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회장 '기술 DNA'…키움증권, 무점포 증권사 '신화' 썼다 [1조 클럽 가입 키움증권]①ICT 기술 모태 증권업 진출…HTS 자체개발 후 리테일 기반 성장, 종투사 진입 눈앞
남준우 기자공개 2022-03-30 07:56:57
[편집자주]
키움증권은 2021년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대규모 상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 규모도 확충하며 종합금융투자회사 진입의 초석을 마련했다. 온라인 증권사 타이틀을 달고 무점포 영업을 시작했을 때 대다수가 회의적이었지만 약 20년 만에 국내 초대형 IB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더벨에서 초대형 IB로 도약하는 키움증권의 역사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8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키움증권은 소프트웨어 산업 출신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DNA가 심어져 있다. 그룹 중간지주사격인 다우기술의 ICT(정보통신기술) 능력을 모태로 증권업계에 진출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온라인에 특화된 '무점포 증권사'를 표방했다.당시 증권가의 냉소적인 반응과 달리 리테일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창립 22년만에 초대형 IB 도약을 목전에 뒀다. 2021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자본 규모도 확충하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입을 눈 앞에 뒀다.
◇국내 아홉 번째 종투사 진입 눈앞
전년 대비 영업수익(4조5196억원)은 29.7%, 영업이익(9689억원)은 24.7%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7061억원에서 9101억원으로 늘었다. 2021년 별도기준 영업이익도 9494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며 1조원에 육박했다.
초대형 IB 진입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작년 12월 키움증권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달 중 진행될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종투사로 정식 지정될 예정이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신성장 동력 산업과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등을 지원할 수 있는 투자은행 출현을 유도하기 위해 2013년 도입된 제도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등의 일정 요건을 갖추면 기업 신용 공여 업무 등을 취급할 수 있다.
4조원 이상이면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어음으로 마련한 자금을 인수금융, 기업금융, 메자닌, 해외부동산 등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다. 8조원 이상이면 종합투자 계좌업무도 가능하다. 키움증권의 2021년 별도기준 자기자본은 3조7932억원이다.
인가가 난다면 국내 증권사 가운데 아홉 번째가 된다. 현재 국내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종투사로 지정됐다. 2019년 하나금융투자가 국내 8번째로 지정된 것이 마지막이다.
◇'영웅문' HTS로 리테일 시장 장악…외국인 투자자도 극찬
2000년 1월 다우기술의 출자로 국내 첫 온라인 종합증권사 '키움닷컴증권'에서 출범한 이후 22년 만이다. 다우키움그룹의 모태는 1986년 1월 김익래 회장이 설립한 다우기술이다. 작년말 기준 키움증권 지분 41.1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 의결권 없는 주식 지분 11.76%도 보유하고 있다.
김익래 회장은 한국 IBM 출신답게 소프트웨어 분야를 기반으로 업력을 넓혔다. 다우기술은 IBM 등의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국내에 도입해 서비스하기 시작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기업의 전산화 구축을 위한 도구인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MS)를 국내에 처음 도입하고 이를 한글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인터넷 솔루션, 전자 상거래, 시스템 통합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1997년 8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2000년 키움닷컴증권(현 키움증권)을 앞세워 사이버 증권 서비스를 시작하며 ICT 기반 금융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체 HTS(Home Trading System)인 '영웅문'이다. 키움증권은 지점 중심 영업에 주력하던 다른 증권사와 달리 2001년부터 ‘영웅문’을 통해 주식거래 업무를 처리해 오고 있다. 온라인 특화에 따른 저비용 사업 구조와 낮은 수수료가 강점이다. 주식차트, 조건검색 등 HTS 상의 모든 것이 키움 자체 기술이다.
'무점포 증권사'임에도 개인 투자자를 끌어 들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21년말 기준 일평균 거래대금은 30.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0% 증가했다. 2021년 주식시장 점유율은 21.56%로 위탁매매 점유율 1위 지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현재 HTS 관련 기획 등 핵심적인 역할은 키움증권이 담당하고 있으며 기술적인 부분은 다우기술에 외주를 맡기면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과 금융업을 융합하며 외국인 투자자 레이더에도 들어왔다. 키움증권은 과거 성장기 시절 IR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개인 투자자를 고객층으로 끌어들여 막대한 고객예탁금을 확보하고 이를 단기자금인 '콜'로 운용해 이자수익을 올리는 전략이 먹혔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 시각에서는 온라인 증권사로 시작한 기업이 이 정도 점유율을 가져온 것을 보고 IR 때마다 놀랐던 편"이라며 "과거에는 리테일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종투사 진입을 앞둔 만큼 최근에는 바뀌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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