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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낀 삼성]'중국·낸드'서 '미국·비메모리'로 기운 무게추⑧'반도체' 한미 경제동맹 중심 부각, 中 추가투자 요구 가능성 낮아

원충희 기자/ 김혜란 기자공개 2021-06-03 07:08:15

[편집자주]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자국주의'가 한층 맹렬해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삼성도 두 고래의 헤게모니 다툼에 자칫 새우등 터질 수 있는 만큼 경영과 투자 모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특히 미중 슈퍼파워 게임의 격전장이 된 반도체 산업은 더욱 민감한 상황이다. 삼성의 미·중 사업현황을 점검하고 이들을 둘러싼 글로벌 시장 환경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1일 14:2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21일(현지시간)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해 미국 신규 투자계획을 공식화했다. 170억달러(약 19조원) 규모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투자할 것이란 게 골자다. 투자지역과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발표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최대 해외 투자처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표면적으로 삼성은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경쟁에서 미국 쪽으로 기울어진 모양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중국의 행보를 주시하되 미국처럼 추가투자 등을 요구하진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의 첫 해외 반도체 생산투자는 1996년 미국 오스틴법인(SAS)이다. 투자규모는 지난 24년간 170억달러에 달한다. 이곳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지로 세워졌지만 2000년대 들어서 미국 팹리스(칩 설계전문업체)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지로 탈바꿈했다.

중국 시안에 반도체 생산기지가 설립된 시기는 2012년. 초반에는 108억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지었으며 2017년 70억달러, 2019년 80억달러를 투자해 2공장까지 증설을 단행했다. 2공장은 올해 하반기쯤 완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법인에 투자한 액수는 총 258억달러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해외 반도체 투자규모를 보면 중국이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 170억달러 투자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미국 투자총액은 34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투자규모 순위가 뒤바뀌는 셈이다.

아울러 미국 오스틴공장은 14나노 공정기술을 갖춘 시스템 반도체 수탁생산 라인이 설치돼 있는 등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통한다. 중국 시안이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인 낸드플래시 생산지임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해외 반도체 투자 축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메모리에서 비메모리 이동한 격이 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방미일정에서 국내 4대 그룹이 미국에 풀어놓은 투자 보따리는 400억달러(약 44조원), 이 가운데 삼성의 비중이 43%에 이른다. 투자금 전액이 반도체에 투입된다. 그간 미국이 중국과의 반도체 패권전쟁에 나서며 공급망 자립화를 추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단순 사업적 의미뿐 아니라 반도체가 한미 경제동맹의 주축이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재계의 시선은 중국의 행보에 쏠린다. 과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가 경제적 보복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는 만큼 반도체 중심으로 한미 경제동맹이 강화되는 추세를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중국발 리스크가 삼성에 불똥이 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만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중국이 미국처럼 추가투자 등을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삼성전자 전 고위관계자는 "중국은 아직 양산에 들어가지 못해서 그렇지 자국 내 파운드리나 D램 기업도 많이 만들어놓은 상태"라며 "곧 하나씩하나씩 양산체제에 들어가게 될 예정이라 삼성에 미국처럼 투자 등을 요구하기보다 자체적으로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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