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4월 06일 08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지분에는 사사(社史·기업의 역사)가 어렴풋이 새겨져 있다. 예를 들어 최대주주 부자(父子)가 상당한 지배력을 보유한 곳은 장자승계 원칙을 따르는 보수적인 사풍을 유지하는 기업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지분 관계가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은 불안정한 경영권으로 고생하는 기업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코스닥 상장사 아이엘사이언스 지분구조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일가친척이다.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송성근 대표(25.7%)를 중심으로 20명 가까운 일가친척이 특수관계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가친척은 송 대표의 누나부터 장인, 장모, 처가 사촌까지 다양하다.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은 모두 1% 미만이지만 합치면 4.24%다.
일가친척이 지분을 보유한 계기는 경영위기와 연관 있다. 1985년생인 송 대표는 만 23세에 대학생 신분으로 교내 창업보육센터에서 어렵사리 회사를 창업했다. 모든 것이 서투른 상황에서 자본금도 넉넉지 않았다. 창업자금 500만원도 빌려 마련했다. 당연히 경영상 우여곡절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위기는 창업 초창기 거래처의 갑작스러운 부도로 졸지에 10억원대 빚더미에 앉았던 때였다. 당시 송 대표는 '기업 경영은 자금과의 영원한 싸움'이라는 말마따나 경영자금 조달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때 일가친척들이 자금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건넸고 송 대표는 지분으로 은혜를 갚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늘날 아이엘사이언스는 매출 500억원을 바라보는 번듯한 코스닥 상장사다. 자금 조달도 원활하다. 오히려 최근에는 과감한 투자로 코스닥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20년 11월부터 1년간 세 차례의 전환사채(CB) 발행으로 210억원을 외부에서 끌어왔다. 과거 10억원대 빚더미로 부도 위기를 맞았을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그만큼 지분구조에는 변화의 그늘이 어른거리고 있다.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2회차 CB에 대한 전환청구권 행사 기간이 도래한 상태다. 올해에는 3~4회차 CB마저 주식 전환이 가능해진다. 2~4회차 CB의 잠재적 전환 물량은 총 444만4316주다. 이는 송 대표가 보유한 주식 규모(583만1763주)의 76.2%에 해당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다만 송 대표는 CB에 대한 콜옵션을 적극 행사한다는 입장이다. 지배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송 대표는 2019년 12월 코스닥 이전 상장 이후 장내외 매수를 통해 꾸준히 지배력을 보강하고 있다. 2년여 동안 무려 117만5346주를 사들였다. 앞으로 아이엘사이언스 지분에 새겨질 사사(社史)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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