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6월 17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행무상승(五行無常勝).' 손자병법에 나온 말로 한 번의 승리가 영원히 반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을 담고 있다. 세상에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를 보며 이 말이 떠올랐다. 맞수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상황이 몇 년새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LG디스플레이는 풍전등화였다. 2019년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장기간 이끌었던 한상범 대표이사(부회장)가 물러나기까지 했다. 정호영 대표 체제로 바뀐 뒤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할만큼 상황이 좋지 못했다. 그해 1조원 넘는 적자를 냈다.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사업재편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고 믿었던 LCD 가격도 경쟁심화로 급락했다. 정 대표 체제 하에서 '대형 OLED의 대세화', 'P-OLED 사업의 턴어라운드', 'LCD 부문의 구조혁신 가속화' 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체질 개선을 꾀했다.
지금은 LG디스플레이에 활기가 돌고 있다. 재무가중을 가져왔던 OLED가 선전하고 있고 TV 외에 다양한 활용처를 제시하며 성장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현재 대형 OLED 패널을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고 10인치 이상 자동차 OLED 패널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OLED 전환 시기를 실기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당시 중소형 OLED로 빠르게 전환한 삼성디스플레이는 경쟁사가 적자를 냈을 때도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였다. LCD 경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두둑한 현금과 중소형 OLED의 압도적인 시장지위 덕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지금은 입장이 뒤바뀌었다. 중소형 OLED 역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또 LCD라인을 완전 철수하기로 결정했으나 패널 가격이 다시 상승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QD디스플레이 양산까진 시간도 필요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업적 어려움 뿐 아니라 노사 문제에서도 삐걱대고 있다.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노조는 오는 21일 선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창사 이래 첫 파업이다.
지금의 상황은 또 언제 바뀔지 알 수 없다. 두 업체는 경쟁사이긴 하지만 결국은 함께 OLED 시장을 개척해야 할 동반자다. 중국업체들은 LCD를 무기로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 1위에 올랐지만 아직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에서는 후발주자다. 한 쪽이 지고 이기는 게 아니라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두 곳 모두 웃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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