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리치앤코 회계 문제 '이미 알고 있었다' 매출채권 과대계상 가능성 지난해 말부터 지적, 감사보고서 정정해 자본금 '뚝'
이은솔 기자공개 2021-09-09 07:34:21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8일 11: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잡음이 일고 있는 국내 대형 보험판매전문회사(GA) 리치앤코의 회계 문제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올해 초 매출의 과대계상 가능성을 지적했고 리치앤코도 이를 받아들여 재무제표를 정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를 이유로 리치앤코가 금감원으로부터 감리를 받을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수 차례에 걸쳐 리치앤코에 회계 처리 방식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 사항을 전달했다. 리치앤코는 지난해 기준 매출로는 업계 4위, 설계사 수는 업계 12위 수준이다. 설계사 1인당 매출액이 타사 대비 매우 높다는 의미다. 리치앤코 측은 설계사 능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A업계에서는 리치앤코의 매출채권이 실제보다 크게 잡히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돼 왔다. 회계처리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리치앤코는 회계 처리방식으로 발생주의를 택하고 있었다. 발생주의는 수익과 비용이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손익을 인식하고, 현금주의는 현금을 수취한 시점을 기준으로 손익을 인식한다.
다른 GA 업체들은 대부분 현금주의를 택하고 있다. 발생주의를 택할 경우 보험 계약 체결 후 청약을 철회할 경우 실제 현금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손익에는 반영돼 매출의 규모가 실제보다 크게 잡힌다.
금감원이 문제 삼은 부분도 매출채권의 계상 방식이다. 금감원 회계감독국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리치앤코와 한미회계법인 측에 회계처리방식에 대한 의견을 보냈다. 모집수수료를 발생주의 방식으로 인식하지 말고 현금수취액에 한정하여 인식하고 재무제표도 이에 맞춰 수정하라는 게 골자다.
리치앤코는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올해 4월 한미회계법인을 통해 감사보고서를 정정하고 재공시했다. 재공시 결과 리치앤코의 자산과 자본은 줄어들었고 부채는 늘어났다. 그 결과 자본총계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작년 4월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리치앤코의 2019년말 자산총계는 1428억원, 부채총계는 1073억원, 자본총계는 355억원 가량이었다. 수정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총계는 1380억원, 부채총계는 1114억원, 자본총계는 163억원이었다. 자산은 48억원 줄어들고 부채는 71억원 증가했다.
법인의 허위 회계 문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금감원이 감리에 착수할 여지도 거론된다. 금감원의 감리 절차는 심사와 수정 권고, 감리 등의 단계를 거친다. 민원이나 제보, 경찰 등의 감리의뢰가 들어오면 금감원에서 재무제표를 심사한다. 이 과정에서 회계 위반이 발견되면 수정을 권고하고, 수정된 재무제표에서 위반사항이 해결되면 제재 심의국의 심사 조정을 거쳐 결과를 보고하게 된다.
만약 시정 요구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회계 감리를 실시한다. 제출한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에 문제가 없는지 금감원이 직접 들여다본다는 의미다. 수정한 감사보고서에 대한 금감원의 의견은 아직 리치앤코 측에 전달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금감원이 리치앤코에 공식적인 감리 절차에 맞춰 회계기준 문제를 지적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식적인 심사나 수정 권고 등의 단계를 밟은 게 아니라 해당 회사와 회계법인에 계상 방식을 질의했고 리치앤코가 스스로 회계 처리가 미흡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이후 제재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공식적인 절차를 밟은 것은 아니지만 재무제표를 수정했다는 것은 곧 회계 위반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정 결과 회계 문제가 충분히 시정됐다고 볼 경우 사안의 경중에 따라 제재심의국에서 제재가 가능하다. 만약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볼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감리를 진행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리치앤코가 기준을 착오해서 매출채권을 발생주의로 인식한 부분을 스스로 인지하고 감사보고서를 정정했다"며 "관련된 후속조치는 별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리치앤코의 매출이 과대계상됐다는 의혹은 업계에서 암묵적으로 계속 제기돼 왔지만 금감원이 이를 인지하고 수정을 권고했다면 무게감이 달라진다"며 "만약 금감원 감리까지 이어진다면 향후 상장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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