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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충 기능 한곳에', 금융위 다이어트 필요성 대두 [금융위·금감원 어디로]②대형 금융사태들 뒤엔 '금융위' 책임론 …정책·감독 '경계' 모호, 분리 불가 의견도

김현정 기자공개 2022-03-03 07:54:22

[편집자주]

금융감독체계에 정답이 있을까. 기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각 방안마다 장단점이 다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쟁은 금융의 역사 속에서 반복돼 왔다. 백년대계까진 아니더라도 향후 20년 이상은 유지할 수 있는 완성형 금융감독 모델이 구축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금융감독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 금융감독체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더벨이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23일 11: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절대 권력의 탄생.

2008년 금융감독체계 개편 당시 금융권은 금융위원회 신설을 이렇게 표현했다.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금융 관련 중복규제를 막아 정책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정부는 금융위에 금융 정책과 감독 권한을 한 손에 쥐어줬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개편이었지만 14년 가량 체제가 유지되는 동안 여러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무엇보다 금융산업 진흥과 제동의 기능이 한 곳에 있어 이상적인 견제와 균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한계점으로 꼽힌다.

정권 교체 시기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나오지만 최근 나오는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크다. 사모펀드 사태가 금융권을 강타한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고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의 역할에 대한 중요도가 그 어느 해보다 높아졌다. 금융 산업 자체도 수년간 몸집이 커졌다. 대선 주자들과 여러 정치권에선 금융위 축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업진흥·감독, 양손잡이 어려워, 금융위의 태생적 한계

지금의 금융위는 2008년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외침으로 만들어졌다. 기존 규제 일변도의 감독정책에서 벗어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한 규제 완화를 달성해 일반 고객과 금융기관들 중심의 감독정책을 펼친다는 취지였다.

말 그대로 통합이 대세였다. 곽승준 당시 인수위원 등은 “비슷한 조직은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금감위와 재경부 금융 정책 부분을 합치고 금융위 산하에 금감원을 뒀다.

금융위로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모두 통합시키면 재경부·금감위·금감원으로 분산돼 발생했던 오랜 영역 다툼도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기존에는 재경부에 이어 정부 조직인 금감위가 감독규정의 제개정 및 인허가 등의 심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감독기능을 놓고 알력싸움이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부 조직인 금융위가 금융의 주도권을 모두 쥐게 된 이후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감독 기능까지 정부조직화되면서 견제와 균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14년간 일련의 금융 사태들이 발생했을 때마다 근본적 책임을 금융위에 두는 시선이 많았다. 과거 금융사고가 대체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이후 나타나는 유사한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터졌을 당시 금융위는 저축은행 규제완화 정책을 펼치고 급증한 PF대출 문제를 지연시키면서 저축은행 사태를 확대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2013년 동양사태 때 역시 마찬가지다. 증권사 신탁재산에 계열사 주식과 채권을 10%로 제한하는 법을 만들었다가 폐지한 것이 동양증권이 그룹 계열사의 회사채와 CP를 대거 편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비난이 일었다. 굳게 닫혔던 빗장이 일시에 풀리면서 동양증권은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그룹 계열사 회사채와 CP(기업어음)를 개인투자자에게 팔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의 일부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2019년 이후 불거진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역시 비슷하다. 일련의 펀드사태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금융회사들이 연루된 금융사건으로 평가된다.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수십개의 금융회사들이 연루됐으며 소비자 피해가 7조원에 이른다.

앞서 금융당국은 2015년 금융산업 육성이라는 명분으로 사모펀드 규제를 대거 풀었다.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적격투자자 요건을 5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개인·법인 일반투자자에서 1억원 이상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감시체계가 없으니 공모형태인데도 감독을 받지 않았다. 정책과 감독 두 가지 권한을 모두 들고 있는 금융위가 감독 기능을 덮어두면서 키운 사태로 평가된다.

◇현체제 '고수론', 정책VS감독 분리 모호...미비점 보완이 '현실적' 반론도

다만 현재 금융위 체제가 오랜 시간 고착화된 만큼 변화가 어려울 것이란 반론도 있다. 특히 다른 행정부처, 정부조직법 체제를 함께 건드려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현실화하는 데 실상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금융정책과 감독정책 분리 주장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이 긴밀히 엮여 있기 때문에 이를 나누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초 '2021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 브리핑 당시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의견을 내놓으면서 “‘BIS비율 8%(은행 건전성 지표)’라는 이 부분이 금융정책이냐, 감독정책이냐 묻는다면 사실 ‘둘 다’에 해당된다”며 “현실적으로 이러한 측면에서 분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가 재경부와 분리될 당시 그가 재경부와 금감위의 업무를 나누는 실무를 직접 담당하면서 느꼈던 고충을 얘기한 것이었다.

현재 금융당국 수장들 현행 체제의 큰 틀을 바꾸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어떤 감독체계든 문제점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고 지금 체제에서 미비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정부 교체기를 맞아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자꾸 바꾸기보다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체제와 관행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관료 출신인 정은보 금감원장도 같은 자리에서 “금융감독체계와 관련해선 선진국도 그렇고, 주요 금융중심지 역할을 하는 국가들도 다양한 형태를 보이는 만큼 정답은 없다”라며 “미세조정하면서 대응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얘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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