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3월 12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LGES)이 지난 4일 코나EV 자발적 리콜 비용에 관한 합의를 전격 발표했다. 지난달 리콜 비용 반영을 밝힐 때만 해도 구체적 합의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만에 타협점을 찾았다.이번 합의에는 여러 관전포인트가 있다. 먼저 전기차 문제에 관해 완성차와 배터리사 간의 분쟁이 일단락된 사실상 첫 사례다. 10년 넘게 자동차와 배터리를 담당한 애널리스트도 다른 글로벌 선례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물론 화재를 비롯한 차량 사고는 아예 일어나지 않는 것이 제일이다. 그러나 지금 글로벌 자동차시장을 흔드는 테슬라도 화재 사고를 겪었다. 내연기관차도 여전히 품질 문제가 있는데 아직 초기인 전기차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현대차와 LGES의 신경전과 합의 도출을 글로벌 완성차·배터리사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차와 LGES 모두 철저하게 실리를 추구하며 '기민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 지점에는 '타이밍'의 문제가 있다. 현대차는 올해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한 신차를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경쟁사에 맞서 '바람몰이'를 해야 할 시점에 과거 제품으로 인한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LGES는 기업공개(IPO)를 본격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기업가치를 최대한 크게 인정받아야 하는데 악재가 될 우려가 있었다. SK이노베이션과의 분쟁도 있다. 결국 양사 모두 신속하고 과감한 액션이 필요한 시점에 실행했다.
그룹 총수들의 스타일과도 연결된다. 정의선 회장은 작년 10월 취임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내연기관차 엔진 품질비용 3조4000억원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사에서 '고객'을 특히 강조했다. 코나EV 리콜 역시 마찬가지 차원으로 해석된다.
구광모 회장 체제 LG그룹은 이전보다 '단호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요한 순간에 머뭇거려 실기하는 듯한 인상은 받기 힘들다. 배터리사는 일종의 부품사다. 완성차와 맞서는 부담은 컸을 터이지만 때를 놓치지 않고 적절하게 잠재 리스크를 털었다.
시점의 문제와 총수들의 그릇도 있지만 선대 회장들의 '신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전기차 시장에서 의기투합하기로 한 정몽구 명예회장과 고 구본무 회장이 닦아 놓은 기반, 믿음이 없었다면 얼굴을 붉히는 시간이 길었을지 모른다.
앞으로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이 전기차사업에서 협력하는데 여러 이유로 또다른 난관이 있을 수 있다. 혹시 모를 분쟁이 생기더라도 이번 합의를 토대로 소모적인 대치는 하지 않길 바란다. 그들이 만드는 배터리와 전기차는 각자의 '가보(家寶)'이지만 크게 보면 둘 다 앞으로 국가를 먹여 살릴 보물이라는 점은 늘 기억돼야 할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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