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한화'-'DW 한화' 계열분리, 가능성 낮은 이유 [진격의 3세 한화]⑥지주사 전환시 금융사 포기·각종 규제 등 제약 발생
박기수 기자공개 2021-09-28 13:48:53
[편집자주]
한화의 '3세 경영'은 이제 막 업계에서 언급되는 주제는 아니다. 태양광·금융 계열에서 존재감을 키워오던 3세들의 행보는 2010년대 후반부터 조명받아왔다. 그러다 2020년대가 시작되면서 한화그룹 3세들의 본격적인 그룹 경영 행보가 시작되고 있다. 그룹내 영역이 넓어지고 그들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한화의 투자 기조도 새로운 세대에 걸맞는 사업 위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더벨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3세 시대 한화그룹의 면면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3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에서 '장남-비금융', '차남-금융' 구도는 3세들이 경영에 참여하면서도 굳어진 구도다. 한화그룹 비서실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태양광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던 김 사장은 한화생명 등 금융 계열사에 발을 담갔던 적이 없다. 반대로 2014년 한화생명에 입사한 차남 김동원 부사장은 금융 계열사에서만 경력을 쌓아오고 있다.이를 두고 업계는 형제간 계열 분리 가능성을 오래 전부터 언급해왔다. 형제·남매·부자·시숙·조카 등 각종 '난'의 사례가 삼형제의 한화그룹에도 있을 수 있다는 추측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비금융의 'DK(동관)' 한화와 금융의 'DW(동원)' 한화의 분리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분쟁 리스크를 차단할 것이라는 게 업계 일각의 추측이었다.
계열분리는 ㈜한화의 지주사 전환 과정과 긴밀히 얽혀 있다. 현재 ㈜한화는 지배구조도상 한화그룹의 최상위 기업이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회사는 자회사로 금융회사를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동관 사장이 추후 ㈜한화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자연스럽게 계열분리를 시도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하지만 '실익' 관점에서 봤을 때 삼형제간 계열분리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선이 짙다. 물론 ㈜한화가 지주회사로 전환함과 동시에 금융사들과의 고리를 끊어내고 계열분리를 할 경우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해 세금을 감면받는 배당 입금 불산입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 외의 실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주회사 전환으로 얻는 장점 중 하나는 오너 일가들이 지주사 지분만 취하면 그룹 전체의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인데 ㈜한화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아닐 뿐 사실상 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며 지주사격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다. 다시 말해 지금도 한화 오너 일가들이 ㈜한화 지분을 취득하면 그룹 전체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한화 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한화생명은 김승연 회장의 상징적인 경영 성과물이다. 한화생명은 대한생명 시절 국민 세금으로 들어간 공적 자금을 상장을 통해 회수한 첫 사례로 알려져 있다. 대한생명 입찰 당시 김 회장이 손수 입찰 제안서를 들고 금감위를 방문하며 인수 의지를 불태웠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런 금융사를 한화그룹에서 떼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화그룹 안팎의 평가다.
굳이 배경을 '명분'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 한화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은 매출·순이익 등 재무적 성과 측면에서 그룹 비중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의 지주사 전환이나 계열분리 등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라는 분석이다.
또 ㈜한화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각종 규제도 받게 된다. 지주회사의 경우 부채비율이 200% 이상 넘어가면 안되고, 자회사의 지분을 40% 미만(상장사는 20% 미만)으로 보유하면 안된다. 또 증손회사의 경우 지분율 100%를 반드시 취득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현재 ㈜한화의 손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이 외형 확장을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설 경우 무조건 지분 100%를 취득해야 하는 제약이 생긴다.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굳이 취할 이유가 없는 제약이다.
결과적으로 김 회장이 완전 물러나고 3세가 총수 역할을 할 시기가 도래해도 한화그룹의 형제간 계열분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다. 법적 효력이 있는 '분리' 작업 없이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형제간 경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형 지주사격 회사인 ㈜한화 산하에 한화생명 등 금융사 계열은 김동원 부사장이 책임지고, 나머지 방산·화학·에너지 등 비금융 사업은 김동관 사장이 책임지는 구도가 유력하다.
만약 더 나아간다고 해도 현 SK그룹의 형태가 마지노선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SK그룹과 최창원 부회장의 SK디스커버리그룹으로 나뉜다.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은 각각 SK㈜와 SK디스커버리라는 지주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각자 그룹에서 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SK㈜와 SK디스커버리간 지분 관계는 미미하다.
그렇다고 최창원 부회장이 계열분리를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공정거래법상에서도 SK디스커버리그룹은 'SK그룹'으로 묶인다. 만약 승계가 이뤄진 후 ㈜한화와 한화생명간 지분 고리가 약해질 경우 한화그룹은 SK그룹과 비슷해진다.
마지막으로 고(故)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의 유지 중 하나가 '그룹을 쪼개지 말라'였다는 점도 계열분리 가능성을 낮춘다. 김승연 회장 역시 10여년 전 회장 취임후 30년 기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회사가 엉켜있어 글로벌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지 따로 놀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계열분리의 실익이 없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기업집단 톺아보기]'적자 늪' 빠진 대한유화, 불황기 현금흐름 관리법은
- [유동성 풍향계]10조 또 푸는 삼성전자, 3년전 특별 배당과 비교하면
- [유동성 풍향계]사업은 잘되는데…경영권 분쟁에 현금 마른 고려아연
- [LG의 CFO]여명희 전무, 36년 LG유플러스 '한 우물'
- [LG의 CFO]이노텍 LED 역사의 '산 증인' 김창태 LG전자 부사장
- [기업집단 톺아보기]대한유화, 'KPIC코포'의 옥상옥은 어떻게 탄생했나
- [비용 모니터]K-배터리 감가상각 역습, 캐즘과 맞물린 과투자 상흔
- [유동성 풍향계]LG그룹, 작년보다 현금흐름 일제히 악화…투자도 위축
- [IR 리뷰]LG엔솔·전자, 돋보이는 IR의 '디테일'…주주 소통 '진심'
- [2024 이사회 평가]롯데정밀화학 이사회, 100점 만점에 '7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