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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분리 이슈 점검]효성그룹, 계열분리 대신 형제경영? 아직은 모른다⑩조현준·조현상 아직 젊고 자녀도 어려...당분간 그룹 외형 확대와 신사업에 집중

조은아 기자공개 2021-07-12 11: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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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분리는 그룹 분화의 중요한 변곡점이다. 단순 계열분리를 넘어 그 이후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흥망성쇠를 가를 수 있다. 대를 이어가고 경영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계열분리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계열분리 이슈와 맞닿아 있는 그룹들의 시나리오와 함께 지배구조, 사업구조, 신사업, 리더십 등 미래 경쟁력을 더벨이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9일 13: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효성그룹에서 계열분리 가능성은 하루이틀 나온 얘기는 아니다. 이유는 많다.

우선 지금의 효성그룹 자체가 계열분리를 통해 만들어졌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효성그룹을 물려받을 때 형제들과 계열사를 나눠받았다.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는 장남인 조 명예회장에게 효성물산을 물려줬고 차남 조양래 회장과 삼남인 조욱래 회장에게 각각 한국타이어와 대전피혁을 분리해 상속했다.

조 명예회장은 계열분리를 통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그룹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었다. 그런 만큼 다음 대에 이르러서도 계열분리를 통해 경영권 분쟁의 소지를 없앨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계열분리가 비교적 간단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계열분리설이 끊이지 않는 배경으로 꼽힌다. 차남인 조현문 변호사가 그룹을 완전히 떠나면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등 형제가 2명밖에 없는 데다 두 명이 효성그룹에서 맡아왔던 사업분야가 다르다. 각자 자신이 주력했던 사업분야를 맡고 각자의 길을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 명예회장 체제에서 조현준 회장은 섬유PG장을 맡았고 조현상 사장은 산업자재PG장을 맡았는데 각각의 사업을 독자적으로 이끌었다. 둘 사이에서 사업영역을 놓고 개입이 이뤄진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효성그룹 내부에서 둘의 입지나 영향력이 팽팽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조현준 회장은 1997년, 조현상 부회장은 1998년부터 효성그룹에 몸담으며 그룹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조현준 회장이 조 명예회장 대신 효성그룹의 회장으로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여전히 조현준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동생과 비교해 절대적이라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조 부회장은 과거에는 총괄사장으로서, 올해 초 승진 이후로는 부회장으로서 핵심역할을 해왔다.

여기에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과거 지주사 체제 전환 이전에 효성 주식을 경쟁적으로 매입하면서 계열분리설에 불을 지폈다. 현재 ㈜효성의 경우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지분율 격차가 0.52%포인트에 불과하다.


효성그룹은 계열분리설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고 있다. 계열분리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효성그룹이 가까운 시일 안에 계열분리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현재로선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효성그룹은 지금 전성기를 맞고 있다. 우선 실적이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지주회사 ㈜효성은 올 1분기 주요 자회사들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효성의 1분기 영업이익은 10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8배나 증가했다. 2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분위기는 주가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는 1년 만에 주가가 10배 이상 뛰었다.

최근 재계를 휩쓸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열풍에서도 효성그룹은 단연 눈에 띈다. 효성그룹은 2018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지배구조를 개선했다. 조 회장이 이사회 의장에서도 물러나면서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도 강화했다. 올해에는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여성을 이사회 의장에 선임하는 등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탄소섬유나 수소 등 신사업도 빠지지 않고 챙기고 있다. 효성그룹이 안정적 형제경영을 통해 지금의 흐름을 이어가는 데 주력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당분간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순조롭게 형제의 공동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나이도 아직 젊다. 우리나이로 조현준 회장은 54살, 조현상 부회장은 51살로 아직 한창 나이다. 무엇보다 자녀들이 어려 당분간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부담이 없다. 둘이 각각 1남2녀씩 모두 6명의 자녀를 뒀는데 가장 나이가 많은 조 회장의 장녀가 2002년생이다. 특히 아들은 하나씩 뒀는데 각각 2012년생, 2015년생이다.

아직 조석래 명예회장 지분의 향방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조 명예회장은 ㈜효성의 지분 9.43%를 비롯해, 효성중공업(10.18%), 효성티앤씨(8.19%), 효성첨단소재(10.18%), 효성화학(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명예회장의 지분 증여는 효성그룹 경영권의 윤곽을 한층 뚜렷하게 보여주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여전히 효성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당장은 아니어도 장기적으로는 계열분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계열분리에 대한 고민은 경영권 승계에서 시작된다. 계열분리가 이뤄지는 주된 목적 중 하나가 각자 자녀들에게 재산과 기업을 물려주기 위해서다. 실제 LG그룹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으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71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5개 기업을 들고 독립하는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이유도 결국 승계에서 찾을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효성그룹은 조현준 회장 체제가 자리잡았고 실적이나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딱히 흠잡을 게 없이 안정적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오너일가 내부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형제의 공동경영 체제를 언제까지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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