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IPO]구주매출 계획 접고 공모 전량 신주로예심청구 땐 최대 40% 계획했지만 방향 바꿔…"실익 따진 듯"
최윤신 기자공개 2022-07-04 07:30:04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1일 13: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상장심사를 통과해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한 현대오일뱅크가 공모 주식을 전량 신주발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 말 예비심사를 청구할 당시만 하더라도 공모물량 최대 40%를 구주 매출할 계획이었는데, 심사기간 동안 방침에 변화가 생겼다.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와 주관사단은 이번 공모를 구주매출 없이 전량 신주발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2조원가량의 공모자금을 전량 회사에 유입해 신사업에 투자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크레디트스위스가 대표주관을 맡아 IPO를 준비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행사와 주관사는 올 초부터 구주매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구주를 매출하지 않기로 최종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전량 신주모집 하기로 한 건 구주매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진 IPO 시장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주매출은 공모 자금이 회사가 아닌 기존 주주에게로 향하는 만큼 공모주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에 한파가 불며 시장에서 구주매출에 대해 이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올 초 상장에 나섰다가 과도한 구주매출 비중에 발목이 잡혀 상장을 철회한 게 대표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공모주식수의 75%가량을 구주매출로 잡으며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았다. 이후 올해 상장하는 많은 기업들이 구주매출을 최소화 하는 추세다.
현대오일뱅크는 예비심사를 청구했던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공모주식 대비 최대 40%의 구주매출을 계획했다. 예비심사 청구서에 상장후 주식수를 2억6932만1342주로, 공모주식수를 4039만8201주로 기재했다. 공모전 발행주식 총수가 2억4508만2422주인 점을 고려할 때 1615만9281주를 구주 매출로 잡은 것으로 계산된다. 이는 공모주식의 40%다.
다만 이는 예비심사청구서상 수치다. 실제 추진했던 계획보단 넉넉한 숫자를 적어 낸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최대주주인 HD현대(당시 현대중공업지주)는 공모주식 수의 10~20%수준의 구주를 내놓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는 올해 1분기말 기준 현대오일뱅크 지분 1억8000만1117주(지분율 73.85%)를 가지고 있다.
HD현대가 구주매출 계획을 접은 게 현대오일뱅크의 밸류에이션 방침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IPO 밸류에이션이 높지 않게 설정되면 구주를 내놔 얻을 수 있는 현금도 줄어든다. 현재 장외시장 거래가액 기준 현대오일뱅크 몸값은 15조원에 달하는데, IPO 밸류에이션은 10조원가량이 언급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 계열사 중 배당여력이 가장 뛰어난 회사이기 때문에 구주매출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이라며 “HD현대에 현재 특별한 자금 소요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낮은 밸류에이션을 감수하고 IPO시점에 지분을 내놓아야 할 유인은 없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오일뱅크 측은 공모구조와 관련해 확정된 사항은 전무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심사 효력기간인 6개월 내 적정한 시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에 나설 계획”이라며 “공모의 세부 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2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는 당초부터 구주매출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람코는 2019년 현대오일뱅크 프리IPO에 참여해 보통주 4166만4012주(지분율 17%)를 1조3749억원에 매입했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글로벌 각국에 정유업체를 인수해 직접 운영하거나 전략적 투자하는 방식으로 석유 판매망을 구축한다. 국내 정유업 2위인 에쓰오일(S-OIL) 최대주주(지분율 63.41%)이기도 하다.
현대오일뱅크는 2조원가량의 자금을 모을 수 있는 규모로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모인 자금은 신사업에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030년까지 화이트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블루수소 등 3대 신사업의 이익비중을 70%까지 높이고, 정유사업의 매출비중은 45%까지 낮춘다는 내용의 비전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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