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5.5조' 자사주 적극 활용하는 까닭 우군 확보·장기적 시너지 기대…미래 주가 따라 유불리 지적도
서하나 기자공개 2020-11-03 08:21:51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2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의 적극적인 자사주 활용 전략에 시선이 쏠린다. 최근 CJ, 미래에셋대우와 지분스왑이 대표적이다. 현금 지출 없이도 자산을 늘릴 수 있고, 든든한 우군 확보를 통한 장기적인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자사주 가치 변화에 따라 자사주 활용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반기 말 네이버의 총 발행주식 수는 약 1조6426만주, 이 중 자기주식 수는 약 1890만주(지분율 약 11.51%)로 집계됐다. 네이버가 보유한 자사주의 가치는 최근 주가인 29만원을 대입하면 약 5조5000억원에 이른다.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자사주 보유율이 약 5% 안팎이다. 상반기 말 카카오의 자사주 비중은 약 2.82%였다.
네이버는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활용해 이종 산업과 연합 전선을 꾸리는 모습이다.
최근 CJ그룹과 지분교환에서도 네이버는 단 1.28%의 지분을 투자해 △CJ대한통운(7.85%), △CJ ENM(4.99%), △스튜디오드래곤(6.29%) 등 지분을 확보했다. 별도의 현금 지출 없이 약 6000억원에 이르는 지분을 확보했고, 무엇보다 단숨에 물류와 콘텐츠 사업에서 든든한 파트너를 얻게 됐다.
네이버의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지분스왑은 양사가 서로 지분을 나눠 갖는다는 점에서 외부에 우군을 두는 것과 같다. 양해각서(MOU)나 일방적인 투자와 비교해도 보다 장기적인 시너지 추구가 가능하다. 상반기 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GIO)의 지분율은 3.72%로 낮은 편이지만, 네이버의 자사주 지분율(11.5%) 활용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다.
2017년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간 5000억원 규모 지분스왑은 훗날 네이버가 금융사업에 진출하는 든든한 발판이 됐다. 당시 네이버 자사주 약 56만3063주(지분율 1.7%)와 미래에셋대우 자사주 4739만3364주(지분 7.1%)를 교환하는 빅딜이었다. 지난해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의 투자를 받아 금융전문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다.
지분스왑은 재무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현금(자산) 지출이나 부채를 늘리지 않고 투자 지분을 자산으로 반영해 순자산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네이버의 상반기 말 기준 부채총계(6조7175억원)와 자본총계(7조9579억원)를 감안하면 변화는 미미한 수준이다.
일각에선 네이버의 기업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지분스왑이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네이버 주가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동안 CJ대한통운과 CJ ENM,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는 박스권에 머물거나 하락했다. 다만 과거 주가의 흐름을 토대로 미래 흐름까지 예측할 수는 없기에 현 시점에서 지분스왑 전략에 대해 논하기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네이버는 자사주를 활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각 업계 1위 기업에 손을 내밀고 제휴할 수 있는 지위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지분스왑으로 우군을 만드는 전략엔 그만큼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하겠단 의지가 담긴 것 아닐까 싶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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