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점검]㈜두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미분리의 이유의사결정 효율성 중시…그룹 구조조정 속도 기여
강용규 기자공개 2022-06-13 07:33:02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9일 14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기업집단 지주사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두산의 경우는 이런 체제가 그룹 경영위기를 극복하는 데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두산의 이사회 의장은 박정원 ㈜두산 대표이사 겸 두산그룹 회장이다. 2016년 처음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에 오른 이후 4회째 연임 중이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15개 핵심 준수지표 가운데 하나다. ㈜두산은 2018년 처음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냈으며 2019년부터 핵심 준수지표 이행상황을 보고서에 첨부하고 있는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항목은 4년째 ‘미준수’ 상태다.
㈜두산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 사안을 경영에 적용하는 데 있어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주사는 그룹 경영전략 전반에 걸친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일이 많은 만큼 이사회의 독립성보다 의사결정의 속도를 중시했다는 설명이다.

10대그룹을 예로 들면 SK, LG, 롯데,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등 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들 가운데 지주사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된 곳은 SK그룹과 포스코그룹 뿐이다. 나머지 그룹 지주사들 역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이유를 경영 효율성으로 설명한다.
㈜두산의 경우는 전문경영인 대표이사가 아닌 오너 박 회장이 이사진의 전권을 잡은 만큼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속도와 힘이 더해진다. 이런 체제가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의 재무위기에 따른 채권단 관리체제를 빠르게 졸업하는 데 주효했다는 시선이 나온다.
㈜두산은 그룹 지주사이자 두산에너빌리티의 모회사로 두산에너빌리티가 2020년 4월 채권단으로부터 수혈한 2조4000억원의 자금에 대해 상환을 지원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상환자금 마련을 위해 많은 의사결정을 요구받았다.
㈜두산은 2019년의 인적분할로 출범한 두 신성장동력 계열사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와 두산퓨얼셀 중 두산솔루스 지분을 매각했다. 두산퓨얼셀 지분은 두산에너빌리티에 무상 양도해 두산에너빌리티의 자본 확충을 도왔다.
㈜두산은 자체사업 가운데서도 핵심 캐시카우였던 모트롤BG(유압기기사업)와 산업차량BG도 각각 분할 매각했다. 두산중공업이 진행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일련의 의사결정들은 빠르게 내려졌으며 두산그룹은 22개월만인 2022년 2월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할 수 있었다. 채권단 관리체제 최단기 졸업이다. 두산그룹의 신속한 구조조정에 업계 안팎에서 호평이 잇따랐다.
박 회장은 ㈜두산 이사회 의장으로서 그룹의 빠른 정상화를 진두지휘했다. 그룹 구조조정과 관련해 ㈜두산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의결사항 중 두산퓨얼셀 지분의 무상 양도를 제외한 모든 의결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다.
두산퓨얼셀 지분 무상 양도건의 경우 의결에 불참했는데 이는 박 회장이 해당 안건의 이해당사자였기 때문이다. 당시 ㈜두산이 보유한 두산퓨얼셀 지분은 18.1%였으나 두산에너빌리티에 양도된 지분은 23% 규모였다. 박 회장을 포함한 오너일가들도 두산퓨얼셀 지분 보유분을 두산에너빌리티에 무상 양도해 자본 확충에 힘을 보탰다.
㈜두산은 효율성을 이유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고 있는 대신 다른 부문에서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간된 2021년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주주부문 핵심지표 준수율이 2020년 0%에서 지난해 50%로 높아졌다. 전자투표제 도입과 주주총회의 집중일 이외 개최를 통해 4개 지표 중 2개 지표를 새롭게 충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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