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하는 KP 시장]봇물처럼 터진 리스크, 'KP=아시아 안전 자산' 입증②오더북 배수 낮아졌지만 국내 발행사들 목표 조달액 다 채워
박기수 기자공개 2022-02-17 13:14:37
[편집자주]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이 차가워졌다. 국내 발행사가 발행만 하면 주워 담기 바빴던 투자자들이 1년 만에 태도가 돌변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강해지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시장의 무게추가 투자자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벌어진 시장 변화에 적응하고 조달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쪽은 발행사들의 몫이다. 더벨은 임인년 초 급변하고 있는 KP 시장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6일 07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군사 분쟁 등으로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이 1년 만에 분위기가 경색됐다. 올해 초 조달에 나섰던 발행사들이 쉽지 않은 딜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던 이유다. 최초 제시 금리(IPG)가 제시된 후 예상했던 주문량보다 적은 주문이 들어오면서 '발행 철회'까지 검토했던 발행사들도 있었다.실제 타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발행을 취소한 케이스도 있었다. 태국 에너지기업 'ECGO(Electricity Generating PCL)'가 대표적이다. 필리핀 최대 정유사인 '페트론 코퍼레이션(Petron Corporation)'도 발행을 연기했다.
이런 기조와 대비해 국내 발행사들은 올해 초 목표했던 금액을 주어진 일정 안에서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미국 금리 인상 기조로 가산금리는 전년 대비 전체적으로 높아졌지만 목표 발행 금액의 최소 1.5배 이상의 주문을 쌓았다. 어려운 시기에도 목표 조달액을 채웠다는 점은 한국물이 아시아 시장에서 '안전 자산'으로 통한다는 증거다.
올해 한국물 시장의 첫 포문을 열었던 한국수출입은행은 역대 단일 한국물 기준 최대 규모인 30억달러를 조달했다. 3·5·10년물에 총 60억달러의 주문이 들어왔다. 금리 역시 만기별 미국 국채 금리에 25·30·50bp를 가산해 최종 결정됐다.
수출입은행의 당시 딜은 한국물이 얼마나 안전 자산으로 신뢰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던 딜로 평가받는다. 당시 수출입은행과 함께 아시아 시장에 나왔었던 홍콩국제공항은 5년물과 10년물을 발행하는데 금리를 각각 T+42.5bp, T+80bp로 결정했다.
5년물은 수출입은행보다 12.5bp, 10년물은 30bp 높은 수치다. 심지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신용등급 상으로 홍콩국제공항은 수출입은행보다 한노치 높은 AA+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후발주자였던 한국석유공사와 대한항공 역시 성공적으로 목표액을 조달했다.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케이스라 우려와 기대가 섞여 있었던 딜이었다. 양 국간 경색된 분위기 탓에 정책은행들이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꺼리면서 뚜렷한 벤치마크 딜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사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낮아진 것도 우려의 시선이 짙었다.
우려를 딛고 대한항공은 성공적으로 목표액인 300억엔을 조달했다. 금리는 토나 미드스왑(Tonar Mid-Swaps)에 45bp를 더한 수준으로 결정했다.
'철회'까지 고려했던 딜은 현대캐피탈이었다. 수요예측 당일 미국 국채가 급등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됐다. 아시아·유럽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 보다 주문이 적어 진땀을 뺐다. 다행히 미국 시장에서 대형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돼 7억달러 모집에 20억달러의 오더북을 쌓을 수 있었다.
현대캐피탈에 이어 발행에 나선 △신한카드 △한화생명 △기아 △KB국민은행 모두 목표액을 채웠다. 후순위채 모집이었던 한화생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 곳은 목표액 대비 3배 이상의 오더북을 쌓았다. 특히 KB국민은행과 신한카드의 경우 목표액 대비 약 4배의 주문을 받았다.
IB업계 관계자는 "오더북 배수가 1년 전에 비해 실제 낮아지면서 발행사 입장에서 굉장히 어려웠던 시장 환경"이라면서 "1주 간격으로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내 발행사들은 어떻게든 목표 조달액을 채워가 한국물이 안전 자산임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15일 한국물 발행 예정이었던 KDB산업은행은 발행을 연기했다. 한국시간 기준 1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채권 시장의 긴장도가 극도로 높아진 탓이다.
예기치 않은 불확실성에 본래 일정보다 발행을 연기한 첫 사례가 됐지만 KDB산업은행은 정책은행인 만큼 '135일 룰'에 제한받지 않는다. 조만간 다시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의미다. '135일 룰'은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 설명서에 반영되는 회계 결산자료의 유효 시한을 135일로 못박은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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