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2월 28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석 달 전만 해도 손을 어디에 벌려야 할까 했는데, 이제는 먼저 손을 잡자고 합니다."김기현 코스나인 이사회 의장이 최근 기자와 만나 건넨 이야기다. 김 의장은 올해 내내 이탈 직전의 기관차를 모는 기관사와 같은 심정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전국민 마스크 일상화는 화장품 사업을 주력으로 삼았던 코스나인에겐 불가항력적 위협이었다. 직원 급여를 비롯해 사무실 임차금 마련도 빠듯했다.
그나마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손 세정제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 매출 역성장을 막은 신의 한 수였다. 이마저도 원재료 현금 구매 등 굴욕적 환경에서 이뤄진 결과였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선 매각설 등도 불거졌다.
가장 큰 위기는 9월 찾아왔다. 금융권 차입금 상환 압박이 시작됐다. 백광열 대표 등 경영진과 머리를 맞댔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막다른 길에 다다른 김 의장에게 자존심은 중요하지 않았다. 직원과 가족, 코스나인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그때 손을 잡아준 건 최영권 아이큐어 대표였다. 김 의장은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최 대표를 찾았다. 오랜 시간 알고 지냈지만 기업과 기업의 만남은 다른 문제였다. 최 대표는 생산시설을 찾고 미래 전략 등을 들어본 끝에 총 1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코스나인 지배구조 정점에 아이큐어가 오르자 상황이 급변했다. 금융권 대우부터 달라졌다. 차입금 상환을 압박했던 곳은 기한 연장과 운영자금 예치 등을 먼저 제안했다. 거래처와 신용 거래도 가능했다. 지난해 발행한 전환사채 가운데 60억원 상당을 자본으로 전환하면서 재무구조 개선도 속도가 붙었다.
화장품 사업도 재도약 조짐을 보인다. '한한령' 조치로 사실상 수출길이 막혔던 중국 쪽 수출길이 열렸다. 최근 중국계 화장품 유통기업 '사사(SASA)'와 마유(馬油) 화장품 입점 계약 등을 체결했다. 총 20만 세트의 마유 화장품을 수출했다. 지배구조 정점에 오른 아이큐어와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시너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코스나인은 아이큐어라는 동아줄을 잡으며 구사일생했지만 시장의 색안경에선 자유롭지 않다. 코스나인은 당초 마유 크림 등 화장품으로 잘 알려진 클레어스코리아의 화장품 제조 부분이 분할돼 설립됐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 삼우엠스와 합병하며 증시에 입성했다. 문제는 본사업과 관계없이 합병을 선택했던 곳이 수년간 업종과 사명 변경, 지배구조 변화 등으로 시장의 외면을 받았던 곳이란 점이다.
김 의장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 담당 애널리스트들에게 직접 서신을 보내 새롭게 도약할 코스나인에 대한 관심과 격려도 부탁했다. 결국 달라진 숫자로 확인시켜줘야 한다. 위기를 극복했던 올해를 보내고 내년에는 증명의 시간이 돼야 한다. 이를 통해 훗날 김 의장과 코스나인이 다른 이의 손을 잡아주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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