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1월 25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케이뱅크가 최근 새 은행장 최종 후보로 서호성 씨를 추천했다. 이문환 전 행장이 돌연 사임한 지 약 일주일만이다. 이 전 행장이 물러난 '일신상의 이유'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으나 공백을 메울 대안을 찾자 그에 대한 관심은 서서히 멀어졌다.다만 퇴임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와 한번 되짚어보고 싶었다. 지난해 취임 이후 그에겐 전임자에 이어 '또 KT' 출신이냐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BC카드 대표이사 경험에도 불구하고 통신맨이 은행업을 제대로 해낼 수 있겠냐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재임 기간은 짧았지만 10개월 새 여론은 달라졌다. 자본 확충 이슈에 줄곧 끙끙대던 케이뱅크는 새 대주주 BC카드를 앞세워 3996억원을 수혈했다. 개점 휴업 상태에서 벗어나 야심 차게 준비한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도 선보였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분위기를 전환했다.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면서 그간 우려를 불식시켰다.
사임 직후 주주사 관계자들은 "이 전 행장은 자본 확충 미션을 위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뛰었다. 열정이 대단했기에 사임이 의외였고 당혹스러웠다"고 평했다. 그와 같은 '핵심 인재'를 다른 KT 계열사로 빼낼 계획이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사실 케이뱅크는 그동안 일부 주주사로부터 KT 외부 인사를 선임하라는 조언 내지 압박을 받아왔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보도자료를 통해 신임 행장 후보를 소개하면서 '비(非) KT' 출신 인사가 행장으로 추천된 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충분한 능력과 열의를 갖췄지만 출신 프레임이 이 전 행장에게 굴레처럼 작용한 건 아닐까 싶었다. 서 후보를 선임하면 이런 부담을 덜어낸다. 현대차 계열 금융사와 컨설팅사, 한국타이어를 오가며 마케팅과 전략을 담당한 화려한 커리어는 나무랄 데 없어 보인다.
이를 두고 1970년대 중국의 덩샤오핑이 말한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 떠올랐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이다. '또 KT'든 '非 KT'든 출신과 상관없이 케이뱅크가 당면한 과제를 잘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 그 역시 기존 행장들과 마찬가지로 선임된 이후 보여준 역량에 따라 평가가 갈릴 것이다.
흑묘를 대신해 백묘가 잡아야 할 쥐는 여전히 많다. 이미 카카오뱅크는 저만치 앞서있고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도 추격을 준비 중이다. 새 수장이 추가 자본 확충과 더불어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타이틀에 걸맞은 혁신을 이뤄낼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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