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Radar]금융당국, 가계대출 완충자본 제도 두고 '갈팡질팡'4분기 도입 예정 불구 방법론 '아직', 인뱅·씨티은행 적용 여부 고심
김현정 기자공개 2021-08-26 07:51:29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5일 12: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4분기 도입하겠다는 ‘가계부문 경기대응 완충자본 제도’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완충자본 추가 적립 방법론조차 나오지 않아 은행권의 막연한 부담만 커지고 있다.가계대출만 취급하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을 대상으로도 완충자본 추가 적립을 규제화해야 하는지 아직 고심 중이다. 해당 규제 도입으로 씨티은행 매각이 차질을 빚을지 역시 고민 사안인 것으로 전해진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가계부문 경기대응 완충자본 제도의 은행별 추가자본 적립 비율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경기대응 완충자본은 총 대출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은행에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 은행권에 적용되는 최소 규제 자본비율은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7%, 기본자본(Tier1)비율이 8.5%, 총자기자본(BIS)비율이 11.5%다. 이 가운데 ‘국내 금융체계상 중요한 은행·은행지주회사(D-SIB)’로 선정된 금융지주사 5곳과 이들의 계열 은행 5곳 등 총 10곳은 추가자본을 1%p 적립해야 한다. 이들의 CET1비율, Tier1비율, BIS비율 최저 적립 필요 기준은 각각 8%, 9.5%, 11.5%다.
금융당국은 여기에 더해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곳들의 경우 최대 2.5%까지 추가 자본을 쌓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가계부채가 많이 불어난 상황에서 경기가 위축되면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하라는 취지다. 사실상 자체적인 은행 가계대출 조정이 가장 큰 기대효과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29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의결하며 해당 제도를 처음 발표했다. 지난달 15일에는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1차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태스크포스(TF)’에서 올 4분기부터 은행권 전체에 해당 제도를 도입하겠다 공언했다.
당시 도 부위원장은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자산시장 버블 심화, 가계부담 가중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은행권을 대상으로 촘촘한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조속한 도입이 목표였지만 아직 완충자본 추가 적립 방법론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최근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재시행한 것과 더불어 은행권 자본 규제를 함께 실시해 효과를 키우겠다는 게 당초 계획이었다.
자본비율 최대 추가 2.5% 확보는 시중은행들에 쉬운 작업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제도 도입 후 최대 1년의 유예기간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 년 동안 시중은행들의 자본비율 변동 폭은 바젤3 신용리스크 조기도입 등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0.5%p 증감도 되지 않는다.
가계대출 ‘비중’이 기준이 된다는 것만 알려진 가운데 어떤 방법에 따라, 얼마를 쌓아야할지 예상할 수 없어 은행권을 중심으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해당 제도와 관련해 부차적인 문제도 아직 고민 중이다. 가계대출 비중이 100%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가 대표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아직 신생은행인 만큼 자산규모가 크지 않아 자본비율 변동성이 크고 자본비율도 낮다. 카카오뱅크는 설립 이후 증자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BIS비율이 19.89%(6월 말 기준)에 이르지만 케이뱅크의 경우 10.9% 정도에 불과하다. 해당 규제가 적용되면 커다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를 별도로 고려한다면 특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씨티은행과 관련해서도 내부적으로 얘기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씨티은행 가계대출 비중은 61.5%로 은행권 평균을 훨씬 웃돈다. 상당량의 완충자본을 추가 적립해야 할 수도 있다. 씨티은행 매입자가 추후 자본비율 부담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해당 규제가 씨티은행 매각 작업 난항의 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과 다른 별개의 기준을 마련한다면 그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이나 자본 추가 적립이나 쉬운 일이 아닌데 곁가지 문제로 굵직한 얘기가 전해지지 않아 막연하게 걱정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4월 말에도 발표한 내용이고 연내 도입할 수도 있도록 세부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 적용과 관련한 내용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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