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브레인 지주전환 1년]승계작업 재가동…딸 정문주 상무로 후계구도 이동①정지완 회장 설립한 1세대 반도체 소재 기업…아들 정석호 이사 작고로 승계 재편
원충희 기자공개 2021-10-05 08:19:24
[편집자주]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요한 고순도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혼란에 빠진 그때, 솔브레인은 불산 국산화를 이뤄내 일약 스타기업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룹의 사업 확장과 지배구조 안정화, 후계구도 정립이 진행됐다. 솔브레인홀딩스가 출범한지 1년여가 지난 현재, 그로 인한 변화와 남은 과제들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7일 09: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솔브레인은 1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기업이다. 정지완 회장이 1986년 설립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한국 전자 산업의 성장과 함께 사세를 키워왔다. 상장사 4곳을 비롯해 42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조단위 자산 규모를 보인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 중 단연 선두에 오른 회사다.솔브레인은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며 그룹사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전자 뿐 아니라 바이오 산업까지 확장을 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은 영속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조치였다. 승계작업도 동시에 진행됐다. 하지만 오너 2세인 아들 정석호 이사가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되면서 후계구도를 다시 짜야 했다. 올해 정문주 상무가 경영에 참여하며 승계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안정적인 지주회사 체제 구축과 승계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17일 솔브레인홀딩스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자로 정문주 상무를 신규 임원으로 선임했다. 1984년생인 그는 코오롱그룹의 의류, 스포츠 레저용품 제조·판매 계열사인 FnC코오롱에서 존바바토스 업무를 담당했던 이력이 있다. 현재는 솔브레인홀딩스의 비전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다.
정 상무는 솔브레인그룹의 오너인 정지완 회장의 딸이다. 솔브레인홀딩스 임원명단에 이름이 올라와 있는 유일한 총수 직계가족이다. 그는 솔브레인의 지분을 일부 갖고 있긴 했으나 경영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다.
전자업계에선 이번 인사를 두고 승계를 위한 경영수업 일환으로 여긴다. 앞서 솔브레인은 2018년 정 회장의 아들인 정석호 이사(1986년생)를 사내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정 상무보다 두 살 어린 남동생인 그는 2010년 솔브레인에 입사해 2017년 경영부문장과 2019년 구매부문장 등을 지냈다
그룹 계열사인 훽트와 솔브레인라사, 머티리얼즈파크에서 등기이사를, 씨제이더블유글로벌에선 대표이사 직함도 맡았다. 머티리얼즈파크는 정 상무, 정 이사가 지분을 가진 남매회사이고 씨제이더블유글로벌은 정 회장의 개인업체다. 그룹 승계의 비히클(vehicle)이 될 수 있는 오너가 개인회사들에 모두 임원직을 걸쳤다. 이때만 해도 후계구도는 정 이사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정 이사가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되면서 후계구도에 변수가 생겼다. 정 회장은 부인 임혜옥씨와의 사이에서 1남 1녀를 뒀다. 고 정 이사가 가진 솔브레인 및 관계사 지분은 그의 딸인 정호경 양이 상속받았지만 2013년생으로 아직 미성년자라 승계를 얘기할 수 있는 대상이 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정 상무가 솔브레인그룹의 지주사 임원으로 선임된 것이다. 다만 머티리얼즈파크나 씨제이더블유글로벌 등 고 정 이사가 등기임원직을 갖고 있던 회사들에는 아직 직함을 걸치지 않았다.
10년 가량 솔브레인에서 근무하며 단계를 밟아왔던 고 정 이사와 달리 경영업무에 대한 경험이 짧은 정 상무는 몇 년간 후계수업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956년생인 정 회장의 나이는 예순 여섯으로 왕성한 활동이 가능한 연령대다. 승계 작업을 위한 사전 작업의 성격이 강하다.
솔브레인그룹은 디스플레이 패널 유리기판, 2차전지의 소재인 전해액, 반도체의 웨이퍼 테스트 공정에 사용되는 프로브카드,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등을 주력으로 한다. 지난해 지주사 전환을 공표하고 상반기에 관련 작업을 마무리했다.
솔브레인을 인적 분할해 지주사인 솔브레인홀딩스와 사업회사인 솔브레인으로 나누고 솔브레인홀딩스는 솔브레인의 주식을 현물출자 받은 뒤 대가로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이뤄졌다.
당시 정 회장의 지분은 29%대였으나 공개매수 현물출자 과정을 거치면서 55.89%로 확대됐다. 일가친척 등 특수관계인까지 범위를 넓히면 73.57% 이른다. 소재업을 하는 사업회사의 가치를 재평가받고 바이오 등 뉴비즈니스로 영역을 넓히기 수월해진 동시에 오너가의 지배력도 강화했다.
이제 남은 관건 중 가장 큰 숙제는 후계구도 재정립이다. 그간 진행돼 왔던 승계작업을 뒤집고 사실상 새로 시작하는 상황이 됐다. 경영권 지분 승계도 추후 과제로 남았다. 정 상무의 솔브레인홀딩스 지분은 2.38%에서 1.09%로 줄어든 상태다. 아직 자회사 솔브레인 지분 2.38%(18만5421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3만주는 주식담보대출 52억원의 담보로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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