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하는 밥솥명가 쿠쿠]국민연금이 매년 주총서 반대목소리 내는 이유⑤배당 사전공시 미비 수차례 지적했지만 개선 안돼
김슬기 기자공개 2021-06-15 08:10:17
[편집자주]
쿠쿠그룹은 명실상부 밥솥 명가다. 대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밥솥을 납품하다 자체브랜드를 앞세워 이제는 시장 점유율 1위로 발돋움했다. 2017년 인적 분할을 통해 렌탈사업을 강화, 사업 다각화에도 성공했다. 기업 분할 5년을 맞이하는 쿠쿠그룹의 성장사와 미래 성장동력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4일 13: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쿠그룹의 주요주주에는 대주주 일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공단 역시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쿠쿠홈시스의 경우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쿠쿠홈시스를 비롯, 쿠쿠홀딩스 양사에 매년 의결권 행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쿠쿠홀딩스와 쿠쿠홈시스가 올린 안건 중 한 건 이상에 대해 항상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국민연금이 늘 반대했던 안건은 '현금배당 승인'이다. 올해 역시 국민연금은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다. 두 곳 모두 연결현금배당 성향이 낮은 것도 아니지만 늘상 배당에 대해 미리 공시하지 않고 주주총회에서 공개해 기관투자자의 원성을 산 것이다. 회사 측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국민연금, 4년 연속 배당 반대 "사전 검토 필요한데 공시 안 해"
2014년 상장 후 해를 거듭할수록 쿠쿠그룹에 투자하는 기관들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 상장 후 처음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했던 기관의 수는 11곳이었지만 2021년에는 3곳(쿠쿠홀딩스+쿠쿠홈시스)에 불과하다. 한 해도 거르지않고 의결권을 행사했던 곳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3월에 열린 쿠쿠홈시스와 쿠쿠홀딩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했다. 쿠쿠홀딩스에서는 4개의 안건 중 1건의 안건에 대해 반대를 했고 쿠쿠홈시스에서는 총 6개의 안건 중 1건을 반대했다. 반대를 했던 안건은 모두 '현금배당 승인'에 관한 것이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쿠쿠홈시스의 지분 8.32%를 보유하고 있다. 쿠쿠홀딩스 지분은 5% 미만이어서 지분율을 알 수 없다. 다만 통상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대상은 지분율 1%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5% 내외일 것으로 보인다.
현금배당 승인은 국민연금의 단골 반대안건이었다. 국민연금은 분할 후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 4년 연속으로 배당 안건에 대해 반대했다. 반대 이유는 '배당에 관한 안건을 사전에 공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국민연금은 쿠쿠그룹이 전반적으로 주주와의 소통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봤다.
국민연금은 주주총회 안건의 사전공시를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으로 두고 있으며 "주총 안건 중 이사 및 감사의 선임, 이사 및 감사의 보수한도, 임원퇴직금 또는 퇴직위로금 지급규정 승인 등 사전 검토가 필요한 안건에 대해 5영업일 전까지 그 내용을 공시하지 않은 경우 반대를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쿠쿠홀딩스를 비롯, 쿠쿠홈시스는 주총 2주 전에 주총소집공고를 내면서 재무제표, 정관변경, 이사의 보수한도 등에 대해서는 공시하고 있지만 정작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배당 관련해서는 어떠한 내용도 담지 않았다. 주총 당일에 '현금·현물배당결정' 공시를 할 뿐이다. 국민연금은 배당 수준이 높건 적건 투자자들이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 것이다.
국민연금 외에도 다른 기관 역시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올해 쿠쿠홈시스 의결권을 행사한 트러스톤자산운용 역시 '현금배당 정보가 미비하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트러스톤운용 측은 "주주의 권리 중 하나인 의결권 행사를 위해서는 회사 측이 주총 이전에 안건과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해당 기업은 주주에게 현금배당과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공개사유와 관련된 설명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기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쿠쿠홀딩스는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 69.07%, 쿠쿠홈시스 75.44%이기 때문에 해당 안건을 통과시키는데 큰 문제는 없다. 기관투자자들의 거듭된 의견표명에도 쿠쿠그룹의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쿠쿠그룹 관계자는 "국내외 투자요소를 총체적으로 고려하고자 배당규모나 배당액을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사전공시를 하지 않는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배당성향 평균 20% 가량, 배당 지급보다 소통에 문제
쿠쿠그룹은 배당에 인색한 기업은 아니다. 쿠쿠홀딩스 상장 후 배당 현황을 보면 매년 배당금이 상향조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2017년 기업 분할을 감안하더라도 2014년부터 2017년 사업연도 배당은 주당 1500원에서 4100원까지 커졌다. 같은 기간 연결 현금배당성향 역시 평균 18%대였다.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배당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8년~2019년 주당 배당금은 3000원, 2020년 3300원이었다. 연결 현금배당성향은 20.7%였다. 통상 지주사 전환 후 고전하는 중견 지주사들과는 달리 쿠쿠홀딩스는 사업회사 쿠쿠전자 지분 100%를 보유, 견조한 이익을 냈다. 여기에 쿠쿠홀딩스의 배당과 대주주의 이익이 직결된다는 점도 배당 상향에 한몫했다.
쿠쿠홀딩스의 2020년 사업연도 배당 기준으로 구본학 쿠쿠홈시스 대표는 총 99억원을 배당으로 가져갔고 창업자인 구자신 회장은 16억원 가량, 구 회장의 차남인 구본진 씨 역시 43억원을 받아갔다. 전체 배당총액 중 대주주 일가가 가져가는 돈은 77% 가량이다. 분할 전 68%에서 지주사 전환 후 지분율 상승에 따라 77%까지 올라온 것이다.
여기에 사업분할 후 렌탈업을 전담하는 쿠쿠홈시스의 배당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2018년 주당 2800원의 배당이 이뤄졌다. 2019년에는 주식을 5:1로 액면분할하면서 발행 주식수를 늘렸다. 주당 560원을 배당,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2020년에는 배당수준을 상향, 주당 600원으로 올렸다.
다만 2018년과 2019년 사업연도 배당에 대해서는 차등배당을 진행했다. 배당이 대주주의 배를 불린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대주주 및 쿠쿠사회복지재단을 제외한 5% 이하 주주들에게만 현금배당을 한 것이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전체 배당을 실시했다. 사업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차등배당 이유가 없어졌다.
일견 차등배당의 경우 주주가치 제고 등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이 또한 미리 공개하지 않아 기관들의 반대표를 샀다.
주주가치제고는 점점 중시되는 추세다. 쿠쿠홈시스의 2020년말 자산총계는 7081억원, 쿠쿠홀딩스 9251억원이다. 자산규모가 휠씬 적은 코스닥 기업 다수도 주총 전에 배당 공시를 통해 주주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쿠쿠그룹의 주주친화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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