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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일사천리 딜 단행 후 실사과정 밟을까통상적 절차 생략…사후실사 가능성 높아

한희연 기자공개 2020-11-18 18:09:25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8일 11: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주도로 전격 추진돼 빠르게 결론을 맺었다. 속전속결로 딜이 추진됐으나 통상적인 인수합병(M&A) 절차에서 선행되는 실사 등 작업은 이뤄지지 않아 사후적 상세실사를 통해 명분찾기에 나설지 주목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16일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는 투자합의서를 체결, 이 자금으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빅딜을 공식화했다.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이 아시아나인수를 위해 논의를 시작한 지 두달여 만에 투자합의서를 체결하며 속전속결로 딜을 추진한 셈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건은 국내 양대 FSC를 통합하는 내용으로 상당히 의미가 있고 규모도 큰 딜이다. 협의 과정에는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의 극소수 인물들만이 관여, 짧은 기간 강도높게 추진됐다고 알려졌다. 딜 구조 등 전반적인 사항이 모두 정해지자 디 데이(D-day)인 16일 오전 10시 이전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의결과 인수와 매각 대상회사의 이사회 의결을 빠르게 진행, 최종적으로 딜을 확정지었다.

이는 통상적인 기업의 M&A 딜 과정과는 사뭇 다르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 보통 M&A딜을 진행할 경우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이전 실사작업을 통해 인수대상 기업을 상세히 들여다본 후 이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는 절차를 걸쳐 최종 인수여부와 가격 등을 의결한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경우 실사 등 절차가 생략돼 추후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금지원 결정에 따라 강도높게 추진된 딜이지만, 추후 주주나 채권자 등 대한항공 이해관계자들이 절차상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사실상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 주요 산업 재편을 위한 전격적인 딜 추진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속전속결로 진행돼 통상적 절차와는 다른 부분이 많다"며 "추후 딜과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이슈가 생길 경우, '미리 면밀히 리스크요인을 분석한 결과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근거는 사실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진칼의 주요주주로 대표적인 이해관계자인 3자연합도 "항공사의 인수합병은 정상적인 실사와 가치평가, 거래조건 협상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기존의 우선협상대상자도 확인하지 못한 추가부실을 예상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부채 12조원과 자본잠식상태의 아시아나항공을 실사 등의 절차와 충분한 논의를 무시한 채 한진그룹이 전격 인수하는 것은 6% 주주인 조원태 회장이 국민의 혈세를 통해 10%의 우호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결과만 낳을 뿐 다수의 다른 주주를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명분쌓기나 형식상으로라도 대한항공이 추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상세실사를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은행의 주도로 이뤄진 또 다른 인수합병 사례인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딜의 경우에도 양측이 인수 본계약을 맺은 다음주 곧바로 사후 실사를 진행한 바 있다. 비록 제반 협의조건이 다 정해진 상황에서 '형식적'으로 진행된 실사라는 얘기도 나왔으나,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등에 숨겨진 부실이 없는지 등을 몇달간 상세실사를 통해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형식상 절차 준수를 위해서라도 사후적 실사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실사과정에서 추가 부실 등 가능성이 드러난다해서 계약 조건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아 말그대로 명분 쌓기를 위한 실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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