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채권 프리미엄, 아직 '시기상조' [Market Watch]발행사 16곳 뿐, 연초효과 구분 불가…A급 기업 사례 추가 필요
남준우 기자공개 2021-02-18 13:35:01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6일 10: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 녹색채권이 1조원 이상 발행되며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연초 효과와 ESG채권 수요가 맞물리며 금리도 일반 회사채 개별민평 대비 최대 50bp 가량 낮은 수준이다.덕분에 일각에서는 녹색채권 프리미엄(그리니엄)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녹색채권 표본 수는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연초 효과 때문에 녹색채권과 일반채권 간의 간극을 기술적으로 분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1월 이후 녹색채권 발행액 2조 근접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15일 기준 국내 녹색채권 누적 발행액은 총 4조8380억원이다. 2020년 말까지 3조300억원이 발행된 점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 2개월여만에 2조원 가까이 발행됐다.
연초 녹색채권 발행은 비금융권 민간 기업들이 주도했다. 작년까지 비금융권 민간기업 녹색채권 발행액은 SK에너지, GS칼텍스, TSK코퍼레이션 등 총 7400억원이었다.
1월 현대제철과 롯데지주를 시작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 SK렌터카, 현대오일뱅크, 현대자동차 등이 총 1조5080억원을 발행했다. 3월에도 세아제강,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녹색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연초 발행된 녹색채권은 탄소배출량 감축, 친환경 건축물, 탈황시설 증설, 대기오염 저감장치 등을 위한 목적으로 발행됐다. 15일 기준 전체 ESG 채권 발행금액(88조8647억원) 중 녹색채권 발행액 비중은 5.44%로 2020년 4.1% 대비 소폭 증가했다.
◇대부분 개별민평 대비 언더 발행
발행 금리도 낮아진 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녹색채권은 발행 금리가 개별민평 대비 낮은 수준이라 보기 힘들었다. 반면 연초에 발행된 녹색채권은 모두 개별민평 대비 낮은 금리로 발행됐다.
2019년 발행 당시 AA+ 등급이었던 SK에너지는 트렌치별로 3년물을 제외하고 개별민평 대비 높은 금리로 발행했다. TSK코퍼레이션(A+)도 녹색채권 3년물을 개별민평 대비 +9bp 에서 발행했다. GS칼텍스는 3년물 -5bp, 10년물 -15bp로 모두 개별민평 대비 낮았다.
1월 이후 녹색채권을 발행한 기업들은 모두 개별민평 대비 언더 발행에 성공했다. AA0 등급 현대제철은 개별민평 대비 3년물 -17bp, 5년물 -22bp, 7년물 -23bp 수준으로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SK렌터카(A0)는 녹색채권으로 발행한 5년물을 개별민평 대비 -53bp를 가산한 1.877%로 발행하며 A0 등급 역대 최저 금리를 기록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5년물 녹색채권을 개별민평 대비 -25bp로 발행했다.
앞서 녹색채권을 조달했던 기업들과 비교하면 그리니엄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리니엄(Greenium : 녹색채권 프리미엄)'은 녹색채권 발행 금리가 동일 발행사의 일반 채권보다 낮은 현상을 의미한다.
◇녹색채권 발행 27건…표본 부족
하지만 아직 그리니엄을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표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리니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발행사 일반채권과 녹색채권 금리를 비교해야 한다. 일반채권의 경우 지금까지의 데이터가 축적됐지만 녹색채권은 아직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에는 양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국내 ESG채권의 경우 그 동안 550여 건 발행됐지만 약 82%를 차지하는 주택금융공사(MBS)를 제외할 경우 150건 정도다. 이중 녹색채권 발행 건수는 27건 뿐이다. 발행사 수도 총 16 곳으로 적은 편이다.
연초 효과와 분리하기도 어렵다. 연초에는 회사채 공급 대비 기관 투자자 수요가 풍부해 금리가 전반적으로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펀더멘털이 우수한 AA급 위주로 연초효과가 집중된다.
그리니엄을 확인하기 위해선 A급 표본이 필요한데 워낙 적다. A급의 경우 AA급과는 다르게 녹색채권과 일반채권 간의 온도차가 더 클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초 효과가 A급에도 확산돼 그리니엄 확인이 힘들다. 연초 A급 녹색채권 사례는 SK렌터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세 건 뿐이다. 비슷한 시기 일반채권을 발행한 한솔제지(A0) 등도 연초 효과로 개별민평 기준 -69bp로 발행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연초 녹색채권이 일반채권보다 5bp 가량 낮은 수준에서 금리가 결정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아직 연초 효과를 기술적으로 분리하기에는 절대적인 표본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리니엄 언급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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