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무형자산 분석]펄어비스 영업이익률 37%…'검은사막' IP의 힘⑥무형자산엔 피인수사 IP 이브 가치만…플랫폼 다각화로 IP 가치 확장
서하나 기자공개 2020-09-29 08:02:00
[편집자주]
무형자산은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식별 가능한 비화폐성 자산을 말한다. 게임산업에서 IP와 같은 무형자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를 평가하는 제대로 된 회계 기준이 없어 실제보다 과소계상한 가치만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계에선 핵심무형자산 지표를 도입해 개인과 기관 투자자간 회계 정보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더벨에서 게임사별 무형자산의 가치를 다각도로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8일 10: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펄어비스는 모바일 게임이 대세로 자리잡던 시절 과감히 PC 게임 검은사막을 개발했다. 검은사막은 누적 매출 2조원의 대표 지식재산권(IP)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무형자산의 평가 기준이 미비한 탓에 장부상엔 검은사막 IP의 수익 창출력, 미래 가치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무형자산이 보유한 고부가가치 창출력과 확장성 등 특징에 비춰보면 검은사막 IP의 가치를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다. 펄어비스의 최근 4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37%에 이른다. 또 펄어비스는 플랫폼 다각화를 통해 IP 가치를 확대·재생산 중인 대표적인 게임사다.
◇무형자산의 아이러니…검은사막 대신 이브 가치 '800억'
펄어비스가 검은사막 단 하나의 IP로 연매출 5000억원, 누적 매출 2조원의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만, 장부상 검은사막 IP의 가치를 제대로 찾긴 어렵다. 무형자산을 별도로 평가하는 회계 기준이 미비한 탓이다.
펄어비스의 상반기 말 기준 무형자산 약 3000억원엔 영업권 1702억원 기타의 무형자산 1240억원, 소프트웨어 24억원, 회원권 35억원 등이 포함됐다. 무형자산 규모는 넷마블의 1조3952억원보다는 작지만 위메이드(89억원)나 웹젠(295억원)뿐 아니라 엔씨소프트 약 495억원, 넥슨 약 1753억원보다도 한참 컸다. 이번에도 인수합병(M&A)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펄어비스는 2018년 9월 검은사막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IP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아이슬란드 소재 게임사 CCP ehf.와 그 종속 회사(이하 CCP게임즈) 지분 100%를 약 2524억원(2억4800만 달러)에 인수했다. CCP게임즈는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SF MMORPG 이브(EVE) 온라인으로 유명한 게임사다. 해당 계약은 언아웃(Earn-out)으로 이뤄져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성과에 따라 최대 2억 달러를 추가로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펄어비스는 CCP게임즈를 인수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브 온라인 IP 가치를 측정했다. 대표적인 방식이 바로 로열티 공제법이다. 유사 시장이나 거래 실적, 지식재산권 등을 보유한 회사에 대해 미래가치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기술 가치를 측정하는 또 다른 방식인 DCF(Discounted Cash Flow)법에 비해 합리적인 가치를 도출할 수 있다. 반면 DCF법은 IP가 없더라도 미래가치를 추정해 가치를 도출해낼 수 있단 강점이 있다.
펄어비스는 로열티 공제법에 따라 내용 연수 30년, 적용 로열티율 10%, 적용 할인율 13.40% 등을 적용해 이브 브랜드의 가치를 총 821억원으로 산출했다. 이브 소프트웨어의 경우 내용 연수 10년, 적용 로열티율 5%, 적용 할인율 13.40% 등을 적용해 약 248억원으로 파악했다. 이밖에 CCP게임즈의 고객 관계(Customer Relationship)와 가상현실 포트폴리오(VR Portfolio) 등 무형자산 역시 이익접근법, 비용접근법 등을 통해 각각 135억원, 113억원 등의 가치를 부여했다.
펄어비스의 무형자산 대부분이 검은사막이 아닌 이브의 가치 평가로 이뤄졌단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자체적으로 무형자산을 평가할 회계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무형자산 평가의 허점이다.
◇국내 제조업 7배 웃도는 영업이익률의 비결
최근 자본시장에서 무형자산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면서 다수의 연구기관이나 연구자가 무형자산의 특징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자본 없는 자본주의(Capitalism Without Capital)의 공동 저자 조나단 해스컬(Jonathan Haskel) 영국 임피리얼대 교수와 스티언 웨스트레이크(Stian Westlake) 네스타(NESTA) 정책연구팀장은 무형자산의 4가지 특징으로 △확장성(Scalabillity) △매몰성(Sunkenness) △파급성(Spillovers) △시너지(Synergies) 등을 꼽았다.
국내에선 한국은행 경기본부가 6월 발간한 '경기지역 무형자산 현황과 대응 방안' 조사 결과를 참조할 만하다. 해당 리포트는 무형자산을 생산하는 산업의 특징으로 타 산업 대비 부가가치 유발계수가 높고, 수입 유발계수는 낮으며 생산에 있어 소비, 투자, 수출 중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 등을 꼽았다.
펄어비스의 압도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이 눈에 들어온다. 펄어비스는 2017년부터 상반기까지 약 4년간 평균 영업이익률로 무려 36.88%를 기록했다. 비슷한 업종인 ICT나 게임사 평균 영업이익률보다도 높은 수준이며, 자동차·전자제품·조선· 철강·화학 등 국내 6대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 약 5.4%와 비교하면 7배가량 많았다.
또 펄어비스의 최근 3년간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투자 활동으로 인한 현금 지출이 마이너스(-) 4934억원으로 가장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이 기간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3542억원, 재무 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2755억원 등이었다. 펄어비스가 무형자산을 생산하는 산업의 특징을 두루 갖춘 셈이다.
또한 펄어비스는 IP의 확장성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임사기도 하다. 무형자산의 확장성이란 유형자산과 달리 여러 곳에서 반복적으로 동시에 무형자산을 사용하더라도 다른 사용을 배제하지 않으며, 오히려 무형자산의 가치를 더욱 키울 수 있는 특징을 말한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2017년 9월 코스닥에 입성한 뒤 검은사막 IP를 2018년 2월 모바일, 2018년 XBOX와 PS4 등 콘솔로 다각화했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경우 출시 직후 앱스토어 매출 1위, 구글 스토어 매출 2위 등을 기록했고 올해 2월 서비스 2주년을 맞아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2500만을 돌파했다. 3월 출시된 검은사막 XBOX 버전 역시 출시 4일 만에 게임패스 인기 순위 5위, 검은사막 플레이스테이션4의 경우 일본에서 7일 연속 PS4 랭킹 1위에 올랐다.
◇김대일 의장의 꿈, 글로벌 IP로 성장
펄어비스는 릴 온라인, R2, C9을 연달아 성공시킨 김대일 의장이 2010년 9월 설립했다. 당시 김 의장은 게임 개발과 출시 후 개발자의 발언권이 차츰 줄어드는 것에 실망해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게임 개발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회사를 지향했다. 그는 창업 이후 엉뚱하게도 PC 온라인 게임 개발에 매진했는데, 당시는 한창 모바일 게임 붐이 불던 시절이었다.
또 하나 뚝심은 회사 설립과 동시에 게임 엔진을 개발하는 방식이었다. 게임 엔진은 만들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일단 개발을 하고 나면 상용화 엔진을 이용할 때보다 게임 개발에 최적화할 수 있단 강점이 있다. 이런 방식 덕분에 검은사막은 PC MMORPG임에도 설립 3년 만인 2013년 10월 첫 테스트를 시작할 수 있었고, 2014년 12월 공개 서비스에 돌입했다.
김 의장은 애초에 검은사막을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IP로 만들겠단 포부였다. 일본, 러시아, 북미와 유럽 등을 시작으로 이후 대만, 터키, 중동, 태국, 동남아 등에도 검은사막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검은사막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IP로 성장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4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현재 검은사막 IP의 해외 매출 비중은 약 74%에 이른다. 북미와 유럽이 40%, 대만,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34% 등으로 한국 비중은 약 26%다.
검은사막은 현재 150여 개국 약 4000만명의 이용자를 갖춘 글로벌 IP로 성장했다. 2016년 6월 연결기준 각각 337억원, 281억원이던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각각 5359억원, 1506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증가율은 각각 1490%, 436%에 이르렀다. 펄어비스에 따르면 최근 검은사막 IP의 누적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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