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명분과 실리' 다 잡은 첫 딜 코빗 투자 [이종산업 블록체인 콜라보]①국내 최초 가상자산거래소, 고속 성장 담보…NAV 목표 달성 위한 최적 파트너
이장준 기자공개 2022-03-15 14:34:55
[편집자주]
블록체인을 둘러싸고 이종산업 간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독자적으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한 ICT 기업들은 최근 부상하는 블록체인 관련 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공동 사업을 위한 업무 제휴부터 지분 투자, 합작법인 설립에 이르기까지 콜라보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들이 동맹을 구축한 배경을 짚어보고 어떤 협업 모델을 구상해 청사진을 그리는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1일 09: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SK텔레콤과 인적분할로 탄생한 SK스퀘어는 '반도체·ICT 투자 전문회사'로 출범했다. 그에 걸맞게 첫 투자 대상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가상자산거래소 코빗(Korbit)을 택하면서 확실한 명분을 챙겼다.2025년까지 순자산가치(NAV)를 3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건 만큼 투자사의 가파른 성장세도 담보해야 했다. 대기업 계열로 안정적이고 블록체인·메타버스 생태계 구축 등 신사업에 대한 의지도 강해 코빗만 한 투자처가 없다고 판단했다. 코빗 입장에서도 든든한 지원군을 얻고 다른 SK ICT 계열사와 손잡고 시장점유율(M/S)을 제고할 기회를 맞았다.
◇SK스퀘어, 첫 포트폴리오 코빗…대기업 계열·신사업 의지 주목
SK스퀘어는 지난해 11월 873억원을 출자해 코빗 지분 약 34%를 확보했다. 최대 주주인 NXC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다. 출범 당시 SK스퀘어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3879억원 남짓이다. SK하이닉스의 배당금을 제외하면 아직 마땅한 캐시카우가 없는 상황에서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코빗은 SK스퀘어가 확보한 첫 포트폴리오로서 반도체·ICT 투자 전문회사라는 정체성을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었다. 코빗은 2013년 7월 국내 최초로 설립된 가상자산거래소다. 2017년 NXC에 인수되고 이듬해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고 원화 입금용 실명확인 계좌를 도입하며 역량을 입증했다.
대기업 계열로 신뢰할 만한 파트너라는 점도 주효했다. 코빗은 보수적이고 공정한 상장 정책으로 유명하다. NXC 계열사이자 유럽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비트스탬프(Bitstamp) 상장 절차를 참고해 3단계에 걸쳐 까다로운 심사를 진행한다. 작년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 가운데 유일하게 상장폐지, 유의종목 지정이 된 케이스가 없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코빗은 지난해 4월 업계 최초 메타버스 기반 플랫폼 '코빗타운'을 선보였다. 다음 달에는 대체불가능토큰(NFT) 마켓 플레이스도 열었는데 이 역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가운데 첫 시도였다.
코빗타운에서는 사용자들이 아바타를 만들어 소통하고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포트폴리오를 조회할 수 있다. 플레이 투 언(P2E) 시스템도 도입해 사용자들이 코빗타운 내에서 직접 채굴해 가상자산을 얻을 수 있게끔 생태계를 구축했다. NFT 서비스 역시 스튜디오드래곤 등과 제휴를 맺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경쟁력을 높였다.
미래 플랫폼 사업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SK스퀘어는 코빗이 순자산가치(NAV) 제고의 주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스퀘어는 오는 2025년까지 NAV를 75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시장에 제시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는 26조원이었으니 3배가량 NAV를 키워야 하는 셈이다.
가상자산거래소의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작년 4월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는 시가총액이 86조원에 달했고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Upbit)의 평가가치는 20조원 수준에 육박했다.
ICT업계 관계자는 "코빗은 안정적인 리소스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사업 확장이나 글로벌 진출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며 "대주주 NXC의 사업 니즈와 역량, 넥슨을 필두로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점 등을 고려해 SK스퀘어가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코빗, SK ICT 패밀리 고객 기반 활용 M/S 제고 기대
코빗 입장에서는 SK스퀘어를 주주로 맞으면서 대외적인 입지가 더욱 탄탄해졌다. 그동안 낮았던 시장점유율(M/S)을 끌어올릴 기회를 맞았다는 의미도 지닌다.
원화 거래가 가능한 하우스를 기준으로 4대 가상자산거래소로 묶이긴 하지만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업비트가 독주하고 있다. 최근 코빗의 일 거래량(8일 오후 4시 24시간 거래량 기준)은 약 134억원이다. 거래량 기준 코빗의 M/S는 1%대 수준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을 비롯한 ICT 계열사들을 활용해 코빗 고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T멤버십과 원스토어 메인 배너를 비롯해 구독 서비스 T우주에서 혜택을 주거나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에 진입할 때 광고를 하는 등 SK ICT 패밀리의 지원 사격이 이어질 예정이다. 타깃으로 잡은 이들의 합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600만명에 달한다.
아울러 SK텔레콤이 보유한 간편 가입 및 CID 기반 인증 등 기술을 활용해 가입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다만 SK스퀘어 투자 이후 본격적으로 프로모션을 시작한 시점이 올 3월인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전망이다.
코빗 관계자는 "올해 코빗의 비즈니스 목표는 연간 순유입 고객 100만 명 확보"라며 "현재는 (SK ICT 계열사와) 협업 효과를 내기 위해 내실을 다지고 있는 단계로 향후 다양한 채널로 업데이트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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