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5월 20일 07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유열 상무(보)가 롯데케미칼 분기보고서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롯데그룹에 입사한 지 2년여 만에 한국 롯데그룹에 등장했다. 신 상무는 롯데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지만 그간 일본에서만 근무해 대중의 관심에서 동떨어져 있었다.평행이론. 흔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아들 신 상무가 닮은 꼴 행보를 보인다고들 한다. 콜럼비아대 MBA, 노무라증권, 일본 롯데그룹, 한국 롯데케미칼의 수순을 그대로 밟았다. 30대 중반까지 한국땅을 거의 밟지 않았다는 점 역시 공통점이다.
같은 건 여기까지다. 아버지와 비교하면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경영권을 위협할 형제가 없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막판까지 신동주·신동빈 형제를 저울질했다. 맨 손으로 그룹을 일군 창업주들이 흔히 그렇듯 자식들이 부족함 없이 자라 패기나 끈기는 없다고 여겼다. 끝내 못미더워했던 탓에 그룹을 넘길 타이밍을 놓쳤다.
언어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에 입사해 한동안 언어 때문에 곤욕을 겪었다. 과거 말수가 없기로 유명했다. 물론 지금은 달라졌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카메라 앞에 설 일이 많았는데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을 거다. 신 회장과 달리 신 상무는 롯데케미칼 동경지사를 선택하면서 한시름 놓을 것으로 보인다.
신 상무에게 좋은 점만 있지는 않다. 지금은 신 회장이 한국에 온 1990년과는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대기업 후계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과거보다 빠르고 또 투명하게 공개된다. 경영능력 검증 역시 피할 수 없다. 분기마다 롯데케미칼 실적이 발표되면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한다. 그 사이 덩치를 훌쩍 키우며 재계 5위로 성장한 롯데그룹의 후계자를 지켜보는 주주 혹은 대중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많고 날카롭다.
어찌됐든 앞으로는 신 상무의 몫이다. 뭐든 쉽지 않은 세상이라지만 내가 일군 것을 당연하게 물려주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내 몫이지만 아무 노력 없이 마냥 물려받기 어려운 세상임도 마찬가지다.
특히 신 상무가 몸담은 롯데케미칼은 전환점을 맞아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은 19일 투자계획을 밝히는 기자간담회에서 "자칫 실기(失期)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에 둔감하다는 지적에도 꼼짝않던 롯데케미칼 스스로 '실기'를 입에 담았다는 건 위기의식과 함께 의지 역시 크다는 방증이다.
신 상무의 이름은 롯데케미칼 분기보고서 '임원의 현황' 맨아래 두 번째에서 찾을 수 있다. 담당업무는 동경지사 영업 및 신사업 담당이다. 스크롤을 쭉 올리면 맨 위에 신동빈 회장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 사이에 102명의 임원이 있다. 갈 길이 멀다는 의미이기도, 어깨가 무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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