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6월 01일 07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가 삶의 많은 것을 바꿔놨지만 한편으로 좋은 핑곗거리가 된 것도 사실이다. 가기 싫은 모임이나 약속을 회피할 때는 물론 취업 준비, 명절 귀향을 피하는 데 '코로나 때문에' 한 마디면 그럴싸한 명분과 핑계가 마련됐다. 게을러진 자신에게 주는 면죄부로도 '코로나'가 딱이었다.최근 재계의 키워드가 된 ESG를 코로나에 비유하면 억지일까. 최근 기업들의 동향을 보면 무리한 비유도 아닌듯 하다. '계열사 독립 경영',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조하는 ESG 경영 방식의 빈틈을 찾는 총수들이 하나 둘씩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책임지지 않는 회장님'들이다. 연초 경영 복귀를 선언한 대기업 회장은 등기임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으로서의 복귀를 택했다. 법적 리스크를 떠안은 상태에서 최근 친인척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대기업 회장 역시 등기임원직을 자진해서 내려놓겠다고 했다. 이 회사의 이사회에는 더 이상 총수 일가가 없다. 이들 두 인물이 미등기임원을 택한 배경은 '계열사 중심의 이사회 경영을 위함'이었다.
비단 이들 기업만의 일은 아니다. 총수의 등기임원 미등재 현상은 '추세'다. 재계 1위 삼성은 물론 한화, 금호석유화학,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미래에셋, 네이버, 한국타이어, 동국제강 등 국내 유수의 그룹에는 '등기임원 총수'가 없다.
수치로도 극명히 드러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발표한 '2020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51곳의 소속회사 1905곳 가운데 총수일가가 한 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6.4%(313개)에 그친다. 범위를 '총수 본인'으로 좁히면 비율은 5.7%(108개)로 더 낮아진다.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을 구분하는 이유는 경영과 관련한 법적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기 위함이다. 또 지배주주인 총수는 그 어떤 인물보다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 소재를 가져야 하는 인물이다. 총수 본인이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또 다른 지배주주인 2세 혹은 3세가 대신해야 한다는 거버넌스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ESG는 '회장님'들에게 책임에서 벗어나라고 한 적이 없다. 또 오너 경영인은 이사회에서 빠지는 것이 좋은 지배구조라고 말한 적도 없다. 지배주주 경영인이 스스로 책임지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총수가 아닌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다소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내라는 것이 ESG 시대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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