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시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모두 달라진다 [진격의 3세 한화]③그룹 간판 사업 교체...전략적 유연함, 외부인재 영입 늘어날 듯
조은아 기자공개 2021-09-24 10:15:00
[편집자주]
한화의 '3세 경영'은 이제 막 업계에서 언급되는 주제는 아니다. 태양광·금융 계열에서 존재감을 키워오던 3세들의 행보는 2010년대 후반부터 조명받아왔다. 그러다 2020년대가 시작되면서 한화그룹 3세들의 본격적인 그룹 경영 행보가 시작되고 있다. 그룹내 영역이 넓어지고 그들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한화의 투자 기조도 새로운 세대에 걸맞는 사업 위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더벨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3세 시대 한화그룹의 면면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5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화약'이라는 이름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 한화그룹은 화약 제조사로 출발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한화그룹을 화약 제조사로 보지 않는다. 김승연 회장 시대 한화그룹의 정체성은 석유화학과 방산 사업으로 정리된다. '김동관 시대' 한화그룹은 어떤 모습일까.현재 김동관 사장이 직접 지휘하는 사업들이 앞으로 한화그룹의 간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태양광을 포함한 친환경에너지 및 우주 분야에서 부쩍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투자 로드맵대로라면 그룹의 간판이 교체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재계 대표 카리스마형 리더인 김승연 회장과 달리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외적 변화 못지 않게 한화그룹의 내적 변화 역시 클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 사업 세대교체, 고부가가치 산업 주력으로
현재 진행 중인 크고작은 투자를 통해 한화그룹의 미래를 그려보자면 우선 주력 계열사의 세대교체를 꼽을 수 있다. 기존 석유화학과 방산 사업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친환경에너지와 우주 산업이 그룹의 주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이다. 석유화학과 방산 모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본격화하면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미 한화그룹 내부에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의 투자는 대부분 두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선 김동관 사장이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2025년까지 9조원을 친환경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RES프랑스' 지분 100%를 984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으며 동시에 국내에서는 1조5000억원을 투자해 국내 태양광셀·모듈 생산능력을 4.5GW(기가와트)에서 7.6GW로 확대하기로 했다. 차세대 태양광셀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 연구에도 속도를 낸다.
수소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말 한화솔루션이 미국의 고압수소 탱크 기업 '시마론'을 인수했고 최근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가 수소혼조기술을 보유한 외국계 기업 'PSM'과 '토마센에너지'를 인수했다.
우주 사업의 경우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090억원을 투자해 '쎄트렉아이' 지분 30%를 확보했다. 쎄트렉아이는 민간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위성의 설계, 제조, 시험 등 전체 시스템을 개발하는 곳으로 우리별 1호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이 창립한 곳이다. 한화그룹은 쎄트렉아이가 20년 동안 쌓은 핵심기술을 고스란히 확보했다.
한화시스템은 영국의 우주인터넷 기업 '원웹' 지분 8.8%를 확보했으며 미국 '오버에어' 지분 30%도 확보했다. 지난해 6월 영국의 위성안테나 기업 '페이저솔루션'을 인수했고 올 5월 미국 위성안테나 기업 '카이메타'의 지분 9.1%도 확보했다.
◇김동관식 M&A, '과감함'보다 '유연성'에 방점
김동관 시대 한화그룹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대대적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의 핵심 전략인 M&A에서도 기조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의 M&A가 대부분 김동관 사장이 지휘하는 분야에서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김동관 사장의 경영 스타일이 이미 한화그룹의 성장 전략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한화그룹은 M&A를 통해 성장한 대표적 그룹이다. 한화그룹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금의 한화그룹을 만든 상징적 장면을 몇 개 꼽을 수 있다. 대한생명 인수, 정아그룹 인수, 삼성그룹과의 '빅딜' 등이다. 재계에서 김승연 회장은 'M&A 승부사'로 통한다. 특유의 결단력으로 안팎의 우려를 일축하고 인수를 밀어붙인 건만 여러 건이다.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현 한화솔루션),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그룹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조 단위 거래보다는 소규모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처음부터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기보다는 일단 지분을 투자해 기업을 면밀히 들여다보기도 한다.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투자해 ‘올인’에 따른 리스크는 줄이고 경영환경 변화나 시대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식이다.
관심을 보이는 기업의 성격도 과거와 달라졌다. 예전에 공장이나 설비 등 인프라를 갖춘 기업에 눈독을 들였다면 이제 기술과 인력, 노하우를 확보한 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시대의 흐름과도 맞아 떨어진다. 더 이상 한화그룹의 예전 방식이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산업이 고도화됐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으며, 어느 산업이든 고속 성장이 담보되지 않는다. 기존 M&A 전략은 그룹 외형을 단번에 확대할 수 있지만 자금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리스크도 크다. 유연성이 떨어져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탓이다.
◇옅어지는 순혈주의, 수평적 문화 확산
전략의 변화와 맞물려 한화그룹에서 순혈주의도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한화그룹에서는 외부 출신 전문가의 영입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김동관 사장이 단순히 외부인재 영입을 선호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화그룹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해당 산업을 면밀히 잘 아는 전문가의 필요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과거 한화그룹에 오래 몸담고 조직의 생리를 체화한 인물들이 인정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기술 및 전략 부문에서 전문성을 쌓은 외부인재의 영입이 활발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최근 한화그룹이 영입한 인물들을 보면 대부분 자신의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고 관련 네트워크도 구축한 인물들이다. 삼성전자 출신부터 두산중공업, 쿠팡, 롤스로이스 등 출신도 다양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화그룹의 조직문화 역시 점차 유연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김승연 회장의 리더십을 상징하는 단어는 '인정과 의리'다. 김 회장이 ‘의리’를 중시하는 한화그룹 특유의 문화를 만들었다면 김동관 사장의 한화그룹은 그룹 전반의 색깔부터 아버지 때와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하고 권위의식도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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