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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시스템 점검]'상처뿐인' 엘리엇의 현대차 공격? '주주추천' 이사 남았다⑧추천부터 선임까지 전 과정 공개, '비공개' 사외이사 선임 프로세스와 대조

유수진 기자공개 2021-07-06 15:13:19

[편집자주]

기업경영 감독,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한 사외이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외이사 후보군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고 추천·선임되는지는 기업마다 사실상 베일에 싸여 있는 상황이다. 후보군 관리, 추천 경로 공개 등을 요구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과 달리 비금융 기업은 사외이사후보 추천 시스템이 자율에 맡겨져 있다.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후보추천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2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주주추천 사외이사'의 존재다. 2018년 현대글로비스를 시작으로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이 사외이사 중 1명을 주주추천으로 선임하기 시작했다. 대주주·경영진과 무관한 인물을 이사회에 참여시켜 견제·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조치다.

해당 변화의 시작은 2018~2019년 외부세력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제동을 걸고 고배당 등을 요구하던 때와 시기적으로 겹친다. 정의선 회장의 승계를 위한 시도 무산과 주주친화 기조 확대를 떼어놓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일반주주 손에 이사 추천권을 쥐어주는 건 대다수의 기업들이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주주친화책이다. 실패로 끝난 지배구조 개편 시도가 상처만 남기지는 않은 셈이다.

현대차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윤치원 이사는 나머지 동료 사외이사들(5명)과 역할에 차이가 있다. 주요 안건 의결과 위원회 활동 등 통상적인 이사 업무 외에 추가적으로 주주권익 보호를 담당한다. 국내 투자자 간담회와 해외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NDR) 등에 참석해 이사회와 주주간 소통이 매끄럽게 이뤄지도록 돕는 역할 등이다.

<출처:현대차 사업보고서>

이는 윤 이사가 2019년 3월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차는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국내외 일반주주들로부터 이사 후보를 추천받아 선임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주주추천으로 후보군에 포함된 윤 이사는 정해진 평가 절차를 거친 뒤 현대차의 첫번째 주주추천 사외이사가 됐다.

해당 제도는 현대차만의 독특한 케이스가 아닌 현대차그룹 차원의 전사적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1월 주주권익을 확대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주주권익 담당 사외이사 도입을 결정했다. 지배구조 선진화의 일환이다. 해당 이사의 역할을 고려해 선임 방식도 기존과 차별화 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내부에서 후보를 물색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주총에 올렸지만 예외적으로 주주추천을 받기로 한 것이다.

특히 첫 단계인 추천부터 마지막 선임까지 모든 절차를 공개했다. △홈페이지 공고 △사외이사 후보 추천 자문단 구성 △사외이사 후보 접수 △자문단의 사외이사 최종 후보군 선발 △이사회 내 사추위의 최종 후보 선정 △주총 통한 사외이사 선임 △투명경영위에서 주주권익 보호담당 사외이사 선임 순으로 진행됐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각자 나름의 사외이사 선임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으나 해당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진 않는다. 예비후보 물색 방식과 후보군 관리, 구성 등 세부적인 내용을 명문화 해놓진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주주친화 기조 확대와 투명성 확보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하지만 주주추천 사외이사는 달랐다. 선임 프로세스를 공개했다는 점이 기존과의 가장 큰 차이다.


스타트를 끊은 건 현대글로비스다. 2018년 주요 계열사 중 가장 먼저 주주추천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그룹의 발표가 있은 직후 곧바로 공모를 시작해 후보를 추천받기 시작했다. 추천 자격은 2017년 12월31일 기준 주식을 보유한 모든 주주에게 주어졌다. 자격요건은 △투명경영·리스크관리·주주권익 보호 등에 전문성과 식견 보유한 자 △상법이 정하는 사외이사 결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자 등이다.

일주일동안 후보 선정을 위한 자문단도 꾸렸다. 주주권익 보호와 리스크 관리, 법률, 금융 및 경영분야의 외부 전문가 3~5명으로 구성했다. 자문단을 조직할 때도 투명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의결권 관련 대외 기관과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이들은 주주들이 추천한 후보 중 법적기준에 부합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추려 최종 후보군(3~5명)을 선정하는 작업을 맡았다.

마지막으로 후보군에서 최종 후보를 선정해 주총에 올리는 건 사추위의 영역이다. 그렇게 길재욱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가 현대차그룹 최초의 주주추천제로 뽑힌 사외이사가 됐다. 주총에서 사외이사에 선임된 직후 열린 이사회와 투명경영위원회에서 투명위 위원 및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현대글로비스는 해당 내용을 수 차례의 공시를 통해 시장에 공유했다.

이듬해(2019년) 현대차와 기아가 윤치원·남상구 이사를 주주추천 형태로 뽑았고 2020년엔 현대모비스도 동참했다. 모두 임기는 3년씩이다. 현대글로비스의 길 이사는 올 3월 주총서 연임에 성공해 주주권익 보호 업무를 계속 담당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별도의 주주추천이 진행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주주추천 사외이사는 주주들의 권익 보호와 이익 확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예비후보 풀관리 등 모든 과정 자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금융지주 등에 비교할 순 없지만 변화를 위한 첫 걸음을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외국인, 여성 이사를 선임하는 등 사외이사 시스템의 선진화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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