을 아우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사 IHQ를 자회사로 둔 덕이다. 2015년 IHQ를 자회사 CU미디어와 합병시켜 플랫폼과 콘텐츠의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최근 제작사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경쟁사들보다 한참 앞선 선택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IHQ는 딜라이브 자회사가 된 후 실적이 악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영업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영향으로 광고 매출이 줄어든 올해도 적자폭 확대가 유력하다. IPTV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분리매각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IHQ는 더 아픈 손가락이 됐다. 최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몸값 탓에 난항을 겪고 있는 딜라이브 매각이 완료되려면 먼저 IHQ를 정리해야 한다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다. 딜라이브가 올해 손자회사 큐브엔터를 매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된 IHQ 매각을 낙관하기 어렵다.
남은 건 자회사 IHQ의 자구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IHQ가 저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오리지널 콘텐츠 '맛있는 녀석들'을 기반으로 론칭한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100만명을 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로그램과 연계한 커머스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같이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성과가 실적에 반영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딜라이브는 안팎으로 콘텐츠 때문에 미운오리 취급을 받고 있으나 백조가 돼 날아 오르기 위해 필요한 것도 결국 콘텐츠다. 콘텐츠 자생력을 갖춰 유료방송 시장에서 입지를 되찾거나 매력도가 높아진 IHQ를 분리매각해 가벼운 몸을 만들어야 한다. 둘 다 IHQ의 경쟁력 회복이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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